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와에서 야경사진 찍다가 삥 뜯긴 이야기!" 캐나다의 수도 오타와를 여행하면서 겪은 일이다. 외국인들에게 속된 말로 삥을 뜯긴 이야기인데 어떻게 보면 오히려 내가 삥을 뜯었다고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아니, 당시 상황을 곰곰히 생각해 보자면 윈윈(Win-Win)이라고 보는 것이 가장 정확할 것 같다. 도대체 무슨 사연이냐고?
레인맨 : 선생님 수고하셨습니다. 그럼 안녕히 주무세요.
임부장 : 네, 오늘 하루도 수고했어요. 푹 쉬고 내일 아침에 봅시다. 캐나다여행 14일째가 되던 날, 온타리오주에서의 마지막 밤을 맞이했다. 토론토에서부터 킹스턴, 오타와까지 5박 6일 동안이나 통역과 가이드 역할을 수행하며 우리의 귀와 발이 되어 준 임부장과도 어느덧 마지막 밤이었다. 10여 년 전 캐나다로 이민을 왔다는 임부장은 고국에서 온 두 청년을 마치 친자식처럼 살갑게 대해 주었다. |
Ottawa, Ontario, Canada 2011, ⓒ Reign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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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의 밤은 아름답다!" 정해진 일정을 모두 마무리한 나는 땅거미가 젖어들고 있을 때 즈음 여느 때처럼 카메라와 삼각대를 정리하며 밖으로 나갈 채비를 갖추었다. 캐나다를 여행하면서 놓치고 싶지 않았던 부분 중 하나가 바로 야경이었던 만큼 피곤함을 무릅쓰고 거리로 나섰다.
레인맨 : 가츠님, 오늘도 안 나감?
가츠 : 저는 지금부터 풀취침에 들어갑니다. 다녀오세요. 언제나 그렇듯 야경 대신 숙면을 선택한 악랄가츠. 그런 그를 두고 나 홀로 외로운 출사를 시작했다. 한창 사진을 찍던 중 태양은 어느새 완전히 자취를 감추었고, 오타와의 밤이 어두워질수록 거리의 사람들은 점차 줄어들었다. 바로 그때 어디선가 들려오는 꼬부랑말~
외쿡인 : ㅁㅇㄴ리ㅏㅓㄴㅇ라ㅣㅓ ㄴㅇ라ㅣㅓ ㄴㅇ라ㅣㅓ ㅇㄴㄹ
친구들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고개를 돌려 보니 한 남성이 차를 타고 지나가며 알 수 없는 말을 내뱉었다. 같이 차를 타고 있던 친구들은 그 남성의 말에 웃음을 터뜨렸다. 영어만 되어도 대충은 알아들을 수 있겠는데 불어라 도통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참고로 퀘벡 바로 옆에 위치한 오타와에는 프랑스어를 쓰는 사람들이 제법 많다. |
Ottawa, Ontario, Canada 2011, ⓒ Reign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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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말을 떠들고 간 것인지 알 수는 없지만 무언가에
거나하게 취한 사람들이 나에게 시비를 걸고 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밤이 많이 깊었고 슬슬 긴장모드에 돌입할 시간이 된 것
같다. 캐나다는 선진국인 만큼 훌륭한 치안을 자랑한다. 적어도 내가 가 본 아홉 개 도시에서는 밤 늦게 혼자 돌아다녀도 아무런
위험이 없었다. 물론 한국과 마찬가지로 부랑자들이나 술에 취한 사람들이 돌아다니기도 한다. 하지만 순찰을 하는 보안요원이나 경찰도
있기 때문에들도 함께 돌아다니기 때문에 이상한 행동만 하지 않는다면 별로 문제될 것이 없다. "그래도 슬슬 긴장해야겠는데?"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면서 순간을 포착하는 스냅사진과는 달리 야경사진은 한자리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게 된다. 그때도 어김없이 구도를 잡고 장노출을 통해 빛을 모았다. 그렇게 결과물을 기다리고 있는데 왠지 모르게 껄렁껄렁해 보이는 무리가 시야에 들어왔다. 그들 역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레인맨 : 흑형 하나 포함해서 총 4명. 나이는 20대 초반에서 중반 정도. 어쩌지? ㄷㄷ;
나는 루저이기는 하지만 키가 작은 편도 아니고, 인상 역시 깨끗한 편이 아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나름 먹어주는 비주얼이지만 카메라와 렌즈 3개를 비롯한 고가의 카메라 장비들 때문에 크게 긴장할 수 밖에 없었다. 만약 그들이 작정하고 덤벼든다면? 생각만해도 아찔했다. |
Ottawa, Ontario, Canada 2011, ⓒ Reignman
Ottawa, Ontario, Canada 2011, ⓒ Reign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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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해 보여야 해!" 담배 하나를 꺼내 입에 물었다. 장노출이 진행되는 동안 딱히 할 일도 없고, 긴장감을 완화시키기 위한 이유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나를 쳐다보고 있는 그들로 하여금 강해보이는 인상을 심어주기 위함이었다. 그런데 이럴수가, 담배에 불을 붙이는 순간 무리 중 한 명이 나에게로 다가왔다. 키는 작지만 왠지 다부져 보이는 백형이었다. 그는 카메라에 관심을 보였다.
