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지배하다




Perfect

2010년 최고의 대작이자 기대작인 <인셉션>.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영화 엄청난 걸작이다. 그 어떤 표현으로도 <인셉션>의 가치를 설명하는 것이 어렵다. 눈으로 보면서 영화의 가치를 직접 느끼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 될 것 같다. <다크 나이트>와 굳이 비교를 해보자면 (히스 레저의 존재를 제했을 때) 동급 혹은 <인셉션>이 약간 우세하다고 감히 평가해본다. <다크 나이트>는 오스카 작품상 후보에 지명되지 못하는 굴욕을 겪었지만 <인셉션>의 경우에는 후보는 당연한 것이고, 작품상 수상까지 가능해 보인다. 이 모든 것은 크리스토퍼 놀란의 꿈에 의한 급진적 변화때문이다. 크리스토퍼 놀란은 어렸을 때부터 이 영화를 구상해왔고, 7~8년 전에 이미 시나리오의 초고를 완성했다고 한다. 많이 비약해서 말하자면, 크리스토퍼 놀란은 <인셉션>의 완성을 위해 <메멘토>나 <인썸니아> 같은 작품을 만들었는지도 모른다. 또한 <배트맨 비긴즈>와 <다크 나이트>는 예행연습의 결과물인지도 모른다. <인셉션>의 완성을 위해 영화감독으로서의 경력과 명성을 차근차근 쌓아 올린 건지도 모르겠다는 말이다. 그리고 조지 루카스 감독이 <스타워즈> 시리즈를 완성하기 위해 에피소드를 비틀었듯이 현대의 과학기술 즉, CG의 힘을 빌리기 위해 그렇게 오랜 시간을 기다린 것인지도 모르겠다. 어찌됐든 크리스토퍼 놀란은 많은 시간과 공을 들여 <인셉션>을 완성시켰고, 결과는 대단히 좋다고 볼 수 있다. 그야말로 완벽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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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인셉션>은 완벽한 영화다. 142분이나 되는 긴 러닝타임을 차지하는 모든 시퀀스와 신 아니, 모든 쇼트와 디테일이 완벽한 생명력을 가지고 있다. 영화를 구성하는 내러티브와 비주얼 또한 완벽하다. 이 영화의 제작비는 2억 달러로 알려져 있다. <다크 나이트>보다 많고, <타이타닉>과 비슷한 수준의 제작비다. 그래서인지 실감나는 CG와 압도적인 스케일을 자랑한다. 액션은 또 어떠한가. <다크 나이트>의 아날로그 액션을 생각해보면 바로 답이 나온다. 이거 무슨 <메멘토>의 내러티브와 <다크 나이트>의 비주얼이 만난 것 같은 느낌마저 든다. 보통의 헐리웃 블록버스터들은 비주얼에 무게를 두는 경우가 많다. <아바타>만 보더라도 비주얼은 백두산인데 스토리는 북한산 수준이 아니겠는가. <인셉션>이 3D 영화는 아니지만 아이맥스(강추)로 관람을 한다면 <아바타> 못지 않은 볼거리를 제공받을 수 있을 것이다. 거기에 완벽한 내러티브와 플롯이 더해진다. 도대체가 지루할 틈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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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arner Bros. Pictures / Legendary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Perfect Again

<인셉션>은 크리스토퍼 놀란 혼자만의 작품이 아니다. 물론 그가 영화의 완성도에 지대한 공헌을 한 것이 사실이지만 배우들의 명연기가 장단을 맞춰주지 않았더라면 이렇게 완벽한 작품이 탄생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또한 절묘하게 떨어지는 교차편집 역시 작품의 완성도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꿈 속의 이야기, 꿈 속 꿈, 꿈 속의 꿈 속의 꿈의 야이기를 다루고 있다보니 교차편집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인셉션>의 교차편집은 일품이다. 편집 기술의 완성을 보여주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매끄럽고 세련된 모습이다. 그리고 <인셉션>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관객들에게 가장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방법이 되고 있는 한스 짐머의 음악 역시 이 영화의 완성도에 기여하는 비중이 높다. <배트맨 비긴즈>나 <다크 나이트>에서도 그랬듯이 바닥에 낮게 깔리며 삼엄하게 들려오는 한스 짐머의 변주는 영상과 조금은 어긋나는 듯한 느낌이 들면서도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예고편만 보더라도 소리의 힘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에디트 피아프의 노래 역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영화에 지속적으로 등장하는 에디트 피아프의 'Non, Je Ne Regrett Rien'란 곡은 <라비앙 로즈>에서 에디트 피아프를 연기한 바 있던 마리온 코티아르의 출연 덕분인지 더욱 감성적으로 다가온다. 뿐만 아니라 곡 자체가 지닌 뭔가 웅장하면서도 애상적인 기운이 극의 드라마틱한 분위기를 잘 살려주고 있다. 소리를 말로 표현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배우와 캐릭터 이야기나 좀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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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셉션>의 내용은  꿈을 해킹한다는 것이다. 사이토(와타나베 켄)라는 거물에게 피셔(킬리언 머피)의 꿈을 해킹해달라는 의뢰를 받은 코브(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아서(조셉 고든 레빗)가 팀원(엘렌 페이지와 톰 하디)을 모아 작전을 수행한다는 생각보다 단순한 설정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인셉션>이 누구의 작품인가. '10분의 기역력을 가진 남자'라는 단순한 설정으로 풍성하면서도 정교한 내러티브를 구성한 크리스토퍼 놀란의 작품 아니겠는가. <인셉션> 역시 설정은 단순하나 스토리 텔링에는 끝이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결국 끝은 없다. 열린 결말이라는 것. 암튼 <인셉션>의 원탑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그는 계속해서 진화하고 있다. 긴 말 필요없이 오스카급 연기를 선보인다. 맬(마 리온 코티아르)의 경우 코브와 별개의 플롯을 구성하며 영화의 드라마를 구성하는 핵심적인 축을 구축하고 있다. 와타나베 켄에게는 질투를 느낀다. 한국배우가 아니라는 것이 아쉬울 뿐이다. 킬리언 머피와 톰 하디, 조셉 고든 레빗 역시 좋은 연기를 보여주고 있는데 킬리언 머피는 왠지 생애 처음으로 오스카의 부름을 받을 것 같다. 마지막으로 엘렌 페이지. 필자가 정말 사랑하는 배우인데 이 영화에서도 자신의 진가를 유감없이 발휘한다. 영화 <위핏> 리뷰에서도 언급한 부분인데 그녀의 연기에는 가감이 없다. 정확히 필요한 만큼만 연기를 하는 배우다. <다크 나이트>에 히스 레저와 아론 에크하트가 있다면 <인셉션>에는 이런 배우들이 있다.

영화 <인셉션>은 지나치게 좋은 작품이다. 영화를 이렇게 완벽하게 만들어 버리면 다른 영화들은 어떻게 하라는 건지, 참 이기적인 작품이다. 궁금증이 생긴다. 크리스토퍼 놀란의 차기작은 과연 어떤 작품이 될지, 이보다 더 좋은 영화가 나올 수 있을지 궁금하다. 암튼 이 영화, 아트 블록버스터의 결정판, 내러티브 블록버스터의 결정판이라고 해도 아무런 무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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