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박
올해에는 실사 영화에서 느끼지 못한 만족감을 애니메이션이 채워주고 있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 애니메이션을 선호하는 편이 아닌데도 픽사의 <토이 스토리 3>나 드림웍스의 <드래곤 길들이기> 등 작품성과 재미를 겸비한 웰메이드 애니메이션 덕분에 행복한 한해를 보내고 있다. 그런데 여기 만만치 않은 애니메이션이 하나 불쑥 등장했다. 1억불 이상의 제작비가 들어간 유니버셜의 야심작 <슈퍼배드>가 바로 그 작품이다. 국내에서는 9월 16일 개봉하여 쟁쟁한 추석영화들과의 경쟁 속에서도 제법 선전하고 있는데 북미에서는 지난 여름 개봉, 아주 대박을 터트린 작품이다. 제작비 회수는 물론이거니와 북미에서만 2억불이 훨씬 넘는 수익을 거두었다. 북미 흥행 성적만 놓고 보면 드림웍스의 쌍두마차 <드래곤 길들이기>, <슈렉 포에버>와 비슷한 수준이니 그야말로 대박이 아니겠는가. 만약 남아공 월드컵과 <인셉션>이 없었더라면 북미 3억불도 가능했을지 모르겠다.Reignman 애니메이션에서 만큼은 변방이라고 볼 수 있는 유니버셜. 그러나 이제 멋진 대표작을 갖게 되었고 <슈퍼배드>가 물꼬를 텄으니 앞으로도 좋은 애니메이션을 많이 배급할 것으로 예상된다. <슈퍼배드>는 20세기 폭스 애니메이션의 대표였던 크리스토퍼 멜리단드리가 만든 신생 제작사 '일루미네이션 엔터테인먼트'의 첫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단 하나의 작품으로 전통의 명가인 픽사나 드림웍스와 대등하다고 볼 수는 없지만 최소한 긴장은 하게 만들었을 것이다. 물론 흥행 성적만 가지고 대선배들을 긴장하게 만들진 못할 것이다. 참신한 소재를 가지고 얼마나 완성도 높은 작품을 만들어 내느냐가 관건인데 <슈퍼배드>의 완성도는 신생 제작사의 첫 작품인 것을 감안하면 대단히 높다고 밖에 볼 수 없다. 일루미네이션 엔터테인먼트는 현재 <Flanimals>와 <Hop>라는 작품을 제작 중이라고 하는데 마음껏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Reignman ⓒ Illumination Entertainment / Universal Studios. All rights reserved. 필자는 디지털 3D 더빙버전으로 <슈퍼배드>를 관람하였다. 왠만하면 더빙보다는 자막을 선호하는 편인데 소녀시대의 태연과 서현이 목소리 출연을 한다는 정보를 입수, 더빙판으로 감상하게 되었다. 위 이미지에서 주인공 그루와 세 명의 여자아이를 볼 수 있는데 안경을 쓰고 있는 큰 딸 마고와 분홍색 모자를 쓰고 있는 둘째 딸 에디트의 목소리를 각각 태연과 서현이 맡고 있다. 사실 가장 사랑스럽고 귀여운 캐릭터는 막내 딸(가운데) 아그네스이다. 고난이도의 혀 짧은 목소리 연기가 필요한 탓에 전문 성우가 목소리를 대신하고 있는데 이왕 소녀시대를 내세워 마케팅을 할 거였으면 아그네스 역시 소녀시대 멤버 중 한명이 목소리 연기를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Reignman 그리고 <슈퍼배드>는 3D가 무의미한 애니메이션이다. 3D 그래픽이 떨어진다는 것은 아니고, 전반적으로 화려한 그래픽보다는 이야기에 더 큰 힘이 실리기 때문에 2D로 관람하는 것이 훨씬 좋다는 말이다. 이것은 대단히 고무적인 결과이다. 최근 어설픈 기술력으로 만든 3D 영상으로 관객들을 현혹하는 영화가 쏟아지고 있는 행태를 볼 때 <슈퍼배드>의 깜찍한 캐릭터와 캐릭터를 잘 살려주는 플롯은 3D 영상의 허와 실을 압도하기에 충분한 위력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완전 소중한 애니메이션이다. 게다가 가격도 싸고, 거치적거리는 안경을 쓰지 않아도 되니 일석삼조 아니겠는가. 그런 와중에 선보이는 놀이공원 시퀀스 만큼은 시쳇말로 돈값을 한다. 3D를 선택한 관객들에게 전하는 일종의 작은 선물인 셈이다. 4D라면 더욱 실감나고 재밌게 감상할 수 있는 시퀀스인 것 같다.Reignman 휴일 오후 멀티플렉스 영화관을 찾아 수많은 어린이 관객들의 틈바구니 속에서 관람하게 된 <슈퍼배드>. 영화 속 주인공들의 앙증맞은 모습에 웃고, 그걸 보고 까르르 웃는 아이들의 듣기 좋은 소리에 다시 한번 웃는다. 그렇게 대략 600번 정도 웃은 것 같다. 진짜다. 입을 다물고 있을 틈이 없다. 계속 웃게 만드니까... |
'영화 > 영화리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부당거래 - 남자냄새 물씬 풍기는 치밀한 정치 스릴러 (52) | 2010.10.30 |
---|---|
김복남 살인 사건의 전말 - 위선자는 가라 (28) | 2010.09.30 |
퀴즈왕 - 구태의연한 장진 코미디의 한계 (28) | 2010.09.25 |
시라노; 연애조작단 - 감각적인 튜닝이 돋보이는 로맨틱 코미디 영화 (32) | 2010.09.24 |
본 블로그는 모든 컨텐츠의 무단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출처를 밝히더라도 스크랩 및 불펌은 절대 허용하지 않으며, 오직 링크만 허용합니다. 또한 포스트에 인용된 이미지는 해당 저작권자에게 권리가 있으므로 이미지를 사용할 경우 저작권 표시를 명확히 해 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