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지배하다




Intro

드디어 <내사랑 내곁에>를 봤습니다. 어떤 한 영화를 이렇게 기다리고 기대했던 적은 별로 없습니다. 기다리고 기대하면서 두려움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슬픔이라는 감정에 대한 두려움, 기대를 충족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불안함에 대한 두려움, 두려움으로 기대치를 낮춰 작은 실망조차 하지 않으려는 의식적인 두려움, 그리고.. 배우 '김명민'에 대한 두려움...

얼마전 이런 두려움에 대해서 따로 포스팅한 적도 있습니다.  ▶ 2009/09/03 - 김명민이 두렵다

그럼 <내사랑 내곁에>를 오랫동안 기다리고 기대했던 관객의 한사람으로서, 그리고 배우 김명민을 존경하고 사랑하는 팬의 한사람으로서 진지하고 냉정하게 리뷰를 시작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Movie Info

영화 <내사랑 내곁>에는 <너는 내 운명>과 <그놈 목소리>를 연출했던 박진표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김명민과 하지원이 주연을 맡은 멜로 드라마이다. 촬영기간 동안 병 진행과정에 맞춰 20kg이상 감량해가며 한계에 도전한 김명민의 메소드 연기가 언론과 대중의 많은 관심을 받았던 작품이다. 세상에서 가장 잔인한 병으로 통하는 루게릭병을 다룬 영화로 루게릭병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을 요구하는 동시에 루게릭병을 앓고 있는 환우들과 가족들에게 힘을 줄 수 있는, 가치있는 영화다.

근육위축가쪽경화증이라고 불리는 루게릭병은 뇌와 척수에 있는 운동 신경원이 손상되는 퇴행성 질환이다. 따라서 몸의 근육들이 마르고 힘이 없어지며, 점점 근육이 말을 듣지 않아 결국 숨도 쉬지 못해 사망에까지 이르는 무서운 병이다. 1930년대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를 호령했던 뉴욕 양키스의 '루 게릭'이 이 병으로 사망했는데 그의 이름을 따서 루게릭병으로 불려지고 있다고 한다. 세계적인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도 루게릭병을 앓고 있다.
루게릭 병에 대한 좀 더 자세한 이야기  ▶ http://navercast.naver.com/science/medicine/371

이 영화의 시놉시스는 대략 이렇다. 루게릭병을 앓고 있는 종우(김명민)는 어머니가 돌아가시던 날 어린 시절 한 동네에서 자랐던 장례지도사 지수(하지원)를 만나게 된다. 사랑에 빠진 둘은 결혼식까지 올리고 함께 병원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비슷한 아픔을 지닌 병동 식구들의 이야기, 그리고 상태가 점점 나빠지는 종우와 그의 옆을 지키는 지수의 운명이 시작된다.


메소드 연기의 진수

ⓒ 영화사 집 / CJ 엔터테인먼트. All rights reserved.

기술적인 연기

우리는 김명민의 왼쪽 팔과 다리에 주목해야 한다. 영화 속에서 보여지는 김명민의 왼쪽 팔과 다리는 죽어있었다. 예컨대, 바닷가에서 하지원의 목을 양팔로 감아 꽉 끌어안아 줄때, 그리고 서로 노래를 불러줄때, 김명민의 오른손은 왼쪽 팔의 소매를 꼭 잡고 있다. 휠체어에 타고 있을 때도 그의 왼손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목발을 짚고 걸을때도, 계단을 오를때도 왼쪽 다리 역시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이런 디테일한 연기는 영화를 두번, 세번 보면서 계속 나타날 것이다.

백종우가 되다

백종우란 인물은 변호사를 꿈꾸는 법학도다. 비록 루게릭 병을 앓고 있지만 기적이 일어날 거라 믿고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긍정적인 인물이다. 그리고 배우 김명민이 제작보고회에서 보여줬던 의연함을 그대로 전해 받은 듯한 모습도 보여 준다. 하지만 그런 백종우의 의연함도 루게릭병앞에서는 무너지고 말았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루게릭병에 의한 뇌신경세포의 변이로 인한 무너짐이다. 필자가 전하고 싶은 이야기의 요점은 백종우란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에 대한 어려움이다. 단순히 살을 빼는 것만으로는 백종우란 인물을 제대로 표현할 수 없기 때문이다. 어쩌면 육체적인 변화를 위한 노력은 상대적으로 가벼운 건지도 모른다. 진정한 어려움은 바로 정신적인 부분에서 오는 것이기 때문에...

