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지배하다




Movie Info

'숙취'라는 뜻의 영화 <더 행오버>는 이른바 필름이 끊길 정도로 광란의 총각파티를 즐긴 다음 날, 신랑이 사라진 것을 알게 된 친구들이 끊긴 필름의 기억을 더듬어 가는 내용을 그린 성인용 코미디 영화다. 사라진 신랑 더그역에는 <사랑은 언제나 진행중>의 연하남 저스틴 바사가, 그의 친구들에는 브래들리 쿠퍼, 에드 헬스, 잭 가리피아나키스가 출연하고 있다. 브래들리 쿠퍼를 제외하면 국내에서 인지도 높은 배우들을 찾아 볼 수는 없지만 마이크 타이슨과 <부기 나이트>의 롤러걸 헤더 그레이엄이 조연으로 출연하기 때문에 영화를 보는 또 다른 재미가 될 것 같고, <인 디 에어>에 단역으로 출연하기도 했던 잭 가리피아나키스의 '잭 블랙'스러운 코믹 연기를 감상하는 것도 참으로 반가운 일이 될 것 같다.

정서의 차이

<더 행오버>의 토드 필립스는 <로드 트립>과 <올드 스쿨> 등의 성인용 코미디를 연출했던 감독이다. 두 영화 모두 북미에서는 크게 성공한 걸로 알고 있는데, 국내에서는 제목을 기억하고 있는 사람조차 별로 없을 것 같다. 보통 서양의 코미디물은 우리네 정서와 다소 동떨어져 있는 작품이 많다 보니 국내에서 흥행에 성공할 확률이 낮고, 특히 성인용 코미디라면 관람등급의 핸디캡도 있기 때문에 그 확률은 더욱 낮아진다. <더 행오버>는 지난해 북미에서만  2억 7천만 달러 이상의 수익(제작비 대비 8배)을 기록하며 대성공을 거두었고, 골든 글로브 뮤지컬/코미디 부문에서 <줄리 & 줄리아>나 <500일의 썸머> 등의 강력한 경쟁작들을 제치고 작품상을 수상하는 괴력을 보여 주기도 했다. 이렇게 작품성과 흥행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은 영화를 국내의 극장에서는 만날 수가 없다. 그래도 DVD는 수입이 되었는데 이거 참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헷갈리는 순간이다. 필자는 IPTV로 이 영화를 감상하면서 울어야 한다는 쪽에 무게를 실을 수 밖에 없었다. 그만큼 골때리게 재밌는 영화였기 때문이다.

ⓒ Warner Bros.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원초적 코미디

영화 <아바타>의 포스터에는 '제임스 카메론 작품'이 아니라 '타이타닉 감독 작품'이란 문구를 내걸고 있다. 마찬가지로 <더 행오버>의 포스터를 보면 <올드 스쿨> 감독의 작품이란 문구를 확인할 수 있다. 이것은 흥행에 성공한 전작을 이용해 관객들에게 신뢰를 주려는 것이기도 하고, 감독의 연출 역량이 그만큼 입증돼 있다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제임스 카메론은 <아바타>를 통해 <타이타닉>의 영광, 그 이상을 재현해 냈다. 토드 필립스 역시 전작을 뛰어 넘어 많은 영화팬들의 기대를 충족시켜준 것 같다. 그러나 이 영화가 골든 글로브 작품상을 수상한 것은 도무지 이해가 되질 않는다. 음담패설과 욕설을 동반한 저급한 대사는 기본이고, 일차원적인 개그만을 선보이고 있는 것과 갓난 아기를 유린하는 장면 등을 생각하면 이 영화에서 작품성을 찾아 보기가 참 어렵다. 이것 또한 정서의 차이에서 오는 괴리인 것일까? 아니면 필자가 <더 행오버>의 작품성을 이해하지 못할 만큼 영화에 대한 식견이 부족한 탓일까? 암튼 웃기긴 무지하게 웃긴 영화다. 이해가 되지 않아 웃을 수 없다거나 이해는 되는데 웃기지 않다거나 하는 식의 정서의 차이를 적어도 재미에서만큼은 전혀 느낄 수 없었다. 한편 <더 행오버>는 이미 속편의 제작을 확정지었다고 한다. 이 영화가 얼마나 재밌고 대중적인 작품인지를 말해주는 방증이 아닐까 싶다. <더 행오버>는 그동안 원초적인 코미디를 갈구하던 관객들의 갈망과 진부한 코미디에 취해 있던 관객들의 숙취를 해소하기 위한 숙취해소음료의 역할을 톡톡히 해줄만한 영화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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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인맨 Reign [rein] = 통치, 지배; 군림하다, 지배하다, 세력을 떨치다 여행과 사진, 그리고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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