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지배하다




1000만이라는 숫자

영화 <해운대>가 천만 관객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현재 <디 워>를 제치고 한국영화 역대 흥행 5위를 달리고 있는 <해운대>는 주말을 넘기면서 <괴물>, <왕의 남자>, <태극기 휘날리며>, <실미도>에 이어 1000만 관객 신화의 금자탑을 쌓을 것으로 예상된다. 앞으로 <해운대>가 천만을 넘겨 과연 몇 명까지 관객들을 끌어모을 수 있을지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해운대>가 1000만이라는 어마어마한 관객을 극장으로 불러들일 수 있었던 이유는 해운대 제작비만 130억원에 이르는 대작인데다 국내에서 최초로 시도된 재난 영화로 제작초부터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켰기 때문이다. 여기에 재현해내기 어려운 쓰나미를 헐리우드 특수효과팀을 섭외해 볼만하게 만들어냈고 호화캐스팅이라고 불러도 좋을 만큼 유명 배우들이 다수 출연한 점도 한 몫 했다. 그리고 제작과 배급을 맡은 CJ의 막강한 힘이 더해져 1000만이라는 숫자를 만들어 낸 것이다.

오래간만에 나온 천만 영화이고 <국가대표> 와 더불어 국산영화가 외화들 사이에서 선전한다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하지만 1000만이라는 숫자에 필자가 1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 썩 기분좋은 일만은 아니었다. 컴퓨터 그래픽이라는 높은 산을 헐리웃의 힘을 빌려 넘으려 한 것과 대기업의 힘을 빌려 상영관을 독점한 것, 그리고 작품의 완성도 부족 등이 그 이유다. 천만 영화중 <왕의 남자>를 제외한 영화들은 모두 상영관을 독차지 했었다. <해운대>가 1000만을 넘기고, <국가대표>가 500만을 넘기는 것이 지금 당장은 룰루랄라 기분 좋은 일처럼 느껴질지 모르겠지만 이러한 시스템과 인프라로는 한국영화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지속될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을 가져본다.

ⓒ (주)JK 픽쳐스 / CJ 엔터테인먼트. All rights reserved.

페이드아웃 남발

초중반까지는 좋다. 똥줄타는 인트로로 시작해 시원한 해운대 배경과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웃음거리들을 제공한다. 하지만 영화 중반을 넘어 쓰나미가 시작되면서 슬슬 바닥을 드러내기 시작한다.<해운대>는 출연진이 화려한 만큼 여러 상황을 이야기하며 진행이 된다. 설경구-하지원, 박중훈-엄정화, 이민기-강예원, 김인권-김지영, 천보근, 성병숙, 송재호 등... 동시 다발적으로 벌어지는 여러개의 시퀀스를 다루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해운대>를 연출한 윤제균감독도 고민을 많이 했을 것으로 예상해 본다.

쓰나미가 일어나고, 그후 이야기가 진행되는 과정속에 이곳 저곳에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수습하는 방법으로 윤제균감독은 페이드아웃의 남발을 선택했다. 페이드아웃이란 쉽게 말해 화면이 어두워지면서 전환을 하는 것이다. 후반부 짧은 시간동안 여러번의 페이드아웃으로 자연스럽지 못한 흐름을 보여주었다. 맥을 끊는 듯한 느낌을 주는 시퀀스의 전환은 <해운대>의 완성도를 좀먹는 역할을 톡톡히 해냈으며 영화가 끝난 후 왠지 모르게 개운하지 않아 찝찝한 기분마저 들게 만들었다.

여러 등장인물의 에피소드를 정갈하게 묶어내는 교본과도 같은 영화가 있다.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의 <매그놀리아>란 영화인데 윤제균 감독이 매그놀리아를 아직 보지 않았다면 강력하게 추천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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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박중훈과 배우 이민기

설경구는 옆집 아저씨 같고 털털한 최만식역할을 무난히 소화해냈다. 하지원도 아버지를 여의고도 당차고 씩씩한 강연희역할을 무난히 소화해냈으며 엄정화, 강예원 등 다른 배우들도 개성있는 연기를 보여주며 맡은 바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냈다. 여기에 내공있는 배우 김인권의 천덕스러면서 코믹한 연기와 아역배우 천보근의 귀여운 열연이 더해졌다. 천보근은 알고 봤더니 예전에 모 통신사 광고CF의 탕수육꼬마였다.;;  그때도 웃겨주더니 '해운대'에서도 많이 웃겨준다. 진짜 귀엽다.ㅋㅋㅋ;

필자는 배우 박중훈과 배우 이민기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이야기하고 싶다. 이 영화에서 이민기는 그야말로 물 만난 물고기였다. 이민기가 맡은 119대원 최형식이란 인물이 워낙 잘 나온 캐릭터인데다가 김해 출신인 이민기에게는 경상도 사투리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영화 <해운대>가 그야말로 물인 셈이었다. 모델 출신 연기자로 그동안 이렇다할 호연을 보여주지 못했던 이민기는 본인의 장점을 충분히 활용한 연기와 좋은 캐릭터 덕에 <해운대>에서 가장 사랑받고 돋보이는 존재였다. 잘생긴 외모에 여성관객들의 미소와 눈물샘을 자극하는 호감형 캐릭터 최형식을 연기한 이민기... 그는 행운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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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박중훈은 <해운대>를 통해 배우로서의 한계를 드러냈다. 그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영화배우지만 작품을 거듭할수록 더해져야만 하는 관록과 연륜이 더디다는 느낌을 주고 있다. 1999년작인 <인정사정 볼 것 없다>를 기점으로 그의 연기는 수평선을 긋고 있는듯 하다. 10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발전이 느껴지지 않는다. 영화 <라디오 스타>에서는 그나마 괜찮은 연기를 보여줬다고 생각을 하지만 오히려 그 점이 <해운대>에서는 퇴보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는 꼴이 됐다.

박중훈이 맡은 김휘라는 인물은 전처인 이유진(엄정화)과 딸 지민(김유정)과 의 복잡미묘한 가족애를 표현해 내야 했다. 그리고 김휘가 가진 더욱 중요한 임무는 사람들에게 쓰나미에 대한 경각심을 주는 것이었다. 쓰나미에 대한 경보를 절실하고 절박하게 표현해 내야 하는데 필자에게는 절실함과 절박함이 느껴지지 않았다. 단 한문장의 일어대사를 사용하며 놀라는 장면에서 어색함이 보였고 군데군데 보여진 부자연스러운 연기에 적잖은 실망감이 느껴졌다. 특히 '내가 네 아빠다'라는 슬픈 명대사를 칠때는 오히려 실소가 터져나왔다. 기대를 하지 않는다면 실망도 하지 않는다. 배우 박중훈에 대한 기대치가 높았던 만큼 실망도 큰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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