루게릭병이 가져다주는 정신적인 고통을 연기하는데 있어서 배우 김명민은 이미 김명민이 아니었다. 긍정적인 생각과 희망을 갖고 투지를 불태워보지만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는 자신의 몸을 느껴야하는 정신적 고통, 두려움.. 그리고 지수에 대한 사랑이 가져다 주는 감정을 연기하기 위해서는 김명민이 아니라 백종우가 되어야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는 백종우를 연기함에 있어서 성공했고, 또 자기 자신과의 싸움에서 승리했다. 영화를 보기전 많은 사람들은 김명민의 체중감량에 열광하고 존경심을 표했지만, 영화를 보고나면 자신의 모습을 지우고 철저하게 '백종우화'된 내면연기에 놀라움을 금치 못할 것이다. 이것이 바로 메소드 연기의 진수가 아닐까?


지수(하지원)의 발랄함

ⓒ 영화사 집 / CJ 엔터테인먼트. All rights reserved.

영화 <내사랑 내곁에>는 김명민의, 김명민에 의한, 김명민을 위한 영화가 아니다. 오프닝 크레딧에서 김명민이라는 이름보다 하지원이라는 이름이 자막에 먼저 등장했을 정도로 <내사랑 내곁에>에서 하지원의 비중은 크다. 하지원이 연기한 이지수라는 인물은 장례지도사라는 직업때문에 죽음이라는 의식을 늘 대한다. 일반적으로 죽음은 어둡고 두려운 존재라고 생각하기 마련이지만 지수는 언제나 밝고 씩씩하다. 직업탓인지, 아니면 성격탓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지수의 발랄함이 <내사랑 내곁에>가 주는 슬픔의 바이러스를 어느정도 퇴치하는 역할을 한다. 그리고 영화 곳곳에 자리하고 있는 코믹한 요소들 또한 바이러스 백신의 역할을 한다. 그녀의 발랄함이 없었더라면 우리는 더 많은 눈물을 흘려야 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녀의 발랄함 때문에 오히려 더 많은 눈물을 흘린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쉽지 않은 캐릭터였다. 어쩌면 너무 억지스러운 캐릭터일수도... 루게릭병을 앓고 있는 환우만큼 가족의 고통도 엄청나다. 백종우가 겪는 고통만큼 이지수의 고통 또한 엄청난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이 죽어가는 모습을 바로 옆에서 지켜봐야 하는데 어찌 고통스럽지 않겠는가. 그런 이지수의 고통을 발랄한 모습을 유지하면서 연기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런의미에서 하지원이 보여준 연기는 정말 괜찮은 연기였다고 말하고 싶다.


만족스러운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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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는 내 운명>이라는 완성도 높은 작품은 황정민과 전도연, 그리고 나문희라는 걸출한 배우들의 연기로만 탄생한 작품이 아니다. 박진표 감독의 섬세한 연출력이 기본적으로 깔려 있었던 덕분에 그렇게 좋은 작품이 탄생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고 <너는 내 운명>과 <내사랑 내곁에>를 비교하는 것은 아니다. 단지 박진표 감독이 <내사랑 내곁에>에서도 관객들이 따뜻한 사랑을 느낄 수 있도록 아름다운 영상과 참신한 시도를 여러번 보였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을 뿐이다.

솔직히 이 영화는 개봉전부터 김명민에게 집중조명이 쏟아진 영화였고, 영화를 보고나서도 김명민에게 유독 더 큰 박수를 보낼 수 밖에 없는 영화다. 다른 부분이 부족했다라기 보다 김명민의 연기가 유독 돋보였다고 보는 것이 좋겠다. 암튼 필자에게는 전체적으로 만족스러운 영화였고 오랜 시간동안 여운을 느낄 수 있을 만한 영화였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내사랑 내곁에>는 루게릭병을 앓고 있는 환우들과 가족들에게 힘을 줄 수 있는 가치있는 영화다. 이 영화가 성공하면 성공할수록 이에 비례하여 루게릭병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과 혜택이 늘어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라도 앞으로 더욱 흥행에 박차를 가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그리고 믿는다. 이정도 영화라면 성공할 수 있다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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