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지배하다




환상의 커플

영화 <이층의 악당>, 전작 <달콤, 살벌한 연인>을 통해 유쾌한 서스펜스를 선사했던 손재곤 감독의 차기작이다. 손재곤 감독은 한층 세련돼진 연출력을 바탕으로 작품의 완성도를 업그레이드 시켰다고 볼 수 있다. <이층의 악당>을 그의 전작과 대조해 보면 장르와 스타일이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에 직접적인 비교가 가능한 것이다. <이층의 악당>은 <달콤, 살벌한 연인>과 마찬가지로 범죄, 코미디 장르의 영화로서 새로운 감각의 유쾌한 서스펜스를 느낄 수 있는 영화이다. 매우 긴박한 상황 속에서 코믹함을 선물하는 손재곤식의 화법은 독특하면서도 낯설지 않은 분위기를 연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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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달콤, 살벌한 연인>은 키스신의 남용과 설정의 오용으로 서스펜스에 비해 로맨스와 코미디에 힘이 실리면서 개인적으로 아쉬움을 많이 느낀 영화였다. 하지만 <이층의 악당>의 경우 코미디와 서스펜스, 이 두 가지 장르적 요소가 기가 막힌 배합을 보여준다. 어디 그뿐인가? 박용우, 최강희에 비해 객관적으로 보나 주관적으로 보나 뛰어난 연기력을 보유한 선배 연기자인 한석규와 김혜수의 명연기는 손재곤 감독에게 날개를 달아주는 고마운 요소가 된다. 조금 비약해서 말하자면, 두 배우는 감독의 비약에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압도적인 연기를 선보인다. 또한 서로에 대한 리액션이 절묘하게 맞물려 환상의 커플을 이루고 있다. 물론 장편영화를 이제 겨우 두 편밖에 만들지 않은 *햇병아리 영화감독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스타배우들을 컨트롤하기가 쉽지는 않았을 터, 손재곤 감독의 조율에도 박수를 보내고 싶다.

※ 준비성이 투철한 손재곤 감독은 <이층의 악당> 이후 한국 장르영화의 선봉장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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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쾌한 서스펜스

지극히 구상적인 제목을 가진 영화 <이층의 악당>. 악당이라고 볼 수 있는 창인(한석규)이 연주(김혜수)의 집 이층에 세입자로 들어가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그리고 있다. 극 중 연주의 집에 숨겨져 있는 무언가를 찾기 위해 창인이 지하실에 들어갔다가 갇히는 장면이 있다. 이 지하실 시퀀스는 앞서 말한 유쾌한 서스펜스를 최대한 응축시킨 결과물이며, 누가 뭐라해도 이 영화의 백미가 된다. 평생 소장하여 두고두고 보고 싶을 정도의 명장면이다. 영화를 보며 배가 아플 만큼 웃은 것도 참 오랫만인 것 같다. 서스펜스는 또 어떻고, 들킬듯 말듯 살얼음 위를 걷는 듯한 당시의 상황을 떠올릴 때마다 손이 땀으로 흥건해질 정도이다. 롱테이크로 촬영한 덕분에 유머와 서스펜스의 강도는 더욱 세졌던 것 같고, 배우들의 움직임과 카메라의 동선을 따라가는 재미가 대단히 쏠쏠했던 것 같다. 결국 이 장면을 보는 관객들은 젖은 손으로 아픈 배를 움켜쥐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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젖은 손으로 아픈 배를 움켜쥐는 것 까지는 좋은데 이 영화 마무리가 좀 허탈하다. 영화의 결말 뿐만이 아니다. 창인과 연주를 비롯한 이 영화의 등장인물들은 나름대로의 고민과 갈등에 허덕이고 있다. 그저 가볍게 웃어 넘기기에는 각자의 고민과 갈등의 무게가 제법 무거운 편이고, 지극히 현실적이고 또 일상적인 부분을 건드리고 있다. 그럼 어떻게든 그들의 짐을 덜어주어야 할 것인데 창인과 연주는 물론 모든 등장인물들이 겪고 있는 문제점들이 너무 성급하게 마무리되는 경향이 있다. 인물 당 하나의 쇼트로 그들의 갈등을 일시에 소거하는 것은 영화의 큰 흐름을 거시적으로 바라볼 때 유쾌한 여운을 느낄 수 있겠지만 디테일한 부분까지 놓치지 않는 관객들에게는 그저 아쉬움만 남을 것이다. 필자 또한 후자의 관객이기 때문에 마무리가 썩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그래도 영화가 아주 재미있으니 많은 사람들에게 추천해주고 싶다.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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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인맨 Reign [rein] = 통치, 지배; 군림하다, 지배하다, 세력을 떨치다 여행과 사진, 그리고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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