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지배하다




<인셉션>의 리뷰를 부득이 2편으로 나누어 작성합니다. 1편이 구조적인 측면에서의 접근이라고 한다면 2편은 내용적인 측면에서 접근해볼까 합니다. 그렇지만 스포일러가 없는 리뷰라는 것을 밝힙니다.


의식과 무의식

<인셉션>, 크리스토퍼 놀란의 일곱 번째 장편영화이다. 필자는 첫 번째 리뷰에서 <인셉션>을 위해 나머지 여섯 작품이 존재한다는 비약을 하기도 했다. 그만큼 <인셉션>은 대단한 걸작이다. 왜냐하면 2억 불을 투입하며 압도적인 스케일과 아름다운 영상미를 완성시킨 블록버스터 영화이기 때문이다. 또한 배우들의 호연을 비롯하여 교차편집, OST 등 영화의 구성 요소들이 하나같이 고도의 매력을 발산하기 때문이다. 또, 현실감이 충만하면서도 상상을 초월하는 발상을 영화화, 그것도 정교한 내러티브 구조를 통해 완성시킨 영화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모든 이유가 완벽한 조화를 이루기 때문이다.

<인셉션>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지극히 원초적인 부분이다. 인간의 의식과 무의식, 그리고 꿈과 현실의 경계를 이야기하고 있다. 의식은 무엇이고, 무의식은 무엇인가. 둘의 가장 큰 차이는 인식과 자각의 유무일 것이다. '무의식 중에~' 라는 말을 사용하는 것은 자각이 결여된 상태에서의 본능적인 행위를 말한다. 그렇다면 꿈이라는 것은 이러한 무의식 상태에서 오는 현상을 말하는 것일까? 그게 꼭 그렇지만은 않다. 무의식은 분명 자각이 결여된 상태를 말하는 것인데 사람은 꿈을 꾸면서 '이것은 꿈이야~' 라는 인식을 가지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꿈이 꿈이라는 것을 인식했을 때 무의식과 꿈은 별개의 문제가 되는 것이고, 무의식을 의식하는 놀라운 경험이 가능해진다. 바로 이 부분이 <인셉션>의 핵심이다.

다시 말해 의식이라 함은 깨어 있는 상태에서의 인식을 말하는 것이고, 무의식이라 함은 의식과 모순되는 개념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꿈이라는 현상을 통해 무의식을 의식하게 되면서 이러한 모순이 정당성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그렇게 이 영화는 의식과 무의식의 인식론을 완전히 비틀어 버린다. 또한 영화를 보는 관객들은 꿈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현상을 간접적으로 체험하게 된다. 마치 영화 관람이 아니라 꿈을 꾸는 것 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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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과 무의식은 모순되는 개념이지만 무의식을 의식할 수 있도록 만드는 존재가 있긴 있다. 그것은 바로 시간의 차이다. 즉, 어느 정도의 시간이 지나면 과거의 무의식을 인식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의식과 무의식이 같은 시간 공존하는 현상은 꿈속에서만 가능하다. 한번 생각해보자. 꿈이 아닌 현실에서 무의식을 인식하는 순간 그것은 무의식이 아니라 의식이 되는 것 아니겠는가. 그렇다면 꿈이라는 틀 안에서 생각해보자. 앞서 말했듯이 꿈을 꾸면서 '이것은 꿈이야~' 라고 느낀 경험이 많이 있을 것이다. 꿈속에서 무의식을 인식하는 순간 우리는 의식과 무의식의 공존을 체험하게 되는 것이며, 의식과 무의식의 모순에 합리적인 역설을 제시할 수 있는 것이다. 결국 <인셉션>은 의식과 무의식의 경계를 넘어서는 작품이라고 볼 수 있다. 의식이란 현상과 무의식이란 현상은 꿈이라는 공간과 현실이라는 공간에 결부되었을 때 각각 다른 현상을 보이면서도 절묘한 교집합을 이룬다. 그럼 꿈과 현실의 공간으로 한번 넘어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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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arner Bros. Pictures / Legendary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꿈과 현실

