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vie Info
<나는 비와 함께 간다>라는 독특한 느낌의 제목을 가진 이 영화는 조쉬 하트넷, 이병헌, 기무라 타쿠야라는 각국을 대표하는 대형 스타 세명이 만난 것만으로도 화제가 된 영화다. <그린 파파야 향기>와 <씨클로>라는 수작을 연출했던 트란 안 홍 감독이 연출을 맡았고 그의 아내인 트란 누 엔 케와 여문락 등이 조연으로 출연했다.
일단 <나는 비와 함께 간다>는 OST가 좋은 영화다. 라디오헤드의 명곡 'Creep'이 트란 안 홍 감독의 전작 <시클로>를 통해 엄청난 히트를 기록했고 지금까지 사랑을 받고 있는데, <나는 비와 함께 간다>에서도 라디오헤드의 음악을 감상할 수 있다. 'Nude', 'Climbing up the walls', 'Bullet proof I wish I was'등의 곡이 전반적인 영화의 분위기와 정말 잘 어울렸다고 생각한다. 영화를 이루는 수 많은 요소중에서 음악이 단연 돋보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영화는 전직 형사 클라인(조쉬 하트넷)과 홍콩 마피아 보스 수동포(이병헌)가 각기 다른 이유로 시타오(기무라 타쿠야)를 추적하면서 이야기가 전개되는데, 영화를 보기 전 포스터에서 느껴졌던 뭔가 화끈한 액션이나 긴장감은 찾아볼 수 없었으니 아예 처음부터 기대를 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다.
ⓒ Central Films / Lumière International. All rights reserved.
현재 네이버 평점 5.29... 필자는 저 평점을 부인하지 않겠다. <나는 비와 함께 간다>는 액션, 스릴러, 범죄 영화다. 하지만 우리가 흔히 접했던 액션 스릴러 영화처럼 화끈한 액션이나 긴잠감 넘치는 스릴은 찾아보기 어렵다. 일반적인 액션 스릴러영화의 재미를 기대하는 관객들이라면 이 영화가 가진 부담스러운 이야기와 건조한 느낌에 힘들어 할 것이다. 이 영화 어려운 영화다. 필자에게 그 어려움은 좋지 않았다. 이창동 감독의 <밀양>을 보고 느꼈던 어려움과는 아주 많이 달랐다. 시나리오의 핵심적인 내용이 필자의 관심을 끌지 못했고, 편집을 발로 했는지 컷의 전환이 매끄럽지 못했다. 그리고 라디오헤드의 음악은 좋았으나 다른 음악은 좋지 않았다. 영상에 잘 묻어나지 못하는 음악은 영화의 몰입을 방해기도 했다. 안그래도 친절하거나 가볍게 즐길만한 영화가 아닌데 방해가 되면 쓰나... 암튼 이 영화, 예의 없는 것들이 모여 관객들에게 난해함과 불편함을 안겨주었다. 한마디로 컬트영화적인 요소가 굉장히 강했다. 전반적으로 마음에 들었던 것은 라디오헤드의 몽환적인 음악과 조쉬 하트넷과 이병헌의 간지, 그리고 그들의 내면연기뿐이었다.
이 영화에는 아시아 배우들이 다수 등장하고 아시아 대륙이 장소적 배경의 주무대가 된다. 혹시 모르겠다. 서양인들에게는 이 영화가 신비하고 독특한 매력을 선사해 줄지.. 자동차를 타고 달리며 보는 홍콩의 야경을 끈적끈적한 느낌의 음악과 함께 즐기는 것도 그들에게는 매력적일 수 있다.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택시 드라이버'란 영화에서 느꼈던 매력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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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크게 삼박자가 잘 맞아야 한다. 우선 탄탄한 시나리오가 있어야 하고 감독의 섬세하고 안정적인 연출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배우들의 좋은 연기가 필요하며, 이 삼박자가 잘 맞았을 때 좋은 영화가 탄생한다. <나는 비와 함께 간다>같은 경우에는 조쉬 하트넷과 이병헌의 연기가 그나마 영화를 살린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배우 김명민이 <내사랑 내곁에>를 살린 것처럼... 그런데 솔직히 조쉬 하트넷과 이병헌, 기무라 타쿠야라는 걸출한 스타들의 인지도만으로도 반은 먹고 들어가는 영화이긴 하다. 기무라 타쿠야의 연기도 나쁘지는 않았으나 획일화된 연기를 보여줘야 하는 캐릭터에 대사도 별로 없었고, 무엇보다 상대적으로 두 배우가 돋보였던 것 같다. 극중 굉장히 중요한 캐릭터인 '릴리'역을 맡은 트란 누 엔 케는 안타깝게도 자신의 연기를 스스로 예의없는 것들에 포함시켰다.
이병헌은 홍콩 마피아 보스다운 카리스마를 보여줬다. 그의 악역연기를 보는 것이 즐거웠을 정도였고, <지 아이 조>에서도 보여줬던 자연스러운 영어 발음은 그의 중후한 보이스가 더해져 아무런 어색함도 느낄 수 없게 만들었다. 대사뿐만 아니라 잘 만들어진 근육질 몸매와 차가우면서도 우수에 찬 눈빛으로 자신을 확실하게 어필했고, 익히 봐왔던 깊이 있는 내면 연기를 통해 '이병헌'이라는 존재를 다시 한번 확인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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