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vie Info
LA 타임즈 소속 기자인 스티브 로페즈(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길거리에서 악기를 연주하는 노숙자 뮤지션 나다니엘(제이미 폭스)의 감동적인 이야기를 신문에 연재하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다룬 <솔로이스트>는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다. 나다니엘은 줄리어드 음대를 다닐 정도로 뛰어난 첼리스트였지만 정신분열증에 걸려 학교를 그만 두는 것은 물론 가족과 첼로를 모두 버리고 길거리에서 노숙을 하며 두줄짜리 바이올린을 연주한다. 로페즈는 그런 나다니엘을 도우며 친구가 되어 준다. 시나리오와 소재가 굉장히 흥미롭고,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더욱 기대감이 커지게 되는 작품이다. <오만과 편견>, <어톤먼트>를 연출했던 조 라이트가 감독을 맡았고 제이미 폭스와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투탑으로 출연했다. 그리고 필자가 좋아하는 명품 조연 캐서린 키너도 출연했다. <오만과 편견>이나 <어톤먼트>를 본 사람이라면 <솔로이스트>에 대한 기대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이 거대할 것이다. 두 편의 명작을 연출했던 조 라이트에 대한 기대만 해도 엄청난데 좌(左)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와 우(宇)제이미 폭스라는 날개를 달고 왔으니 이건 뭐 감당이 안될 지경이다. 하지만 그 기대감은 영화를 보면서 아주 조금씩 줄어들게 되는데...
ⓒ DreamWorks SKG / Universal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영화 <채플린>과 <트로픽 썬더>로 두번의 오스카 노미네이트 기록을 갖고 있는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한때 마약과 알콜중독으로 배우 생명에 위기까지 맞았지만 본인의 강인한 의지와 아내의 도움으로 이를 극복하고 이제는 헐리웃에서 가장 잘 나가는 배우 중 한사람이 되었다. 최근에는 <아이언 맨> 시리즈와 <셜록 홈즈>의 주인공 역할을 맡으며, 스타성과 연기력 모두를 겸비한 배우로 재기에 완벽하게 성공한 모습이다. 그런 그가 <솔로이스트>에 나온다. 출연 분량은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연기한 로페즈가 제이미 폭스가 연기한 나다니엘보다 많아 보이지만 시나리오는 나다니엘을 중심으로 돌아간다. 로페즈는 나다니엘이 연주를 하고 음악을 들을 때의 표정을 보며 반응을 보이고, 그 반응에 관객들이 감정을 이입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또 나다니엘에게 도움을 주면서 관객들의 동정심을 유발시킨다. 로페즈는 이런식으로 나다니엘을 보조하면서 멋드러진 연기 호흡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반면 제이미 폭스는 영화 <레이>에서 R&B의 거장 레이 찰스를 완벽하게 복제하며 신들린 연기를 보여 주었다. 그러면서 오스카는 물론 그 해 있었던 각종 영화제의 상이랑 상은 모조리 휩쓸며 연기력을 인정받았다. 제이미 폭스는 실제로 가수활동도 겸하고 있어 음악을 소재로 한 영화에 아주 잘 어울리는 배우라고 할 수 있다. 그런 그가 <솔로이스트>에 나온다. 그가 연기한 나다니엘이란 인물은 뛰어난 음악적 재능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신분열증세 때문에 거리를 방황하는 노숙자 뮤지션이다. 딱 봐도 쉽지 않은 캐릭터인데다가 첼로와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기술, 랩을 하듯 쏟아내는 대사 등이 더해져 더욱 어려운 연기를 필요로 하는 인물이 되었다. 그런 나다니엘을 연기하는 제이미 폭스의 모습에서 필자는 조금의 어색함도 발견할 수 없었다. 그가 랩을 하듯 대사를 쏟아내고 불안한 행동을 보일 때는 영락없는 정신분열증 환자의 모습이었다. 그리고 악기를 연주하며 음악에 심취한 그의 표정을 볼 때면 영락없는 천재 뮤지션으로 느껴졌다.
ⓒ DreamWorks SKG / Universal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배우가 영화를 살리는 경우가 있다. <솔로이스트>는 정반대다. 명연기를 보여준 위대한 두 명의 배우도 이 영화의 감동을 살리지는 못한 것 같다. 필자는 로페즈와 나다니엘의 교감이 어느 시점에 어떻게 이루어지 타이밍을 잡기가 매우 어려웠다. 조 라이트 감독이 관객들에게 무엇을 이야기 하고 싶어 했는지 정확히 이해하기도 어려웠다. 이렇게 흥미로운 시나리오와 두 명의 멋진 연기를 가지고 고작 이정도의 감동밖에 이끌어 내지 못하다니 유감스러울 수 밖에 없다. 감당이 안될 지경의 기대감으로 영화를 보기 시작했으나 배우의 연기력만으로 점점 줄어드는 기대감을 막을 수는 없었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면서 기대감은 실망감으로 바뀌게 되고 이렇다할 여운도 느끼지 못한 채 좌석에서 일어나고 말았다. 물론 <솔로이스트>가 졸작 수준의 영화는 아니다. 다만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기 때문에 실망감도 더욱 컸다는 것이다.
그런 와중에 약간의 전율을 느끼는 부분은 있었다. 그것은 바로 소리를 화면으로 표현해 내는 조 라이트 감독의 능력... 터널아래 시끄러운 자동차 소음속에서도 은은하게 울려 퍼지는 나다니엘의 첼로 소리에 비둘기가 하늘 높이 솟아오른다. 날개를 퍼덕이며 좋은 연주에 박수를 보낸다. 미로같은 LA의 도로들과 빽빽하게 밀집되어 있는 저택들을 하늘에서 보여주며 복잡한 화면속에서 고요함을 느끼게 한다. 로페즈와 나다니엘이 오케스트라의 음악을 감상하는 장면에서는 스크린에 진짜 음악이 등장한다. 그래픽 이퀄라이저같다고 해야 하나, 잘은 모르겠지만 암튼 소리의 강약에 따라, 빠르기에 따라, 음정의 높낮이에 따라 변화하는 화면은 청각장애인도 느낄 수 있을 법한 환상적인 음악이었다고 생각한다. 만약 당신이 이 영화를 본다면 눈으로 음악을 들을 수 있는 놀라운 체험을 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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