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지배하다




전날 저녁 우도에 도착한 나는 피곤했는지 늦잠을 자고 말았다. 이른 아침 눈을 뜨긴 했으나 어둑어둑한 분위기에 아직 새벽인가보다 하고 이내 다시 잠을 청했지만 실은 아침을 훨씬 넘긴 시간이었다. 하늘을 완전히 가린 먹구름 때문에 해가 중천에 떠 있을 시간에도 세상은 그렇게 밝지 않았다.

이불 속에서 뒤척이다가 정신을 차린다. 궂은 날씨에 딱히 정해진 일정도 없지만 그래도 여행을 왔는데 펜션에서 미적거리기만 하는 것은 너무 사치스러운 것 같다. 대충 씻고 카메라를 챙겨 밖으로 나선다.


제주도 우도 2010, ⓒ Reignman

제주도 우도 2010, ⓒ Reignman

자고 일어났더니 온 세상이 하얗게 변했다.
간밤에 눈이 얼마나 온 것인지 수북히 쌓인 눈 속으로 발이 푹푹 빠진다.
걷는 것 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재미가 있다.


제주도 우도 2010, ⓒ Reignman

눈을 밟을 때 나는 뽀드득 소리가 재밌고, 눈이 발 아래로 뭉쳐지는 느낌이 재밌다.
신발 속으로 눈이 들어오면서 깜짝깜짝 놀라게 하는 차가운 느낌도 재밌다.
하지만 눈이 체온에 녹으면서 양말이 젖을 때의 느낌은 참 재미가 없다.
찝찝하다.


제주도 우도 2010, ⓒ Reignman

제주도 우도 2010, ⓒ Reignman


그런데 먹구름 사이로 빼꼼히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하늘이 아주 파랗다. 먹구름이 없는 지역은 따스한 햇살도 비추고 있다. 먹구름만 없다면 날씨가 괜찮은 건데 아쉽기만 하다. 먹구름의 경계면 아래에 서본다. 왼편으로는 따뜻한 햇살이 비추고, 오른편으로는 눈발이 날린다. 불과 몇 미터 차이로 극과 극의 날씨를 보여주는 우도, 재밌다.


제주도 우도 2010, ⓒ Reignman

제주도 우도 2010, ⓒ Reignman

제주도 우도 2010, ⓒ Reignman


바닷가 쪽으로 발걸음을 옮겨 본다. 강하게 부는 바람과 간헐적으로 쏟아지는 눈발에 사진 촬영은 물론 걷는 것도 만만치 않다. 파도가 치면서 높게 솟은 염분 높은 바닷물이 강한 바람에 날려 카메라를 적시고, 옆에서 내리는 눈이 자꾸 뺨을 때린다. 사진만 보면 그냥 그런가보다 싶겠지만 날씨 정말 지랄같았다. 눈에 보이지 않는 날씨를 사진으로 표현할 수 없음이 아쉬울 뿐이다.


제주도 우도 2010, ⓒ Reignman

무거운 시멘트 발을 갖고 있는 벤치가 강한 바람에 쓰러져 있다.


제주도 우도 2010, ⓒ Reignman

파릇파릇한 식물이 그와중에 꽃을 피우고 있다.


제주도 우도 2010, ⓒ Reignman

제주도 우도 2010, ⓒ Reignman


강한 바람과 눈발에 시야도 확보하기 어렵다. 두터운 외투로 카메라와 얼굴을 감싸고 마치 죽은 척을 하듯 가만히 있으면 아주 잠깐이긴 하지만 타이밍이 생긴다. 그때 고개를 들어 바다를 쳐다본다. 궂은 날씨가 야속하지만 풍경은 아름답기만 하다. 풍경은 아름다우나 컨디션은 아름답지 못하다. 찬바람을 많이 맞아서 몸에 한기가 돈다. 점심시간이 되어 슬슬 배도 고프다. 그래, 여기까지 하자. 이제 그만 컴백펜션해야겠다.


제주도 우도 2010, ⓒ Reign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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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BlogIcon 드래곤포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설경속의 우도는 또다른 모습을 보여주네요 ^^

    2011.02.22 09:40 신고
  3. BlogIcon 생각하는 돼지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설경이 아주 멋있습니다~~

    2011.02.22 10:04 신고
  4. BlogIcon Julie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우도는 몇번이나 다녀 왔지만 설경은 처음봐요.
    우도 참 예쁜 곳이죠.
    설경도 너무 아름답네요.

    2011.02.22 11:43 신고
  5. BlogIcon 늘푸른나라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멋진 사진입니다.

    건강하셔서 더 좋은 영상기대합니다.

