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ro
스페인 출신의 신인감독 로드리고 코르테스의 두 번째 작품 <베리드>, 이 영화를 도대체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냥 최고다. 말이 필요없다. 그래도 리뷰를 쓰기로 마음먹었으니 진한 여운을 고스란히 간칙한 채 썰을 한번 풀어보고자 한다. 밀실 속 한 남자의 모노드라마 Reignman 6피트의 땅 속, 90분의 산소, 탈출구는 없다, 살고 싶다면 통화하라, 그리고 관 속에 갇혀 라이터를 켜고 있는 남자의 모습,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베리드>의 포스터이다. 사실 이 영화를 보고자 마음먹은 이유는 극장에서 우연히 발견한 전단 때문이다. 여담이지만 전단을 정말 잘 만들었다. 영화를 감상한 후에 다시 보니 캐치프레이즈들이 하나같이 예술, 코팅해서 소장하고 싶게 만드는 전단이다. 물론 영화가 좋기 때문에 그런 마음이 드는 것 아니겠는가. 어쨌든 <베리드>, 이 영화 대단히 신선하고 독창적이고 파격적이고 감동적이고 재미있는 작품이다. Reignman 일단 <베리드>의 등장인물은 폴 콘로이(라이언 레이놀즈), 단 한 사람이다. 몇몇 인물이 핸드폰과 동영상을 통해 목소리와 얼굴을 내비치긴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폴 콘로이의 모노드라마가 맞다. 어디 그뿐인가. 장소적 배경은 좁디좁은 관 속에서 벗어나질 않는다. <파라노말 액티비티>나 <큐브> 등 한정된 공간에서 전해지는 밀실의 공포는 이미 익숙하여 새로울 것이 없지만 <베리드>의 경우 사람 하나 들어가면 꽉차는 관 속이 장소적 배경의 전부가 되고 있으니 신선하기 그지없다. Reignman 좁은 공간에서 한 사람을 가지고 만든 영화가 과연 재밌을까? 당연히 의구심을 갖게 될 수 밖에 없다. 그런데 기가 막히게 재미있다. 구성이 단순한 만큼 영화의 흡인력이 높아지고, 관객들의 몰입도 역시 함께 높아진다. 그렇다고 플롯마저 단순한가? 그게 절대 그렇지가 않다. 협소한 공간에서, 그것도 한 사람이 꾸려 나가는 이야기의 구성이 이보다 더 치밀하고 풍부할 수 없다. 그것은 극소화된 정보 범위의 문제를 관객들이 직접 해결할 수 있다는 것에 기인한다. 물론 기본적인 정보는 모두 제공된다. 관객들은 그저 머릿속으로 이미지만 그리면 되는 것이다. ⓒ Versus Entertainment. All rights reserved. Reignman 로드리고 코르테스의 치밀한 연출은 관객들의 상상이 산으로 가는 것을 막는 일종의 방어막이다. 그런 의미에서 라이언 레이놀즈의 호연을 또 칭찬하지 않을 수 없다. 스칼렛 요한슨의 남편(오늘 이혼했다는 소식)으 로 더 잘 알려진 그는 생애 최고의 연기를 선보이며 관객들의 감정이입을 적극 돕는다. 그와 함께 분노하고 욕설을 내뱉는다. 함께 희망하고 또 함께 슬퍼한다. 그가 시도한 수십 통의 전화는 분노와 절망, 두려움과 공포, 희망과 감동, 심지어 웃음(물론 냉소)까지 선사하는 파급 효과를 가지고 있다. 이렇게 감동적인 서스펜스를 느껴 본 적 있는가 Reignman 오프닝 크레딧의 이미지와 배경음악은 이 영화의 장르를 스릴러라고 말한다. 이어지는 30초 간의 정적, 어느 남자의 기침 소리가 들리고 검은 화면은 30초 더 지속된다. 곧이어 라이터에 불이 켜지고 정체 모를 남자가 등장하여 공포 분위기를 조장한다. 시간이 흐를수록 공포와 함께 다양한 감정이 복받쳐 올라온다. 물론 숨이 멎을 것 같은 서스펜스는 처음부터 끝까지 지속된다. 이렇게 감동적인 서스펜스를 느껴 본 적 있었나. <미스트>란 영화를 봤을 때와는 또다른 느낌이다. 그동안 겪어보지 못한 이 놀라운 감정의 변화, 새로운 경험을 하게 해준 <베리드>에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다. 땡큐! outro Reignman 영화 <베리드>는 결말까지 마음에 쏙 드는 작품이다. 예상 밖의 결말이 모두 끝나면 엔딩 크레딧과 함께 경쾌한 노래가 울려 퍼진다. 음악의 분위기가 경쾌하다고 해서 해피엔딩은 아니다. 영화 끝났으니 이제 가라는 말이다. 일단 음악을 감상하며 두 뺨에 타고 흐른 눈물 좀 닦고, 진득하니 앉아 여운을 즐긴다. 달콤한 쿠키가 기다리고 있을 줄은 몰랐다. 사실 달콤하지는 않고 좀 심심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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