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지배하다




캐나다는 축구를 잘 못한다. 야구는 좀 잘할 것 같은데 생각보다 잘 못한다. 농구나 배구 등 기타 종목 역시 마찬가지, 나라의 규모나 위상에 비해 스포츠에서 만큼은 강한 면모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겨울이 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캐나다는 겨울 스포츠에 있어서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하계 올림픽에서는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지만 동계 올림픽이 열리면 메달을 휩쓴다. 더욱이 지난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는 종합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레인맨  :  캐나다인들은 전부 스케이트 선수란 말이 있던데... 그거 사실임?
루비     :  설마! 못 타는 사람이 더 많음. 브라질 사람이라고 다 축구 잘함?
레인맨  :  하긴 한국인이라고 태권도를 다 잘하는 건 아니지. 뼛속까지 확 와 닿는 비유 인정!

우문현답이었다. 몬트리올에서 만난 가이드 루비는 내 어리석은 질문에 '캐나다는 겨울 스포츠가 활성화된 나라이긴 하지만 국민 모두가 스키와 스케이트를 잘 타지는 않는다'라고 현명하게 답했다. 물론 다른 나라에 비해 스키나 스케이트를 잘 타는 사람의 비율이 좀 높긴 할 거라는 조건을 달기는 했다. 또한 루비는 겨울 스포츠를 즐기는 방법의 다양성을 강조했다. 스포츠를 직접 하는 사람도 많지만 외적인 것에 관심을 갖거나 스포츠 경기를 관람하는 것에 더 큰 재미를 느끼는 사람도 많다는 이유에서다.

"캐나다의 국기이자 국민 스포츠, 아이스하키!"

겨울 스포츠에도 여러 종목이 있다. 그중에서 캐나다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종목은 뭐니 뭐니 해도 아이스하키가 될 것이다. 캐나다는 역대 올림픽에서 아이스하키 결승전에 12번이나 진출하여 그중 8번을 우승했다. 1998년 나가노 동계올림픽부터는 여자 아이스하키가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었고, 이후 캐나다는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까지 4번 모두 결승에 진출, 그중 3번을 우승했다. 남자나 여자나 세계 최고의 강팀인 것이다. 활성화된 자국 프로리그는 물론 세계 무대에서도 이렇게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는 아이스하키가 인기를 끄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인 것 같다.

5달러짜리 캐나다 지폐의 뒷면을 보면 아이스하키를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아이스하키의 인기와 상징성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캐네디언들은 월드컵보다 NHL(북미아이스하키리그) 스탠리컵 경기에 더 열광한다. NHL리그가 창설된 지도 벌써 94년, 월드컵보다 역사가 더 깊다. 현재 캐나다 지역을 연고로 NHL에 소속된 팀만 하더라도 몬트리올 캐나디언스, 오타와 세너터스, 토론토 메이플 리프스, 위니펙 제츠, 캘거리 플레임스, 에드먼턴 오일러스, 밴쿠버 커넉스 등 일곱 개 팀이 넘는다.

NHL 경기가 열리는 날이면 축구 경기가 열리는 유럽을 보는 것처럼 도시 전체가 시끌벅적해진다. 경기장은 물론 주변 지역의 펍과 바 등은 맥주와 함께 아이스하키를 즐기는 사람들로 넘쳐난다. 그야말로 광란의 도가니가 펼쳐진다고 할 수 있다. 심지어 경기 결과에 격하게 반응한 사람들의 감정이 폭동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종종 생긴다. 지난 6월 밴쿠버에서 벌어진 폭동이 바로 그런 경우이다. 홈팀 밴쿠버의 완패에 분노한 극성팬들은 도심을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이는 분명히 잘못된 행태라고 볼 수 있지만 캐나다 사람들로 하여금 아이스하키가 얼마나 위대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깨닫게 하는 결과로도 볼 수 있다. 그들에게 아이스하키는 스포츠가 아니다. 종교다.


Bell Centre, Montreal, Quebec, Canada 2011, ⓒ Reignman


Bell Centre, Montreal, Quebec, Canada 2011, ⓒ Reignman


Bell Centre, Montreal, Quebec, Canada 2011, ⓒ Reignman


"몬트리올 중심가에 위치한 스포츠·오락 복합시설, 벨 센터!"

캐나다여행 15일째가 되던 날 몬트리올에 위치한 벨센터(Bell Centre)를 찾았다. 1996년 설립된 벨센터는 전화회사인 '벨 캐나다'에게 소유권이 넘어가면서 2002년부터 벨센터라는 이름을 갖게 된 아이스하키 경기장이다. 벨센터를 찾은 날 아이스하키 경기가 열리지는 않았지만 주위를 둘러보며 아이스하키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벨센터에서는 경기가 없는 날이나 시즌이 끝난 뒤에 야구, 농구, 복싱, 이종격투기 등 다양한 스포츠 경기가 진행되기도 한다. 또한 벨센터는 각종 공연 및 아이스쇼와 뮤지션들의 콘서트 무대로도 활용되고 있다. 몬트리올 시민들의 스포츠·문화 생활을 책임지는 복합시설이라 할 수 있다. 참고로 벨센터의 수용인원은 중앙 무대의 크기에 따라 달라진다. 아이스하키나 복싱, 아이스쇼의 경우 2만 2천 명을 수용할 수 있고, 무대가 큰 공연이나 야구 경기의 경우 2만 명 정도 수용할 수 있다.