    즐거운 하루 되세요.

    2011.02.22 12:14 신고
  6. BlogIcon 꼴찌PD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하얀 세상 너무 예쁘네요.

    2011.02.22 12:50 신고
  7. BlogIcon PAVLO_Manager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예쁜 눈이군요~^^ 인제 날씨가 포근해져서
    봄이온듯한 느낌이였는데 우도는 아직 겨울의 느낌이
    아직 많이 남아있네요~~!!ㅎㅎ

    2011.02.22 14:01 신고
  8. BlogIcon 김천령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우도의 설경도 매력적이군요.
    잘 보고 갑니다.

    2011.02.22 14:59 신고
  9. BlogIcon Microoky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우도에도 많은 눈이내렸군요 ㅎㅎ
    하얗게 변한 우도가 무척이나
    아름답습니다~^^

    2011.02.22 15:11 신고
  10. BlogIcon 간이역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우리나라에 이렇게 멋진 곳이 있다니 겨울 지나기 전에 한번 다녀와야 겠어요!
    ^^

    2011.02.22 15:11 신고
  11. BlogIcon 굴뚝 토끼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제 우도 사진을 슬슬 풀어내시는군요..ㅎㅎㅎ
    언젠가부터 레인맨님 글보다 사진이 매력적이라는 생각이 자꾸 듭니다.
    반복해서 보다보니까 익숙해진건지
    안보이던 것들이 보이는 건지...
    아무튼 꽤나 매력적인 사진들입니다.

    2011.02.22 17:08 신고
  12. BlogIcon 더공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말 하얀 세상이라는 말이 딱 들어맞네요.
    제주도에 우도.
    다음에 꼭 한번 가보겠다는 다짐만 다시 한번 하고 갑니다. ^^

    2011.02.22 18:04 신고
  13. BlogIcon 그라운드 지기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까만 돌 위에 쌓인 눈이 마치 구름 같네요
    바닥에 쌓인 눈이 아니라 산 위의 구름 같아요

    2011.02.22 18:08 신고
  14. BlogIcon 언알파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듬성듬성 드러나는 모습들이 이쁘네요~
    덧붙여 신발도 이쁩니다 ㅎㅎㅎ

    2011.02.22 18:13 신고
  15. BlogIcon 도로시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우도가 이렇게나 예쁜지 몰랐네요.
    하얀 눈, 이제 겨울이 가면 볼 수 없겠죠~
    막판의 겨울을 즐겨야 겠어요~
    사진처럼 멋진 곳에 가고 싶네요~

    2011.02.22 18:35 신고
  16. BlogIcon 즐겨찾기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하늘하고 딱 맞닿아 있는 사진이 참 멋있네요
    가서 저 땅을 밟아 보고 싶어요 ~

    2011.02.22 19:03 신고
  17. BlogIcon 비바리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제가 갔던 수요일 오후에는 비가 내리기 시작하여
    할 수 없이 시골 어머니네 집으로 가버렸습니다.
    우도의 설경..한폭의 그림 같군요

    2011.02.22 20:05 신고
  18. BlogIcon ILoveCinemusic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멋진 설경이네요...눈 속에 핀 꽃이 아름답습니다^^
    국내섬은 제주도 밖에 가본적이 없어서...
    멋진곳이네요 우도~

    2011.02.22 21:03 신고
  19. BlogIcon ageratum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검은 동맹이들 위로 내린 눈이 너무 예쁘네요..^^

    2011.02.22 22:19 신고
  20. BlogIcon 비프리박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 와중에 눈을 뚫고 겨울을 견디며 녹색을 빛내는 녀석들의 생명력!!!
    멋지다는 말로도 부족합니다. 엊그제 구인사를 갔을 때에도 그런 녀석을 보고서 감탄을. ^^

    세번째 사진에서 아 넘 멋지다 라는 생각을 했는데
    스크롤 다운 하면서 보니 이거 뭐 다 멋지군요. 훗.

    제주도가 많이 땡기는데 당분간은 갈 엄두를 내기 어려운 곳이니. ㅜ.ㅜ

    2011.02.22 23:38 신고
    • BlogIcon Reignman  댓글주소  수정/삭제

      온통 하얀 세상에서 원색을 자랑하는 녀석들의 존재감이란! ㅎㅎ
      이번 여행은 좀처럼 보기 어렵다는 우도의 설경을 마음껏 볼 수 있어 특별한 여행이 된 것 같습니다. :)

      2011.02.25 20:20 신고
  21. BlogIcon 바람될래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제
    제주도에는 겨울까지는 볼수없겠죠..?

    2011.02.23 14:03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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