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러 스케이트의 낭만
드류 베리모어의 감독 데뷔작인 영화 <위핏>은 롤러더비 경기를 소재로 하고 있는 코믹 드라마다. 아슬아슬한 미니 스커트와 야시시한 망사 스타킹에 롤러 스케이트를 신고 달리는 롤러더비. 이 경기는 마치 경륜 경기장을 축소시켜 놓은 듯한 트랙에서 빠른 스피드로 달려 승부를 가리는 스포츠인데 여자들만의 스포츠라고 하기에는 매우 과격하다. 또한 롤러더비 선수들은 굉장히 호전적이어서 상대편과 몸싸움을 벌이면서 트랙을 도는 선수들을 보고 있노라면 엄청난 박진감과 스피드를 느낄 수 있다. 만약 카메라 앵글이 단순했다면 박진감과 스피드감도 덜했을 터, 하지만 드류 베리모어는 선수들의 움직임을 다양한 각도에서 잡아내며 생동감 넘치는 화면을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영화 속 롤러더비 경기는 짜릿한 스피드와 재미가 느껴지는 매우 신나는 경기로 다가온다. 한편 롤러더비는 미국에서 1960년대 유행했던 경기라고 한다. 영화 속에서 보여지고 있는 경기와 복장도 왠지 복고풍의 느낌을 물씬 풍기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과거 롤러 스케이트가 엄청나게 유행한 적이 있는데, 그래서인지 필자는 이 영화를 보면서 기분 좋은 추억과 낭만을 느껴 볼 수 있었다.
절묘한 연결고리
신나는 롤러더비를 보는 것도 <위핏>의 재미가 되고 있지만 이 영화는 블리스(엘렌 페이지)라는 10대 소녀의 성장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에 작품이 던지는 메시지를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누구나 사춘기를 통해 가족, 친구, 이성친구 등과 갈등을 겪곤 한다. 블리스 역시 다양한 갈등 요소와 타협 혹은 투쟁하며 하나하나 성장해 나간다. 구시대적인 여성관을 강요하는 어머니와의 갈등, 첫 눈에 반한 남자친구와의 갈등과 사랑, 절친한 친구와의 우정과 오해 등을 통해서 성장해 나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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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소녀
필자는 10대를 당연히 겪었지만 소녀는 당연히 겪어보지 못했다. 하지만 <위핏>이나 <주노>(10대 미혼모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와 같은 영화를 통해서 소녀의 감성을 미세하게나마 겪어볼 수 있는 것 같다. 공교롭게도 두 영화의 히로인은 모두 엘렌 페이지다. 어리지만 위대한 여배우라고 생각한다. 그녀의 연기를 보면 연기가 아니라 그냥 실제 상황을 보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든다. 딱 필요한 만큼만 연기를 하고 있다랄까, 절대로 과한 표정을 보여주거나 과한 발성은 들려주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그녀의 연기에서는 왠지 신뢰가 느껴진다. 또래인 메간 폭스나 린제이 로한같은 배우들에 비하면 인기는 아기수준일지 몰라도 연기력은 할머니뻘인 엘렌 페이지. 그녀의 연기를 계속 감상할 수 있다는 사실이 매우 기쁘다. 어쨌든 영화 <위핏>은 10대 소녀의 성장기를 그린 영화이니 만큼 10대 소녀들에게 적극 권장하고 싶다. 헐리웃 영화이기 때문에 우리나라와 약간 정서가 어긋날 수도 있지만(개그코드도 약간 달라 웃을 때 못웃을 수 있음 ㅎㅎ) 영화가 제시하는 방향과 공감대는 관객들에게, 특히 10대 소녀관객들에게 아주 유익한 요소가 될 것 같고, 솔직히 재미로만 따져도 충분히 볼만한 영화이기 때문에 추천하고픈 마음이 더 생기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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