"NHL을 대표하는 아이스하키 명문 구단, 몬트리올 캐나디언스!"

벨센터는 몬트리올을 연고로 하고 있는 NHL팀인 캐나디언스가 홈구장으로 이용하는 곳이다. NHL 이스턴콘퍼런스 북동부지구에 소속된 몬트리올 캐나디언스는 캐나다 제일의 아이스하키팀으로 손꼽히는 명문 구단이다. 최근에는 과거의 명성에 비해 다소 부진한 성적을 내고 있지만 오랜 역사와 전통을 바탕으로 여전히 많은 팬들을 확보하고 있다. 캐나디언스가 창단한 지도 벌써 100년이 넘었다. 1909년 창단한 캐나디언스는 1917년 NHL을 창단한 다섯 개 팀 중 하나이기도 하다.

몬트리올 캐나디언스는 챔피언 결정전에서 무려 24회나 우승한 NHL 역대 최다 우승팀이다. 그런데 1980년대 들어서면서 우승 횟수가 점차 줄어들었고, 1993년을 마지막으로 우승을 차지하지 못한다. 캐나디언스의 하락세와 함께 다른 캐나다 팀들 역시 미국 팀에게 밀리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캐나디언스의 부활을 기대할 수 밖에 없다. 창단 이후 지금까지 2천 7백승 이상을 거두며 역대 최고의 승률을 기록한 팀, 1956~1960년  5년 연속 우승이라는 대기록을 세운 팀이 바로 캐나디언스이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아이스하키를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지만 캐나디언스가 과거의 영광을 재연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캐나디언스의 역사와 함께한 국민 영웅 '더 로켓' 모리스 리차드를 추억한다.



Montreal, Quebec, Canada 2011, ⓒ Reignman

몬트리올 날씨가 영...
시내를 돌아다니고 있는데 뺨을 살짝 살짝 간지럽히는 정도의 비가 내렸다.


Bell Centre, Montreal, Quebec, Canada 2011, ⓒ Reignman

비를 피할 수 있는 나무와 잠시 쉴 수 있는 벤치를 발견했다.
의자가 살짝 젖어 있어 사진만 찍고 그냥 이동.


Bell Centre, Montreal, Quebec, Canada 2011, ⓒ Reignman

앙증맞은 형색의 치킨 배달 차량이 눈에 들어왔다.
사진에 보이는 차량은 두 대 뿐이지만 이런 차가 여덟 대 정도 주차되어 있었다.
마치 병아리가 행진하는 것처럼 귀여웠다.


Bell Centre, Montreal, Quebec, Canada 2011, ⓒ Reignman

바로 그때 어린 학생들이 떼지어 이동하는 모습이 보였다.
어디로 가는 걸까?


Bell Centre, Montreal, Quebec, Canada 2011, ⓒ Reignman

여기도 마찬가지, 조용했던 주변 분위기가 갑자기 시끌벅적해졌다.


Bell Centre, Montreal, Quebec, Canada 2011, ⓒ Reignman

교복을 입은 여학생들의 발길도 같은 곳으로 향했다.


Bell Centre, Montreal, Quebec, Canada 2011, ⓒ Reignman

그들이 향한 곳은 다름 아닌 벨센터.
아이스하키 뿐만 아니라 다양한 문화 행사가 열리는 곳이라 언제나 많은 사람들의 발길이 닿는 곳이다.
또한 벨센터는 Lucien L'allier역과 Bonaventure역 사이에 위치하고 있으며 지하철역과 바로 연결된다.


Bell Centre, Montreal, Quebec, Canada 2011, ⓒ Reignman

벨센터 앞 광장에는 이렇게 아이스하키 선수들의 동상이 세워져 있다.


Bell Centre, Montreal, Quebec, Canada 2011, ⓒ Reignman

동상 대신 등번호로 대신한 선수들도 많이 보인다.
모두 캐나디언스의 레전드 선수들이다.


Bell Centre, Montreal, Quebec, Canada 2011, ⓒ Reignman

광장 바닥에는 서포터즈들의 응원 메시지가 담긴 벽돌이 깔려 있다.


Bell Centre, Montreal, Quebec, Canada 2011, ⓒ Reignman

한 남학생이 캐나디언스에 대한 공부를 하고 있다.
몬트리올 인구의 80%는 불어를 사용하는데 이 학생은 영어 소개를 읽었다.


Bell Centre, Montreal, Quebec, Canada 2011, ⓒ Reignman

벨센터의 한쪽에 마련된 캐나디언스 존.
안에는 기념품샵과 역사관 등이 자리하고 있다.


Bell Centre, Montreal, Quebec, Canada 2011, ⓒ Reignman

캐나디언스 선수들의 유니폼과 아이스하키 용품들을 팔고 있는 기념품샵.
시간이 별로 없어서 가게 안까지 들어가 보지는 못했다.


Bell Centre, Montreal, Quebec, Canada 2011, ⓒ Reignman


Bell Centre, Montreal, Quebec, Canada 2011, ⓒ Reignman


Bell Centre, Montreal, Quebec, Canada 2011, ⓒ Reign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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