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지배하다




공포와 유머

영화 <이끼>는 윤태호 작가의 인기 웹툰(인기 웹툰이라고는 하는데 이런 만화가 있는 지도 몰랐다)을 스크린으로 옮긴 작품이다. 웹툰 원작을 영화로 만든 경우는 그동안 종종 있었다. 개인적으로 강풀 작가의 작품을 많이 봤는데 <순정만화>, <바보>, <아파트> 등 실망스러운 작품이 대부분이었다. <이끼>의 경우 충무로 흥행 영화의 마이다스라고 할 수 있는 강우석 감독이 연출을 맡았고, 연기파 배우들이 대거 출연했기 때문에 원작을 접하지 않은 상태에서 큰 기대를 가지고 있었다. 결과는 만족스럽다. 시나브로 바위를 덮는 이끼처럼 오롯이 영화를 장악하는 긴장감이 만족스럽고, 그런 와중에 지속적으로 터져 나오는 유머는 강우석 감독의 위트넘치는 연출을 확인해 볼 수 있는 부분이다. 사실 공포 분위기를 조장하고 그 속에서 웃음을 만든다는 것은 자칫 무리수가 될 수도 있다. 공포도 웃음도 주지 못하고, 죽도 밥도 안될 수가 있다는 것이다. 이거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어렵고 위험한 구성이다. 공포와 유머가 조화롭게 섞이지 않는다면 관객들은 유치함을 느끼는 것은 물론 극의 흐름이 딱딱 끊어져 몰입에 방해를 받게 된다. 서스펜스 영화의 생명이 몰입인데 방해를 하면 쓰나. 그런 점에서 볼 때 <이끼>가 가진 전반적인 분위기의 흐름은 만족할 만하다. 서스펜스를 베이스에 깔고 맥거핀의 적절한 삽입과 지속적인 유머로 긴장감의 완급을 조절하는 것. 이것이 <이끼>의 가장 큰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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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제목에 반전이라는 단어를 넣은 것은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하지만 원작이 있는 영화인데다가 서스펜스 영화와 반전은 서로의 필요충분조건이 되기 때문에 반전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영화를 감상해도 무리가 없을 것 같다. 암튼 <이끼>는 만족할 만한 서스펜스와 반전을 가지고 있는 스릴러 영화다. 서스펜스가 만족스러운 이유는 앞서 말했듯이 유머와의 조화로운 공존으로 인한 극의 완급 조절 덕분이고, 반전이 만족스러운 이유는 반전이 아닌 반전이 아니라 말그대로 반전이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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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보다 득이 더 많은 영화

임창정 주연의 <시실리 2km>라는 영화가 있다. 작품성은 좀 허술하지만 개인적으로 김윤석이라는 배우를 처음 알게 되었다는 이유만으로 상당한 애착을 가지고 있는 작품이다. <시실리 2km>와 <이끼>는 의외의 유사성을 갖는다. 공포 분위기 속에서 터지는 유머가 그렇고, 조연배우들의 명품 연기가 그렇다. 또한 마을 주민들과 외부 사람과의 대립 구조가 유사성을 갖는다. <시실리 2km>는 김윤석을 필두로 변희봉과 안내상, 우현 등의 조연배우들 덕분에 영화의 부족한 부분이 상쇄될 수 있었다. <이끼> 역시 유준상과 유선, 허준호, 유해진, 김상호, 김준배 등 명품 조연들이 뿜어내는 카리스마가 대단하다. 무엇보다 하나같이 표정이 아주 좋다. 관객들에게 자신이 느끼는 공포 혹은 분노를 전달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표정인데 연기가 참 좋다. 시끄러운 음향 효과와 어두운 조명, 카메라의 흔들림 등 온갖 기술적인 미장센을 갖다 붙여도 단 하나의 쇼트에서 보여지는 배우의 표정 만큼 사실적이고 공감이 되는 감정을 표출할 수는 없을 것이다. 박해일과 정재영 역시 좋은 연기를 보여주고 있지만 정재영의 경우 발성이 다소 아쉽다. (표정은 예술 ㄷㄷ;) 70세 이상의 노인과 40대 중년의 경찰 사이를 오가는 천용덕의 발성에는 전혀 변화가 없고 그냥 정재영 자신의 목소리 그대로 발성하고 있다. 비주얼은 완벽한 노인인데 발성에 변화가 없다는 것은 분명 의도한 것은 아닐 것이며, 이는 배우 개인적으로도 반성을 한번 해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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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유사성인 마을 주민들과 외부 사람과의 대립 구조에 대해서는 영화의 내용과 직결되는 부분이기 때문에 따로 언급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하나만 짚고 넘어가자면, 마녀사냥을 엿볼 수 있다는 것. 그런데 정말 재미있는 것은 마녀사냥의 주체가 되는 인물이 결국 마녀사냥에 의해 처단이 된다는 것이다. 그 인물이 의미심장한 대사를 던지며 장렬한 최후를 맞이하는 장면과 이어지는 반전의 유사성을 헤아리는 과정이 나름 만족스러웠다. 암튼 영화 <이끼>는 대단히 좋은 작품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서스펜스와 재미를 충분히 갖춘 작품이라고 볼 수 있다. 163분이라는 기나긴 러닝타임 내내 지루할 틈이 없다는 것은 <이끼>의 스토리텔링이 매끄럽다는 것에 대한 방증이며, 대중적인 코드를 읽어내는 강우석 감독의 탁월함을 대변하는 것이다. 실보다 득이 더 많은 영화 <이끼>, 추천하고 싶다. 나는 이제 원작 웹툰을 보러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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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인맨 Reign [rein] = 통치, 지배; 군림하다, 지배하다, 세력을 떨치다 여행과 사진, 그리고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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