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촌한옥마을 나들이, 그 두 번째 이야기입니다. 북촌한옥마을이 워낙 사진 찍기 좋은 곳이라 가득 담아 온 풍경들을 한번의
포스팅으로 소개하기에는 무리가 좀 있습니다. 귀여운 강아지들의 아슬아슬한 벽타기 쇼도 있고 해서 부득이하게 나누어 포스팅합니다.
그럼 나들이를 시작하겠습니다. |
잠시 앉아 담배도 한 대 태우며 휴식을 취했더니 다시금 역마살이 발동합니다. 관광 안내소에서 받은 지도를 펼쳐 돌아온 길을
더듬어보니 1시간 넘게 돌아다녔지만 아직도 개척하지 못한 지역이 많이 남아 있습니다. 구석구석 갈라져 있는 골목길의 풍경까지
최대한 담아내고 싶었던 욕심 때문입니다. 북촌한옥마을처럼 오래된 동네는 골목골목마다 펼쳐지는 소소한 풍경이 매력적이기 때문에 더욱
욕심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 |
인적이 드물어 지나가는 사람이 참 반갑습니다. 외국인 관광객이라 그런지 반가운 마음이 더합니다. 북촌한옥마을은 유명한 관광
명소이기 때문에 국내외 할 것 없이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입니다. 그래서 사람들로 북적북적할 줄 알았는데 이날따라 동네가 아주
조용합니다. 아무래도 날씨가 너무 추워서 그런 것 같습니다. 어쨌든 마주 오던 사람과 평행을 이룬 그 지점에서 5초 정도 대기,
뒤로 돌아 뒷모습을 담아 봅니다. |
다른 곳에서도 행인의 뒷모습을 담아 봅니다. 마찬가지로 마주 오던 사람들과 평행을 이룬 그 지점에서 5초 정도 대기하려고 했는데
덩치가 산만한 말라뮤트에 완전 쫄아서 8초 대기 후 돌아섭니다. 이 거대한 강아지는 오늘 포스팅의 엑스트라입니다. |
▲ 전망대에 올라 뻥 뚫린 경치를 감상합니다.
저 멀리 청와대와 북악산이 보이는군요.
지붕 위에는 아직도 눈이 쌓여 있습니다.
함박눈이 내리는 날 이곳에 올라 설경을 감상해보고 싶습니다.
그렇게 감상에 빠져 있던 중 휴대전화 벨소리가 울립니다. 왠지 모르게 받기 싫은 번호입니다. 그래도 쉬는 중이라 한번 받아봅니다.
텔레마케팅입니다. 역시... 받지 말 걸... 그녀의 놀라운 달변으로 인해 끊을 타이밍을 잡기가 참 어렵습니다. 원래 이런 거 잘
못끊는 성격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20분 이상 보험에 대한 진지한 강의를 듣습니다. 글을 쓰고 있는 지금 통화기록을 확인해보니
정확히 13분 49초로군요. 체감상으로는 2시간 이상의 지루한 강의였습니다. |
지루하긴 했지만 정말 열변을 토해내길래 열심히 경청합니다. 하지만 10분 이상 넘어가니 점점 힘들어 집니다. 순간 '길있음'이
눈에 들어와 큰 맘 먹고 전화를 그냥 끊어버립니다. 다시 전화가 오면 실수로 끊어졌다고, 전화기가 고물이라 원래 잘 끊어진다고
말하려 했는데 전화 대신 문자가 하나 옵니다.
"긴 시간 수고하셨습니다. ㅇㅇ생명 아무개" |
'길있음', 역시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었습니다. 짜증나는 상황이 이렇게 훈훈하게 마무리 되는 군요. 추운 날씨에 밖에 너무
오래 있었더니 말 그대로 레알 차도남이 되고야 말았습니다. 따뜻한 커피 생각이 간절합니다. 근처 커피숍에 들어가 차도남의 상징
아메리카노를 주문합니다. 2천원 밖에 안하면서 맛이 아주 좋습니다. 평소 커피를 많이 마시기 때문에 커피맛은 좀 볼 줄 압니다.
맛과 향이 아주 풍부합니다. |
달콤한 커피 타임을 끝냈으니 이제 13분 49초 동안 낭비한 시간을 메우러 가야겠습니다. 그런데 빙판길 위를 조심조심 걷느라
긴장됐던 다리 근육이 장시간 통화와 커피 타임으로 완전히 풀려 다리에 힘이 없습니다. 슬슬 배도 고픕니다. 차도남답지 않게 윗입술
안쪽 부분을 뜨거운 커피에 데기도 했습니다. 컨디션이 매우 급격하게 저하된 상황입니다. |
사실 여기저기 싸돌아다니며 구경도 많이 했고, 미처 둘러보지 못한 곳은 다음에 또 와서 보면 됩니다. 그래서 그냥 집에 가기로
합니다. 컨티션이 정말 급하게 저하됐나봐요. 이제는 환청까지 들립니다. 길을 걷고 있는데 하늘에서 개소리가 들려옵니다. 그것도
화음으로 들려옵니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쳐다봅니다. 환청이 아니었군요. 정말 개가 있습니다. 그것도 여러 마리의 개가 있습니다.
그래서 개소리가 화음으로 들려온 것이군요. |
벽에서 좀 더 떨어져 사진을 한 장 찍어 봅니다. 돌담의 높이가 생각보다 되게 높습니다. 이 녀석들은 겁도 없나요. 고양이도
아니고 떨어지면 크게 다칠 텐데 걱정이 됩니다. 하지만 아찔한 높이의 벽 위를 왔다갔다 하는 모습이 한두 번 해본 솜씨가
아닙니다. |
그나저나 담장 위에 어떻게 올라와 있는 건지, 담벼락 반대편의 모습이 궁금해집니다. 아마도 안쪽에 어떤 구조물을 타고 올라온
것이겠지요. 그리고 담장 위에는 왜 올라가 있는 건지 궁금해집니다. 이 친구들이 평소에 즐기던 놀이인 것인지, 인기척이 반가웠던
것인지, 날씨가 추워 햇볕을 쬐기 위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아슬아슬한 벽타기에 사뭇 걱정과 놀라움이 밀려옵니다.
한 5분 정도 지났을까, 강아지 식구들이 담장 안으로 자취를 감춥니다. 3분 정도 대기해봤지만 멍멍이들은 나타나지 않습니다.
날씨가 많이 춥습니다. 오랜 시간 싸돌아다녔더니 손이 꽁꽁 발이 꽁꽁, 몸이 완전 언 것 같습니다. 후딱 집에 들어가 온수 샤워 후
책이라도 읽으며 푹 쉬고 싶습니다. 이렇게 추운 겨울에는 역시 집이 최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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