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vie Info
<반지의 제왕> 시리즈와 <킹콩>으로 판타지 영화의 거장으로 자리매김한 피터 잭슨 감독이 제작과 프로듀서를 맡은 영화 <디스트릭트 9>은 닐 블롬캠프라는 신인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불과 서른살밖에 되지 않은 이 젊은 감독은 피터 잭슨의 서포트를 받아 SF영화의 역사에 길이 남을만한 수작을 만들어냈다. 어색함을 전혀 찾아볼 수 없는 화려한 볼거리의 CG에 상상이상의 신선한 시나리오가 더해져 완성도 높은 SF영화 <디스트릭트 9>이 탄생하게 되었다.
남아공 상공에 불시착한 외계인들은 요하네스버그 외곽의 외계인 수용구역 '디스트릭트 9'으로 옮겨져 28년 동안 인간의 통제를 받고 있다. 관리를 맡고 있는 기관 'MNU'는 외계인 범죄가 급증하자 '디스트릭트 9'을 강제 철거키로 하고 책임자 비커스를 파견한다. 임무 도중 외계물질에 노출되는 사고를 당한 비커스는 유전자 변이를 일으키면서 외계인처럼 변해가고, 정부는 비커스가 외계의 첨단무기를 작동시킬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이라는 것을 발견하고 그를 추적하기 시작한다. 무기를 노린 갱 조직까지 가세하고 정부의 감시망이 조여오는 가운데 비커스는 '디스트릭트 9'으로 숨어드는데...
ⓒ TriStar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이 영화의 제작비는 3천만불 정도로 알려져 있다. <트랜스포머>나 <캐리비안의 해적> (조니 뎁의 개런티가 제작비를 엄청 잡아먹긴 함;;) 등의 영화에 비하면 정말 저렴한 영화다. 심형래 감독의 <디 워>와 비슷한 수준의 제작비가 들어간 것이다. 스타 플레이어도 없다. 그나마 캐치프레이즈로 사용할 만한 것이 '피터 잭슨 제작'이었다.;;
이렇게 상대적으로 비약한 조건에서 대단한 영화가 나왔다. 시원시원하고 통쾌한 액션에 한순간도 놓칠 수 없는 팽팽한 긴장감, 화려하고 완벽한 컴퓨터 그래픽을 느끼고 있다보면 어느쌔 멍때리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필자는 이 영화를 보면서 <스타워즈>나 <트랜스포머>같은 화려한 액션을 주로 선보이는 SF영화와 <이터널 선샤인>, <미스트>와 같은 신선하고 탄탄한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몰입도 100%의 SF영화가 더해진 듯한 느낌을 받았다.
영화가 진행되는 방식도 상당히 독특했다. 마치 잘 만들어진 다큐멘터리나 실시간으로 생중계되고 있는 뉴스를 보고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킬 정도였다. 전문용어로 '세미 다큐멘터리 기법'이라고 한다. 이러한 진행방식은 스릴과 긴장감을 더해주는데 크게 일조했다. <클로버 필드>라는 SF영화를 보면 전에 볼 수 없었던 정말로 신선한 진행을 볼 수 있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같은 방식으로 진행되다보니 좀 부담스러웠다. 하지만 <디스트릭트 9>은 자막과 인터뷰, 뉴스 영상 등을 오버하지 않고 적절히 사용하여 바쁘게 진행되는 영화의 완급을 조절하고, 어려운 영화는 아니지만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었다. 그리고 이러한 독특한 진행방식은 관객들에게 새로운 흥미로움을 선사해주었다.
ⓒ TriStar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이 영화의 장소적 배경이 되는 곳은 미국도 아니고, 유럽도 아니고, 아프리카다. 아프리카 중에서도 외계인들은 왜 하필이면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 불시착한 것일까? 닐 블롬캠프감독이 남아공 출신이라서? 필자는 남아공이 갖고 있는 뼈아픈 인종차별의 역사가 생각났다. 17세기 중반 네덜란드 동인도회사의 식민지로 편입되어 350년 넘게 악명 높은 인종차별 정책으로 지탄을 받아왔던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소수백인 정권...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흑인들은 선거권을 박탈당함은 물론 노동력 착취, 학대 등의 인종차별에 시달렸다. 2차 세계대전 발발이후 남아공내에서는 백인과 흑인에게 적용되는 법을 따로 제정했을 정도로 인종차별의 강도는 더해갔다. 이로 인해 넬슨 만델라를 비롯한 인권운동가들의 주도아래 흑인 대중운동이 시작되었고, 1994년 5월 넬슨 만델라 대통령 취임과 함께 남아공의 인종차별은 역사속으로 사라지게 되었다. 그리고 2010년 월드컵을 개최했을 정도로 경제적인 성장도 이룩했으나 인종간 뿌리깊은 불신과 감정의 간극은 현재까지도 존재하고 있다고 한다.
<디스트릭트 9>은 단순한 SF오락영화가 아니다. 이 영화는 상당히 진지하고 중요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관객들이 쉽고 재미있게 감상할 수 있도록 영화를 만들어 가슴속 깊숙한 곳까지 파고드는 인식의 변화를 꾀하고 있는 위대한 영화다. 이 영화에 등장한 외계인들은 겉으로 보여지는 모습이 다르다고 해서 속까지 다르지는 않았다. 비록 인간의 통제를 받아가며 상처를 입기도 하고, 난폭해지기도 했지만 순수한 아기 외계인에게는 귀여움마저 느껴졌다. 이 영화를 보고 인종차별에 대한 생각을 하는 사람이 많지 않을 수도 있다. 어쩌면 감독이나 제작진이 전혀 의도하지 않은 것을 너무 깊숙히 파고 들어가 혼자 오버해서 해석한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영화속 외계인은 우리의 친구가 될 수 있었다. 강제로 구역을 나누고 그들을 통제한 것은 바로 인간이었다. 외계인의 무기와 기술력을 탐한 것 또한 인간이었다. 인종차별은 미국이나 남아공만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나라에 살고 있는 외국인만 해도 100만명이 훨씬 넘는다. 미국이나 유럽사람들에게는 미소를 보내면서 아프리카나 아시아 사람들에게 인상을 쓴적은 없는가? 마음 속 깊은 곳에 내재되어 있는 인종차별적인 인식에 대하여 우리는 진심으로 반성해야 한다. 잘못을 뉘우치고 그들에게 사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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