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ro
이웃 블로거 '햄톨대장군'님이 양도해 주신 <애프터 러브> 시사회를 보기 위해 서대문역에 위치한 '서대문아트홀'을 찾았다. 1963년생인 이 올드한 극장은 이제는 서울 시내 유일의 단관극장이 되었다. 극장안은 난방이 잘 되지 않는지 썰렁했고, 불편한 좌석과 작은 스크린, 그리고 코를 살살 자극하는 뭔가 퀴퀴한 냄새는 멀티플렉스 극장에서는 느낄 수 없는 아날로그적인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다. 극장 시설은 영화를 감상하는데 있어서 다소 불편한 환경이었지만 극장내 분위기 만큼은 <애프터 러브>라는 영화를 보기에 최적의 장소였던 것 같다. 왜냐하면...
이탈리아판 러브 액츄얼리
<애프터 러브>는 로맨스 영화인데, 거기에 극장의 썰렁함이 더해져 많은 연인 관객들은 서로의 온기와 사랑을 느끼며 영화를 감상할 수 있었다. 필자는 혼자였기 때문에 해당사항이 없긴 했지만 많은 커플들의 사랑을 간접적으로나마 느끼며 영화를 즐길 수 있었다. 이렇게 추운 겨울이나 크리스마스만 되면 생각나는 영화가 있다. 바로 <러브 액츄얼리>. <러브 액츄얼리>는 기존의 로맨스 영화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는 독특한 형식의 작품이었다. 10쌍의 연인들이 만들어 내는 사랑이야기를 깔끔하게 조합해 내면서 로맨스 영화의 전환점 역할을 톡톡히 한 것 같다.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긴 하지만 로맨스 영화는 <러브 액츄얼리> 전과 후로 나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을 한국판 <러브 액츄얼리>라고 한다면 <애프터 러브>는 이탈리아판 <러브 액츄얼리>라고 할 수 있다. 포스터만 보더라도 알 수 있듯이 <애프터 러브>는 여섯 쌍의 커플이 등장해 <러브 액츄얼리>와 비슷한 형식의 플롯으로 진행된다. 시작하자마자 여섯 커플의 키스씬을 돌아가면서 보여주어 영화의 형식을 미리 알리고 다양한 에피소드를 기대하게끔 만든다. 필자는 그동안 이탈리아 영화를 그렇게 많이 보지는 않았다. <인생은 아름다워>와 <시네마 천국> 말고는 딱히 생각나는 영화도 없다. 이제는 이탈리아 영화하면 <애프터 러브>라는 영화가 3번째로 생각이 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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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여러 에피소드와 시퀀스를 하나로 묶는 것이 쉬운 작업은 아니다. 무엇보다 자연스러운 시퀀스의 연결과 전환이 필요한데 <애프터 러브>는 그 흐름이 아주 자연스럽고, 그 어떤 에피소드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 전체적으로 봤을 때 상당히 잘 짜여진 옴니버스 영화라고 볼 수 있다. 그래서 <러브 액츄얼리> 만큼 완성도가 높은 작품이라 말하고 싶다. 재미만 보면 <러브 액츄얼리>보다 더 낫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하지만 영화의 내용이 상당히 노골적이다. 가슴 노출씬도 많고 <어글리 트루스>와 같은 영화에서처럼 선정적인 대사도 많이 사용한다. <러브 액츄얼리>에서도 가슴 노출이 있긴 하지만 작품에 꼭 필요한 장면이었단 생각에 야한 느낌은 없었을 뿐더러 국내에서는 관람등급을 15세로 낮추기 위해 삭제됐었다. 반면 <애프터 러브>는 18세 등급이기도 하고, 선정적인 장면과 대사들은 관객들을 조금 불편하게 만드는 요소가 되었다. 뿐만 아니라 <러브 액츄얼리>는 코미디보다는 드라마 장르에 비중을 많이 둔 반면(물론 로맨스가 기본) <애프터 러브>는 코미디의 비중이 아주 높다. 이건 뭐 로맨스보다 코미디에 더욱 집중하고 있다고 봐도 전혀 무리가 없을 정도다. 그렇기 때문에 헐리웃의 코미디나 로맨틱 코미디에 익숙해져 있는 관객들에게도 정말 재밌는 영화가 될 것 같다. 이탈리아어가 주는 약간의 어색함이나 거부감을 감안하더라도 말이다. 하지만 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애프터 러브>는 '러브 액츄얼리'의 작품성을 절대 따라갈 수 없는 킬링타임용(긍정적인 의미) 영화라는 것을...
덧) 이탈리아 영화지만 평소에 즐겨 듣던 팝송이 3곡이나 삽입되어 있어 참 반가웠다.
Foundations - Build Me Up Butter Cup, The Calling - Wherever You Will Go
Tom jones - Sexbomb (탐 존스의 Sexbomb이 원곡이긴 한데 다른 버전인듯 했음. 막스 라베는 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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