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지배하다




추석용 오락액션

추석 시즌이다. 매년 이맘때면 추석을 겨냥한 오락영화들이 우후죽순처럼 쏟아지기 마련인데 올해에는 <해결사>, <퀴즈왕>, <무적자>, <그랑프리> 등의 영화가 한바탕 경합을 벌인다. 여기에 헐리웃 대작 몇 편이 경합에 가세하면 흥행의 빈부 격차가 커지게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최근 관객 500만명을 돌파하고 600만 고지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 <아저씨> 도 경쟁작이라면 경쟁작이 될 터인데, <해결사>와 <아저씨> 모두 액션을 표방하고 있지만 나머지를 채우는 장르적 요소가 판이하게 다르고, 개봉 시점이 한달 이상 차이가 나기 때문에 관객들의 선택에는 부담이 없을 것 같다. 그렇다면 관객들이 갖게 될 부담, 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관객들이 가져야 할 고민과 부담은 무엇일까?Reignman

경쟁작들은 뒷전에 놓고 <해결사> 하나만 봤을 때 이 영화를 보고 만족할 수 있을지, 과연 이 영화가 황금같은 시간과 돈을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을지에 대한 생각을 해봐야 한다. <해결사>는 순도 100%의 오락영화이다. 이것은 감독의 의도이기도 하다. <해결사>의 권혁재 감독은 필자와의 인터뷰를 통해 '관객들이 시나리오보다는 장르적 요소에 치중하여 관람하길 바란다!'라고 말하며 해결사의 오락성을 부각하기도 했다. 또한 주인공 강태식역을 맡은 설경구는 '메시지, 이런 거 없다. 그냥 즐겨라!'라고 말하며 <해결사>가 가진 통쾌함을 예찬하기도 했다. 결국 <해결사>에서 감동과 메시지를 찾으려는 관객들은 허탈함을 얻을 것이며, 그저 영화를 즐기기 위한 관객들은 재미와 웃음을 얻게 될 것이다.Reign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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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해결하는 재미

감독과 배우, 필자 모두 내용보다는 장르에 집착하라고 했지만 모든 영화의 바탕이 되는 것은 시나리오이기 때문에 내용을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런데 필자는 <해결사>의 내용이 잘 기억나지 않는다. 일단 관객들의 어안을 벙벙하게 만들겠다는 권혁재 감독의 의도대로 된 셈이다. 그러나 류승완 감독의 각본이 부실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해결사>는 시작부터 강태식을 함정에 빠트려 관객들을 종용한다. 강태식과 관객이 함께 궁금해하고, 함께 움직이고, 함께 해결해 나가자는 것이다. 그리고 내러티브, 함정에 빠진 강태식이 사건을 수습하고 해결하는 과정이 매끄러워 몰입을 하기에도 좋아 함께 해결하는 재미가 있다. 거기에 정치적인 내용이 들어가 있어 정치세계의 병리적인 부분을 시사하고 있기도 하다. 다만 컷의 전환이 잦고, 롤러코스터를 탄 듯 전체적인 템포가 아주 빠르며, 실감나는 와이어 액션이나 포브캠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역동적인 액션신 등 기술적인 연출이 시나리오를 압도하고 있기 때문에 내용이 잘 기억나지 않는 것 같다. 이것은 영화의 의도이자 감독의 의도이고, 앞서 말했듯이 즐기려는 관객들에게는 축복이 될 것이다.Reignman

영화 <해결사>는 액션이 전부인 장르영화가 아니다. 포스터나 출연진만 봐도 대충 감이 오는 부분이지만 액션 못지 않은 익살을 겸비한 영화이다. 연기에 웃기려는 의도가 없어 보이는 것 같은데도 그냥 웃긴 오달수와 사건의 키를 쥐고 있는 이성민 등의 코믹 연기는 반복되는 액션의 식상함을 적당히 소거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그리고 영화 <방자전> 에서 변학도 역을 맡아 주연보다 돋보이는 존재감으로 평단과 관객 모두에게 호평을 받았던 송새벽은 <해결사>에서 가장 큰 웃음을 주고 있다. 특히 유리창을 깨고 외치는 그의 여덟마디 대사는 가히 핵폭탄급 웃음을 선사하니 꼭 집중해서 볼 것을 권하고 싶다. 이처럼 <해결사>는 액션과 코미디의 조화와 관록 넘치는 배우들의 연기, 여기에 젊은 감독의 패기가 더해져 제법 볼 만한 영화로 탄생한 것 같다. 개인적으로 이런 영화를 선호하는 편이 아니라 별로 남는 것이 없다고 생각하지만 2시간을 즐기기에는 충분한 작품이 된 것 같다.Reign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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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인맨 Reign [rein] = 통치, 지배; 군림하다, 지배하다, 세력을 떨치다 여행과 사진, 그리고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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