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지배하다




하얀 눈을 심심찮게 볼 수 있는 겨울입니다. 얼마 전에도 짧은 시간이었지만 제법 많은 눈이 세상을 뒤덮었습니다. 그렇게 한바탕 눈을 쏟아내고 난 후 더욱 쾌청해진 하늘을 바라보니 어디론가 출사를 떠나고 싶은 마음이 갑자기 마구 솟구치더군요. 어디 멀리 떠날 만한 여유는 되지 않고 해서 가까운 북촌한옥마을에 다녀왔습니다. 




종로의 북촌한옥마을은 경복궁과 창덕궁, 종묘 사이에 위치한 전통한옥 밀집 지역으로 서울의 대표적인 전통 주거지역입니다. 또한 많은 사적들과 문화재, 민속자료, 박물관, 갤러리 등이 있어 도심 속의 거리 박물관이라 불리어지는 곳이기도 합니다. 북촌은 동이 아니라 하나의 마을입니다. 가회동과 송현동, 안국동, 삼청동, 계동, 재동, 소격동 등의 행정구역이 모여 북촌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북촌한옥마을에 가는 방법과 방향은 다양합니다만 지하철 3호선 안국역에서 내려 북쪽으로 올라가기로 합니다. 가는 길에 멋진 자전거가 건물 벽에 붙어 있길래 카메라를 꺼내 사진을 찍습니다. 오랜시간 달리지 못하고 이렇게 방치된 것으로 보이는 자전거는 군데군데 녹이 슬어 더욱 빈티지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습니다.



안국역 2번 출구로 나와 헌법재판소를 지나 200미터 정도 올라가다보면 제동초교 바로 앞에 이렇게 관광객을 위한 안내소가 있습니다. 영화 <투어리스트> 를 관람하고 오는 길이라 그런지 투어리스트 안내소가 더욱 반갑게 느껴집니다. 어쨌든 지도를 한장 얻기 위해 안내소 안으로 들어가봅니다. 북촌한옥마을은 외국인 관광객도 많이 찾는 곳이기 때문에 다양한 언어로 된 지도가 있습니다. 그렇게 지도를 한장 손에 들고 밖으로 나섭니다. 안내소 직원의 친절함 덕분에 가뜩이나 좋은 기분이 더욱 좋아집니다.




안내소에서 얻은 북촌한옥마을 지도를 살펴보니 북촌 1경과 2경, 8경은 중심에서 많이 벗어나 있습니다. 그래서 북촌 3경에서부터 7경까지를 관광포인트로 잡고 느긋하게 출사를 즐길 작정입니다. 하지만 지도를 보며 머릿속으로 그린 동선은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결국은 발 가는 대로 움직이게 되니까요.



북촌한옥마을의 고아하고 아름다운 한옥들도 좋지만 한옥들 사이로 뻗어 있는 골목길의 풍경이 정겹고 좋습니다. 올 여름 '체부동 여행'을 하면서도 많인 느꼈지만 오래된 골목길에서 느껴지는 순박하고 고즈넉한 분위기가 참 좋습니다.





담장과 지붕의 기와에 새하얀 눈이 소복하게 쌓여 있습니다.
하얀 옷을 입은 한옥들이 북촌마을의 풍경을 더욱 눈부시게 만들어 주는 것 같습니다.




북촌한옥마을의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면서 정말 많은 박물관과 갤러리, 문화재를 본 것 같습니다. 하지만 골목길 사이사이를 걷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재미있고 볼거리가 많습니다. 북촌한옥마을의 박물관과 미술관, 문화재들은 나중에 따로 시간을 내서 둘러봐야 할 것 같습니다.






따스한 햇빛을 쬐며 걷는 것이 좋긴 하지만 영하의 기온에서 느껴지는 추위가 제법 신경이 쓰입니다. 콧물이 자꾸 나와 신경 쓰이고, 손이 얼어 카메라를 조작하는 것도 조금 더뎌집니다. 그래도 좋습니다. 추운 날씨 덕분에 만들어지는 풍경이 좋습니다.



정독도서관 뒷편에 난 골목길을 걷다가 빨간 장미꽃 한송이를 발견합니다. 사람들이 잘 드나들지 않는 공간에서 홀로 있으려니 얼마나 쓸쓸하고 외로울까요. 날씨도 이렇게 추운데 말이죠. 측은한 마음이 들어 오랜 시간 머물다 갑니다. 사진도 많이 찍어주고 말이죠.

쉬지도 않고 1시간 넘게 걸었더니 다리가 조금 아픕니다. 빙판길이 많아 다리에 힘을 주며 걸었더니 더 무리가 된 것 같습니다. 삼청동길을 지나 다시 가회동 쪽으로 방향을 틉니다. '비스킷 나눠먹기'라는 이름의 독특하고 재미있는 작품이 눈에 들어옵니다. 잠시 앉아 휴식을 취해 봅니다. 북촌한옥마을 출사는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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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인맨 Reign [rein] = 통치, 지배; 군림하다, 지배하다, 세력을 떨치다 여행과 사진, 그리고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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