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vie Info
<인디펜던스 데이>와 <투모로우> 등의 전작을 통해 블록버스터 재난영화의 거장으로 입지를 굳힌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이 <2012>로 돌아왔다. 2012년 지구와 인류의 멸망을 소재로 다룬 <2012>는 지진, 화산 폭발, 해일 등의 장면을 완벽한 컴퓨터 그래픽으로 재현해 내며, 기존 재난영화에 마침표를 찍는 작품이라고 말할 수 있을정도로 완벽한 영상을 보여준다. <인디펜던스 데이>와 <투모로우>는 각각 7천 5백만 달러, 1억 2천만 달러의 제작비가 들어갔는데 <2012>의 제작비는 2억 6000만 달러(약 3010억원) 정도로 알려져 있다. 이는 <타이타닉> (2억 달러)과 <스파이더맨3> (2억 5천 8백만 달러)의 제작비를 뛰어 넘는 역대 최대 규모의 제작비가 투입된 영화인 것 같은데, <2012>의 거대한 스케일을 보고 나면 자연스럽게 고개가 끄덕여진다. 그만큼 말도 안되는 엄청난 스케일과 뛰어난 영상을 보여주는데, 지진으로 인해 땅이 쩍쩍 벌어지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어느새 자신의 입도 쩍하고 벌어져 있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영화 <2012>는 거대한 스케일에 못지 않은 화려한 출연진을 자랑한다. 주인공인 존 쿠삭을 비롯하여, 아만다 피트, 치웨텔 에지오포, 탠디 뉴튼, 대니 글로버 등 인지도 높은 배우들이 대거 출연했다. 그리고 우디 해럴슨이 잠시 등장하는데,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나 <세븐 파운즈>에서도 그랬던 것처럼 비록 짧은 분량이었지만 매우 강한 인상을 남겼다. 우디 해럴슨은 피클을 좋아하는 돌+아이로 나오는데 싸이코 연기를 어찌나 잘 소화해 내던지 2시간 반이 넘는 긴 영화를 보는 내내 그의 조기 퇴장을 아쉬워하면서 영화를 봐야 했다.
ⓒ Columbia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이 영화 아주 뻔하다.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의 전작이나 한국영화 <해운대> 등의 재난영화들처럼 <2012> 역시 뻔한 스토리를 갖고 있다. 지진이든 해일이든 화산 폭발이든, 어떤 소재든지 간에 전문가가 한명씩 등장하여 재난에 대한 이해를 돕는 것과 일상적인 삶을 살아가는 가족이나 연인이 등장하여 재난에 맞서 싸우는 것, 그리고 여러 등장인물을 통한 에피소드 등으로 영화를 구성하는 것은 재난영화들이 갖고 있는 뻔함이다. 주인공은 보통 평범하지만 다른 사람들보다 재난에 빠르게 대처하고, 주변 사람들의 희생과 도움을 받아가면 끝까지 살아남는다. 이것은 '주인공이기 때문에 끝까지 살아남는다'가 아니라 '끝까지 살아남기 때문에 주인공이다'라는 영화의 진리를 충실히 수행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2012>가 이렇게 기존의 다른 재난영화와 차별화를 두지 못하고 뻔하게 진행되는 것은 진리에 어긋나고 싶어하지 않는 감독이나 제작자의 뻔뻔함은 아닐까?
이 영화 아주 강하다. 진부한 스토리가 무색하리 만큼 엄청난 수준의 컴퓨터 그래픽을 보여준다. 살면서 화산 폭발이나 지진, 해일 등의 재난을 직접 눈으로 확인해 본 사람의 수는 '아주 적다'와 '거의 없다'의 중간 정도가 되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2012>를 본 사람이라면 저 중간의 영역밖으로 벗어나게 될 것이다. 그것도 여러 종류의 재난을 한눈에 확인해 볼 수가 있기 때문에 더욱... 모르긴 몰라도 실제 모습과 <2012> 속 재난의 모습은 거의 차이가 없을 것이다. 특히 옐로우 스톤의 화산 폭발 장면에서는 눈을 깜빡이는 촌음의 시간이 아까울 정도의 화려한 불꽃놀이 쇼가 펼쳐졌고, 티베트 산맥을 덮치는 거대한 해일의 등장에서는 약간의 전율을 동반한 흥분을 느낄 수가 있었다. 과연 그 액수가 얼마일지 상상하기조차 어려운 '3000억원'이라는 돈의 가치를 이해할 수 있는 순간이었다. 이렇게 미세한 어색함도 찾아볼 수 없는 완벽하고 화려한 컴퓨터 그래픽은 <2012>가 가진 무기이고, 화산이 폭발하고 땅이 마구 갈라지는 지진속에서도 작은 웃음을 선사하는 디테일과 뻔하지만 누차 확인해도 좋을 가족애 등이 이 영화를 구성하고 있다. <2012>는 비록 뻔하고 단순한 내러티브의 흐름과 결말을 갖고 있지만 157분이라는 긴 시간과 9000원이라는 거금이 전혀 아깝지 않은 그런 영화다.
※ 본문에 사용된 모든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그 모든 권리는 ⓒ Columbia Pictures. 에 있음을 밝힙니다.
'영화 > 영화리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백야행 - 올드보이와 동급의 멜로 스릴러 (100) | 2009.11.25 |
---|---|
솔로이스트 - 위대한 두명의 배우도 살리지 못한 감동 (82) | 2009.11.20 |
영화 제노바 - 상처의 아픔으로 느끼는 가족의 소중함 (68) | 2009.11.20 |
시간 여행자의 아내 - 졸작과 명작의 사이에서 (86) | 2009.11.06 |
본 블로그는 모든 컨텐츠의 무단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출처를 밝히더라도 스크랩 및 불펌은 절대 허용하지 않으며, 오직 링크만 허용합니다. 또한 포스트에 인용된 이미지는 해당 저작권자에게 권리가 있으므로 이미지를 사용할 경우 저작권 표시를 명확히 해 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