의식과 무의식을 하나의 작용이라고 한다면 꿈과 현실은 하나의 공간이라고 볼 수 있다. 꿈이라는 공간은 우리가 무의식 중에 만들어 내는 환상의 공간이며, 3차원의 공간인 현실과는 다르게 4차원 혹은 그 이상의 공간이 되기도 한다. 사실 이 영화에서 차원의 문제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꿈이라는 공간의 환상화를 관객들에게 시각적으로 전달하는 눈요기거리 내지는 흥미를 유발하는 매체가 되고 있을 뿐이지 갈등의 키를 쥐고 있다거나 극의 흐름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의식과 무의식의 작용이 현실이라는 공간에서는 큰 의미를 갖지 않는다는 것과 꿈이라는 공간에 들어섰을 때 비로소 특별한 의미를 갖게 된다는 것이다. 앞서 말했듯이 현실에서는 둘 사이의 모순을 깨뜨릴 수가 없으며, 꿈이라는 프레임 안에서만 의식과 무의식의 공존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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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터널 선샤인>이라는 SF영화가 기억을 지운다는 설정이었다면 반대로 <인셉션>은 기억을 입력시킨다는 설정을 가지고 있다. '인셉션'이라 함은 타인의 꿈에 침입하여 표적으로 삼은 대상의 무의식을 컨트롤하고, 새로운 생각 혹은 정보를 입력시키는 작전을 말한다. 현실이란 공간에서는 표적의 무의식을 제어할 수 없기 때문에 꿈이라는 공간을 빌려 '인셉션'이라는 작전을 수행하는 것이다. 그런데 사람은 꿈에서도 어느 정도의 의식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표적의 무의식 깊숙한 곳까지 침투하여 입력시킨 생각이 진짜 본인의 생각이라고 믿게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는 크리스토퍼 놀란의 기발하고 발칙한 상상력이 돋보이는 설정이라고 볼 수 있다. 꿈이 꿈이라는 것을 인식했을 때 무의식은 곧 의식이 된다고 했다. 그렇기 때문에 꿈속에서 또다른 '인셉션'의 수행이 가능하다. 설정의 진화이다. 당신은 꿈을 꾸는 꿈을 꾸어 본 적이 있는가. 꿈속의 꿈속의 꿈, 기발하고 발칙한 상상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경험해 본 현상이기 때문에 불가능 할 것만 같았던 공감대가 조금씩 꿈틀거린다. 환상을 이야기하는 SF영화인 주제에 관객들의 공감대를 불러 일으킨다는 것도 참 대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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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셉션>에는 토템이라는 물건이 등장한다. 토템은 꿈과 현실을 구분짓는 역할을 하는 중요한 물건이다. 예컨대, 코브(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작은 팽이를 가지고 다닌다. 팽이를 돌렸는데 멈추지 않고 계속 돌아간다면 이는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에 꿈이라는 것이고, 멈춘다면 현실이라는 것이다. 편집증 환자가 아닌 이상 꿈과 현실을 구분짓는 것이 어려운 일은 아닐텐데 굳이 토템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꿈과 현실의 경계가 그만큼 모호해졌다는 것을 말하고자 하는 크리스토퍼 놀란의 메시지라고 볼 수 있다.

인식이 배제된 꿈속의 모든 것은 현실과 다름이 없다. 깨어나서야 이상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반대로 우리 앞에는 꿈같은 현실이 펼쳐지고 있다. <인셉션>이라는 영화 자체도 꿈과 같은 현실이 아니겠는가. 꿈과 현실의 경계는 점차 불분명해지고 있다. 당신이 생각하는 현실이 꿈일 수도 있고, 당신이 꾸는 꿈이 현실 수도 있다. 꿈과 현실의 경계를 매듭짓기 위해서 우리도 '토템'을 소유할 필요가 있다. 또한 현실같은 꿈을 벗어나기 위해, 그리고 꿈과 현실의 경계에서 허덕이는 '림보'에 빠지지 않도록 '킥'이라는 기술을 연마할 필요성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토템'은 곧 믿음이고 '킥'은 곧 의지가 된다. 당신은 꿈을 꾸고 있는가, 아니면 현실을 살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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