백형 : 나이스 카메라~
레인맨 : 때..땡큐. (이거 어쩌지? ㅜㅜ) 자연스럽게 자리를 벗어날까? 아니면 삼십육계 줄행랑? 카메라에 관심을 보이는 백형에게서 벗어날 방법을 모색하고 있는데 그가 갑자기 담배를 요구했다.
백형 : 담배 있어?
레인맨 : 넵! (나 삥 뜯기는 거야? ㅜㅜ) 삥은 뜯겼지만 카메라가 아닌 담배쯤이야 얼마든지 줄 수 있었다. 그런데 백형이 불쑥 주먹을 내밀었다. 잔뜩 긴장한 나는 백형의 손에 들린 금속 물질을 보고야 말았다. 이게 뭐지! |
Ottawa, Ontario, Canada 2011, ⓒ Reignman
Ottawa, Ontario, Canada 2011, ⓒ Reign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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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세히 보니 백형의 손에 들린 금속 물질은 동전이었다. 루니라는 별칭의 1달러짜리 동전이었다. 거래를 하자는 건가? 어리둥절해진 나는 동전을 받고 담배 4개비를 꺼내어 백형에게 주었다. 돈을 주지 않아도 담배 4개비 정도는
그냥 줄 수도 있었지만 돈을 안 받으면 왠지 자신을 거지 취급한다며 때릴 것 같아 쓸데없는 아량은 베풀지 않았다. "담배값이 금값!" 사실 캐나다에서는 담배를 아주 비싸게 판다. 담배 1갑의 가격이 보통 10~12$ 정도, 우리나라 담배값의 4배가 넘는다. 그래서 편의점이나 마트에서 담배를 사지 않고, 사람들에게 1달러나 2달러 동전을 주고 담배를 구입하는 경우가 많다. 나 또한 캐나다를 여행하면서 동전을 받고 담배를 파는 경우가 자주 있었다.
흑형 : 담배 하나 팔래?
레인맨 : 여부가 있겠습니까. 이번에는 흑형이 내게 다가와 담배를 팔라고 했다. 물론 1달러 동전과 함께... 나는 다시 담배 4개비를 꺼내어 흑형에게 주었다. 흑형은 나의 후한 인심에 감동한 듯 주먹을 내밀며 이렇게 말했다.
흑형 : 너 완전 쿨한데? 하이파이브~
레인맨 : (주먹을 부딪치며) 하핫~ 감사합니다. 순식간에 담배 8개비가 사라졌다. 다행히 뜯지도 않은 새 담배를 가지고 있었고, 호텔에도 여분의 담배가 있었지만 뭔가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머리 속으로 계산을 하기 시작했다.
레인맨 : 면세점에서 담배 1보루를 2만원에 샀으니까 8개비면 1600원, 2달러면 2천원이 조금 넘으니까 이거 완전 남는 장사네. 이거 내가 삥 뜯긴 게 아니라 오히려 내가 삥을 뜯은 것 같은데?
그렇게 나는 야경사진을 찍다가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수입을 올리게 되었다. |
Ottawa, Ontario, Canada 2011, ⓒ Reignman
Ottawa, Ontario, Canada 2011, ⓒ Reign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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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완전 쿨한 동양인이 있어!" 1달러에 담배를 4개씩이나 주는 대인배 동양인에 대한 소문이 오타와 전역에 퍼지기 시작했다. 캐나다에서는 1달러에 1~2개비의 담배를 받는 것이 보통이기 때문에 나를 찾는 사람들은 점차 늘어났다. 어떤 사람은 5달러짜리 지폐를 주며 담배 1갑을 요구하기도 했으나 나는 사재기를 방지하기 위하여 1달러 이하의 거래만 받아들였다.
백누나 : (25센트 동전을 내밀며) 하나도 가능?
레인맨 : 콜! 원래는 안되는데 누나가 예뻐서 가능. 예쁜 누나들에게는 서비스로 1개비씩 더 챙겨 주었다. 나는 장사를 하면서도 사진 찍는 것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담배를 사러 온 사람들 중에는 사진에 관심을 보이는 흑누나도 있었다.
흑누나 : 너 사진도 잘 찍는구나. Excellent! Awesome! Fantastic!
레인맨 : 하핫~ May I Take a Picture? 그러나 스트로보도 없이 어둠 속의 흑인 누나를 찍는 것은 무리수였다. 그리고 카메라에 달린 3인치 LCD는 매직 LCD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노출이 어긋난 사진, 흔들린 사진 모두 그저 예쁘게 보인다. 사기에 가깝다. 게다가 화려한 야경사진의 경우 더욱 예뻐 보일 수 밖에 없다. 사진 실력은 너무나도 부족했지만 매직 LCD 덕분에 나의 인기는 하늘로 치솟았다. 의기양양해진 나는 높아만 가는 인기에 힘입어 피곤함도 잊은 채 야경사진에 매진했다. 그렇게 찍은 사진들을 몇 장 공개하며 오늘의 이야기를 마무리한다. 한편 다음날 몬트리올에 도착한 나는 그날 밤도 어김없이 야경사진을 찍으러 나갔다. 물론 충분한 양의 담배와 함께... |
Ottawa, Ontario, Canada 2011, ⓒ Reign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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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awa, Ontario, Canada 2011, ⓒ Reign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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