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사의 관심사는 역시 '이야기'
Reignman오늘날의 픽사를 있게 한 대표적인 작품 <토이 스토리, 1995>. 그 세 번째 이야기가 드디어 공개되었다. 속편을 선보인 이후 무려 11년 만에 돌아온 <토이 스토리 3>는 강산도 변하게 한다는 10년의 세월을 무색케 할 정도로 세련된 비주얼과 묵직한 감성을 유지한 채 우리 앞에 나타났다. 보강이 아니라 유지라니? 사실 <토이 스토리 3>의 3D 구성은 큰 의미가 없다. <토이 스토리 3>가 선보이는 3D 영상은 드림웍스의 <드래곤 길들이기> 에 비하면 너무나도 평범하다. 그렇다고 픽사가 현대의 기술력을 이용한 비주얼로 관객들을 현혹하는 애니메이션 제작사도 아니다. 이것은 픽사의 기술력이 떨어진다는 것이 아니라 기술력이 이야기를 압도하면 안된다는 픽사의 뚝심을 의미한다. 픽사의 작품들은 최고 수준의 기술력으로 제작되었지만 그들의 가장 큰 관심사는 언제나 '이야기'였다. <토이 스토리 3> 역시 마찬가지다. 전편의 비주얼을 고스란히 유지한 채, 화려하지도 오버하지도 않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3D 영상을 선보인다. 만약 <토이스토리 3>가 현재 헐리웃 영화시장에 불고 있는 3D 시류에 편승하여 화려한 비주얼을 무기로 우리 앞에 나타났다면 노스탤지어를 꿈꾸는 마니아들의 기대에 찬물을 끼얹는 격이 됐을 것이다. Reignman 돌이켜 보면 <토이 스토리> 1편과 2편이 새삼스럽지만 정말 대단한 걸작이란 생각이 든다.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15년이란 긴 세월이 지났지만 촌스럽다고 느껴지기는 커녕 여전히 세련된 모습을 자랑하는 비주얼. 둘째, 이 시리즈가 지닌 감성은 도대체가 11년이란 세월을 인내할 수 있게 만든다. 그리고 <토이 스토리 3>가 나와 그리움을 달래고 기대를 충족시킨다. 장난감의 주인인 꼬꼬마 앤디가 어느새 대학에 입학할 나이가 되었다. 또한 1편의 악동소년 시드가 청소부로 등장한다. 이 엄청난 세월의 갭을 보상받아야 겠는데 영화를 보면서 그동안의 인내가 헛되지 않았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느끼게 된다. 가슴 속 깊숙한 곳 어딘가에서 알 수 없는 감동이 요동친다. ⓒ Pixar Animation Studios / Walt Disney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토이 스토리> 시리즈는 <슈렉> 시리즈와 느낌이 조금 다르다. 두 시리즈는 각각 픽사와 드림웍스의 대표작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비교가 될 수 밖에 없는데, <슈렉>이 가진 강점은 바로 캐릭터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슈렉과 피오나 공주, 동키, 장화 신은 고양이 등 <슈렉>을 대표하는 캐릭터들은 <토이 스토리>의 캐릭터에 비해 개별적인 인지도가 높다. <토이 스토리>의 경우 우디와 버즈를 제외한 캐릭터의 이름은 아마 많은 사람들이 잘 기억하지 못할 것이다. 마니아들을 제외하면 그냥 돼지, 감자, 개, 공룡, 뭐 이런식으로 기억하지 않겠는가. 반면, '이야기'를 강조하는 <토이 스토리> 시리즈는 10년이 훨씬 넘은 1편과 2편의 내용이 머리 속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아니, 이 시리즈가 지닌 감성이 가슴 속에 남아 있다는 것이 좀 더 정확한 표현이 될 것 같다. 결국 <토이 스토리>는 <슈렉>에 비해 캐릭터의 개별적인 인지도는 떨어질지 몰라도 전체적인 스토리의 인지는 앞선다는 말이 된다. 그런데 <토이 스토리 3>에서는 켄과 랏소라는 개성 강한 캐릭터를 투입하여 <슈렉> 못지않은 캐릭터의 구색을 맞추고 있다. 특히 켄(목소리 마이클 키튼)이 라는 캐릭터가 가진 매력은 우디와 버즈 투탑으로 대변되는 <토이 스토리>의 캐릭터 일변도를 평준화 시킬 정도로 강력하다. 우디와 버즈, 그리고 그의 친구들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이야기와는 별개로 켄과 바비인형의 코믹한 러브 스토리가 <토이 스토리 3>의 강력한 보너스가 될 정도이다. 참, 픽사가 준비한 또다른 보너스가 있다. 애피타이저용으로 항상 준비하는 프롤로그 단편 애니메이션인데 <토이 스토리 3> 못지 않은 재미를 선사하니 극장에 늦게 입장하는 우를 범하지 않길 바란다. Reignman 추억과 이별 (스포일러) <토이 스토리 3>는 추억을 추억하게 한다. 또한 이별은 곧 새로운 만남이라 했다. 우디와 버즈를 비롯한 장난감들은 앤디와 이별을 하지만 보니와 새로운 만남을 갖게 된다. 우리는 이제 <토이 스토리>와 이별해야 한다. <토이 스토리>는 곧 추억이 될 것이고, 우리는 픽사의 또다른 작품과 새로운 만남을 갖게 될 것이다. 픽사의 '이야기'가 바로 이런 것이다. 픽사의 '이야기'와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이 참 좋다.
※ 본문에 사용된 모든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그 모든 권리는 ⓒ Pixar Animation Studios / Walt Disney Pictures. 에 있음을 밝힙니다.
|
'영화 > 영화리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해결사 - 역동적인 액션 롤러코스터 (54) | 2010.09.09 |
---|---|
악마를 보았다 - 이병헌, 최민식의 미친 연기 대결 (97) | 2010.08.13 |
아저씨 - 오빠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한 원빈 (93) | 2010.08.09 |
솔트 - 안젤리나 졸리의 섹시 카리스마 (85) | 2010.07.30 |
본 블로그는 모든 컨텐츠의 무단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출처를 밝히더라도 스크랩 및 불펌은 절대 허용하지 않으며, 오직 링크만 허용합니다. 또한 포스트에 인용된 이미지는 해당 저작권자에게 권리가 있으므로 이미지를 사용할 경우 저작권 표시를 명확히 해 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