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지배하다




괴짜 할머니들

포스터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이 영화에는 나이로 보나 경력으로 보나 베테랑 중견 배우라고 볼 수 있는 나문희, 김수미, 김혜옥 등이 출연하고 있다. 거기에 코믹 전문배우라고 볼 수 있는 임창정과 김광규 등이 서포트 하고 있다. 고로 배우가 주는 신뢰는 충분한 영화라고 볼 수 있다. 세 명의 할머니(나문희, 김수미, 김혜옥)는 8년간 모은 하와이 여행자금을 은행 강도에게 빼앗기고, 돈을 되찾기 위해 자신들의 돈을 빼앗아 간 은행강도(임창정)를 협박해 비법을 전수받는다. 이들이 은행을 장악하고 인질극을 벌이는 시퀀스는 장진 감독(제작, 각본)의 <바르게 살자>를 생각나게 한다. <바르게 살자>의 인질극 역시 아주 재밌게 본 기억이 있는데 <육혈포 강도단>의 인질극도 만만치 않은 재미를 선사하고 있다. 인질극 시퀀스 뿐만 아니라 이 영화의 전체적인 느낌은 장진식의 풍자와 비슷함이 있는 것 같다.

<육혈포 강도단>에서 나문희는 팀의 리더로 우아한 카리스마를 보여준다. 나문희가 늘상 보여주던 안정적이고 믿음이 가는 연기라고나 할까, 절대 과한 연기는 하지 않는다. 반면 김수미는 이 영화가 주는 웃음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고 해도 무리가 없을 정도로 걸쭉한 입담을 자랑하며, 심하게 오버한다. 한편 김혜옥은 왠지 모를 귀엽고 순수한 웃음을 선사한다. 각기 다른 개성을 보여주는 세 할머니들의 코믹한 연기를 감상하는 것 만으로도 즐거운데 임창정과 김광규 등의 뚝심 있는 코미디 배우들의 개그까지 더해진다. 하지만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배우들의 코믹한 연기가 <육혈포 강도단>의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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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병리현상과 고정관념의 풍자

영화를 선택함에 있어서 포스터는 제법 중요한 역할을 차지한다. 필자는 <육혈포 강도단>의 포스터를 보고 삼류 코미디가 아닐까 하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는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이 영화 절대 삼류가 아니다. <육혈포 강도단>에 대한 기대치가 애초부터 없었기 때문이라고 하기에는 영화가 아주 재밌고 잘 만들어져 있다. 할머니들이 육혈포(탄알을 재는 구멍이 여섯개 있는 권총)로 무장하여 은행을 털 듯 지루함이라고는 느낄 수 없을 정도의 강력한 코미디로 중무장되어 있다. 뿐만 아니라 내러티브의 흐름이 매우 자연스럽고 아귀가 딱딱 맞아 떨어진다.

이 영화를 연출한 강효진 감독은 사회적 약자인 할머니들에게 권력의 상징이라고도 볼 수 있는 '총'을 쥐어줌으로써 사회의 고정관념을 깨고 통쾌함을 전하고 싶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러한 감독의 의도는 배꼽 빠지게 우스운 코미디에 다소 가려져 있다. 그만큼 이 영화가 웃기다는 것이다. 관객들이 감독의 의도를 느끼고 영화에 대한 이해를 좀 더 깊이 가져갈 수 있다면 단순한 코미디로써가 아닌 제법 괜찮은 영화로 기억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아무 생각없이 보더라도 107분간 신나게 웃고 즐길 수는 있다. 결국 <육혈포 강도단>은 사회적 약자가 괄시받는 우리 사회의 병리현상과 '이런 일은 여자와 노인은 할 수 없다'는 식의 고정관념을 통쾌하고 재미있는 코미디로 풍자한 좋은 영화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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