세상을 지배하다




두마리 토끼

서부극의 거장 헨리 헤서웨이 감독의 1969년작 <진정한 용기>를 리메이크한 <더 브레이브>, 코엔 형제가 함께 연출을 맡은 다섯 번째 장편영화이다. 2007년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와 2008년 <번 애프터 리딩>, 2009년 <시리어스 맨> 까지 해마다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는 코엔 형제가 이번 영화에서는 상당히 대중적인 작품세계를 보여 준다. <더 브레이브>의 대중성은 원작소설과 전작에 충실한 리메이크라는 것에 기인한다. 그래서 이 영화는 작품성과 흥행,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는 데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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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10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되며 작품성을 인정받은 <더 브레이브>는 영화가 가진 대중성에 의거, 북미 1억 7천만불의 수익을 거두며 흥행에서도 대박을 터트렸다. 이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의 2배에 해당하는 수익이며, 코엔 형제의 필모그래피 중 역대 최고의 흥행 성적이다. 참고로 <인셉션>이나 <이클립스>와 같은 블록버스터 영화 정도 되야 보통 3억불 정도의 수익을 올리고, <드래곤 길들이기>와 같은 가족 애니메이션이 2억불 정도의 수익을 올린다. 왠만한 영화는 1억불을 넘는 것도 꿈이라고 봤을 때 1억 7천만불의 수익은 어마어마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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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브레이브>의 흥행 성공은 영화가 가진 대중성에 기인하는 측면이 크지만 서부극을 좋아하는 북미 관객들의 성향과도 밀도 있게 연결된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씨도 안 먹힐 장르의 거부감, 우리는 잘 듣지 않는 컨트리 음악을 사랑하고 즐겨 듣는 그들의 성향과 같은 맥락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요즘 서부극의 공급이 예전에 비해 급격히 감소한 것도 흥행 성공의 요인이라고 본다. 서부극에 대한 향수를 갖고 있는 그들에게 완벽히 리메이크된 추억의 서부영화는 가뭄의 단비와도 같이 달콤했을 것이다.

ⓒ Paramount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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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앞서 영화가 가진 대중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코엔식의 유머는 여기저기 산재되어 있다. 물론 코엔 형제의 전작들에 비하면 그 수가 매우 적긴 하지만 이는 원작에 충실하고자 하는 의지가 반영된 어쩔 수 없는 결과이다. 사실 이러한 요소들이 정말 재미있는 건데 양이 줄어들다 보니 약간 밋밋한 면이 없지 않아 있다. 그래서인지 코엔 형제의 대중적인 작품세계가 누군가에게는 심심하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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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영화의 원제는 'True Grit'이다. 국내에서는 <더 브레이브>라는 제목을 달고 나왔는데 국내 배급사의 작명센스에 박수를 보낸다. 개인적으로 브레이브 앞에 '더'가 붙어 있는 이 제목이 아주 마음에 든다. 원제를 다르게 표현하면서 쉬운 단어로 거부감을 줄이는 동시에 원제의 함의는 모두 담고 있는, 대단히 훌륭한 제목이라고 생각한다. 영화를 보면 브레이브 앞에 왜 '더'가 붙어 있는지 알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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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 등장하는 캐릭터의 매력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스타성에 비해 저평가된 배우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하며 생애 최초의 오스카상을 수상하기도 했던 존 웨인, 그만의 전유물이라 생각했던 루스터 카그번을 제프 브리지스의 완벽한 연기로 만나볼 수 있다는 것은 <더 브레이브>의 가장 큰 매력 중 하나이다. 영화는 원작에 충실하지만 제프 브리지스는 자기 자신에 충실한 연기를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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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프 브리지스와 함께 오스카 후보에 지명된 바 있는 헤일리 스타인펠드의 연기 또한 발군이다. 96년생의 어린 배우가 지닌 강단이 아버지를 잃고 복수를 꿈구는 매티 로스라는 캐릭터와 묘하게 맞물려 있다. 조쉬 브롤린은 여전히 도망자 신세이다. 미국의 하정우라고 해도 어색하지 않을 정도, 이제 그는 도망자 전문 배우가 되어 가고 있다. <더 브레이브>를 보며 진정한 용기란 무엇인지에 대해서 고민하지는 않는다. 이 영화는 고민하는 영화가 아니라 즐기면 되는 영화이기 때문이다. 진정한 용기란 코엔 형제의 작품을 즐길 줄 아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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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인맨 Reign [rein] = 통치, 지배; 군림하다, 지배하다, 세력을 떨치다 여행과 사진, 그리고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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