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지배하다




점심을 먹고 오래간만에 TV를 본다. 마땅히 할 일이 없어 집에서도 안보는 TV를 여행지까지 와서 열심히 시청한다. 때마침 동물 다큐멘터리가 방영 중이다. 재미있게 보다가 이내 달콤한 낮잠에 빠져든다. 여행와서 낮잠이라니 아주 천하태평이다. 사실 오전에 거친 바람과 눈발을 헤치고 톨칸이에 다녀온 것이 무리가 됐는지 몸이 아주 으슬으슬했다. 감기는 눈꺼풀을 올릴 여력이 없다.

그렇게 낮잠을 자기 시작한지 얼마나 됐을까, 눈을 뜨는 순간 시계부터 확인해본다. 제법 오랫동안 잔 것 같은데 시계의 시침은 한 칸밖에 움직이지 않았다. 몸을 감싸고 있던 한기도 다 사라진 것 같다. 겨우 1시간의 낮잠 덕분에 컨디션이 아주 최상이다. 창밖을 내다보니 눈도 오지 않는다. 나가야겠다.


제주도 우도 검멀레해수욕장 2010, ⓒ Reignman

제주도 우도 검멀레해수욕장 2010, ⓒ Reignman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면서 또다시 어둠이 찾아오기 시작한다. 오늘 해가 지고 밤이 되면 우도에서 몇 번째 밤을 맞이하는 거지? 우도에서 3일 넘게 지내고 있다보니 날짜 개념도 가물가물해지는 것 같다. 어쨌든 사진도 찍고 경치도 감상하라면 해가 더 떨어져 어둠이 찾아오기 전에 열심히 달려야 한다. 또한 이곳은 태양이라는 위대한 조명에 크게 의지하는 곳이다. 밤이 되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제주도 우도 검멀레해수욕장 2010, ⓒ Reignman

제주도 우도 검멀레해수욕장 2010, ⓒ Reignman

제주도 우도 검멀레해수욕장 2010, ⓒ Reignman


그렇게 도착한 곳은 우도의 팔경 중 하나인 검멀레 해안. 검은 모래사장이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어 내는 해수욕장이다. 지금은 온통 눈으로 덮여 있어서 색다른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지만 검멀레 해수욕장의 진가는 여름에 발휘된다. 검은 모래사장과 푸른 바다, 그리고 장엄한 우도봉의 조화, 한적한 분위기 속에서 자연을 느끼고 있으면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은 기분이 들 것이다. 여름에 다시 한번 이곳을 찾아 검은 모래사장 위에서 해수욕을 즐기고 싶다.


제주도 우도 검멀레해수욕장 2010, ⓒ Reignman

제주도 우도 검멀레해수욕장 2010, ⓒ Reignman

제주도 우도 검멀레해수욕장 2010, ⓒ Reignman


한편 해질 녘에 검멀레를 찾으면 우도봉 뒷쪽으로 떨어지는 환상적인 낙조와 붉은 노을을 감상할 수 있다. 산책로를 따라 걸으며 우도봉과 검멀레 해안이 잠들어 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동물 다큐멘터리를 감상하는 것 만큼이나 감동적이다.


제주도 우도 검멀레해수욕장 2010, ⓒ Reignman

제주도 우도 검멀레해수욕장 2010, ⓒ Reignman

제주도 우도 검멀레해수욕장 2010, ⓒ Reignman


해질 녘 검멀레 해안의 풍경에 완전히 매료되었는지 열심히 사진을 찍고 있는 클라라 누님. 가까이 다가가도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하고 있다. 찍고, 찍고, 또 찍고... 계속 찍어도 멋진 사진이 나오기는 하지만 계속 찍어도 원하는 사진이 안나온다. 사람의 눈보다 나은 카메라는 없기에 눈으로 봤을 때의 풍경을 사진으로 전달하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검멀레 해안의 낙조도 점점 사라져 간다. 이제 컴백펜션해야 할 시간이 되었다. 아까 낮에 잠도 잤겠다 잘 시간이 되려면 아직 멀었는데 이제 무엇을 해야 할지 다소 막막하다. 하지만 즐거운 여행에 콧노래가 절로 나온다. '남자는 여자를 귀찮게 해'라는 노래를 흥얼거리며 저물어 가는 우도의 하루를 다시 한번 보낸다.


제주도 우도 검멀레해수욕장 2010, ⓒ Reignman

제주도 우도 검멀레해수욕장 2010, ⓒ Reign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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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산들바람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약간 붉은 빛 도는 하늘과 설경이 잘 어울려 더욱 아름답게 빛나는군요~~

    2011.02.27 07:22 신고
  2. BlogIcon 생각하는 돼지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환상적이라는 말 밖에는...^^* ㅋ

    2011.02.27 07:22 신고
  3. BlogIcon 나이스블루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말 아름다운 풍경입니다.

    즐거운 주말 되세요...^^

    2011.02.27 07:24 신고
  4. 해피트리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해질녘 우도의 풍경을 아름답게 찍으셨습니다
    저도 갔었는데 연무가 있어 아쉬움이 컸었죠

    2011.02.27 07:38 신고
  5. BlogIcon 그린레이크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해질녁이라 그런지 더 신비스럽게 느껴져요~~~
    눈이와서 더 매력적이니~~멋집니다~~~

    2011.02.27 09:55 신고
  6. BlogIcon 벨제뷰트홀릭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윈도 바탕화면 스러운 그런 걸작들이 많이 나왔네욧
    음.. 조금 몽환적인 느낌??
    좋아요^^

    2011.02.27 15:19 신고
  7. BlogIcon ILoveCinemusic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노을녘의 다채로운 하늘풍경들을 좋아라 합니다^^

    2011.02.27 17:52 신고
  8. BlogIcon 바람될래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친구들이랑 다섯명이서 제주도 여행을 하면서 우도를 들어갔을때
    쭈쭈바를 먹으면서 검벌레를 돌아봤던 기억이 납니다..
    그때는 5월이였는데도
    무척 더웠거든요..

    2011.02.28 08:19 신고
  9. BlogIcon 선민아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우도의 겨울 정말 끝내주네요~~

    2011.02.28 12:28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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