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지배하다



<글러브> 제작보고회 현장을 가득 메운 취재진들

강우석 감독의 신작 <글러브> 제작보고회에 다녀왔습니다. 제목에서 쉽게 알 수 있듯이 <글러브>는 야구를 소재로 한 스포츠영화인데요. 2011년 1월 말 개봉을 앞두고 CGV압구정에서 제작보고회가 진행되었습니다. <글러브>는 국내최초 청각장애 야구부인 '충주 성심학교 야구부'를 모티브로 재구성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따라서 감동과 재미가 있는 휴먼 드라마가 예상이 되는데 강우석 감독이 만드는 휴면 드라마는 또 어떨지 기대가 되는군요.

영화 <글러브>에는 정재영, 유선, 강신일, 김혜성, 장기범, 이현우 등이 출연합니다. <이끼> 가 올여름 개봉을 했으니 강우석 감독과 정재영의 재회가 6개월 만에 이루어진 셈입니다. 강우석 감독과 배우 정재영은 <실미도>와 <강철중> 등 많은 작품을 함께 하며 좋은 호흡을 과시하고 있는데 그들의 조화가 이번에도 빛을 발하게 될지 귀추가 주목되는 순간입니다.

개인적으로 <글러브> 제작보고회에 대한 불만이 아주 많습니다. 블로그를 자주 찾아주시는 분들은 잘 아시겠지만 제가 할 말은 시원하게 하는 성격입니다. 또 해야 할 말은 꼭 해야겠지요. 그럼 제가 느꼈던 행사에 대한 불만을 '가감없이' 토로해보겠습니다.


이날 사회를 맡은 MC 김제동 테스트샷

영화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영화와 관련된 행사에 자주 참석하는 편입니다. 보통 초대를 받거나 직접 신청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글러브>의 경우 관심을 많이 갖고 있던 영화라 신청을 했습니다. 12월 16일 오전 11시에 시작하는 <글러브> 제작보고회의 당첨 소식을 그날 새벽 4시에 알게 됐습니다. 새벽까지 지인과 만담을 나누느라 전날 발표된 당첨자 명단을 좀 늦게 확인한 거죠. 어쨌든 행사장도 멀겠다 조금 자고 일어나 망원렌즈에 스트로보까지 바리바리 챙겨서 일찍 집을 나섰습니다.

행사장에 도착하여 데스크에서 명단을 확인하고 티켓을 받았습니다. 시간이 좀 남길래 밖에 나가서 담배를 하나 태우며 티켓을 확인해 보는데 A열이더군요. 행사가 진행된 CGV 압구정 1관은 영화를 본 적도 많지만 '인플루언스 쇼케이스'  때도 가본 곳이라 2개층으로 구성된 상영관이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설마 1층 A열인가? 혹시나 해서 데스크를 다시 찾아 제작보고회 스텝에게 물었습니다.

"(티켓을 보여주며) 여기가 1층인가요, 2층인가요?"

대단히 쿨하고 시니컬한 성격의 스텝 그냥 무시합니다. 대답을 안함. 기자들에게 보도자료 챙겨주기 바쁨.

"뭐지?;;;"

결국 CGV 직원에게 물어 2층이라는 것을 확인하고 2층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블로거에게는 2층에 있는 자리가 배치될 것이라고 이미 예상하고 있었습니다. 기자들은 물론 1층의 가장 좋은 자리를 차지합니다. 그런데 무대와 2층 객석 간의 거리가 워낙 먼 곳이라 망원렌즈가 없으면 제대로 된 사진을 건질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제가 망원렌즈까지 준비해 간 것이죠. 어쨌든 행사가 시작되고 MC 김제동이 등장합니다. 김제동씨의 얼굴을 보니 내 말을 씹어드신 스텝의 태도에 살짝 짜증났던 기분이 다시금 좋아집니다. 위에 보이는 테스트샷을 한방 날리고 카메라와 스트로보 설정을 조작하고 있는데 관계자가 다가옵니다. 티켓의 번호 그대로 정확히 A열 7번에 앉아 있는데도 프로젝터가 흔들릴 수 있으니 옆으로 가라고 합니다.

"뭐지?;;;"

이건 뭐 그나마 2층에서조차 제대로 촬영할 조건을 만들어주지 않는군요. 아래 사진을 한번 보십시오. 제 자리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앞에 있는 구조물에 가려 왼쪽의 김제동씨 얼굴만 살짝 보일 뿐, 우측 테이블에 앉아 있는 감독과 배우들의 얼굴이 모조리 가려져 있습니다.


모든 상황을 말해주는 한 장의 사진, 이건 아니잖아

11:00  영화 <글러브> 제작보고회 시작
11:15  감독과 배우들 등장
11:17  행사장 빠져 나옴

제가 이번 행사에서 건진 것은 본 포스트에 사용된 3장의 사진과 분노가 전부입니다. 한마디 하겠습니다. 저는 영화 블로거입니다. 영화 관련 행사에 자주 참석하는 것은 취재를 하기 위함이지 연예인 얼굴을 보고 싶어서가 아닙니다. 소녀시대 유리를 제외한 국내 연예인들에게는 아무런 관심이 없습니다.

어떠한 목적으로 블로거를 초대한 것인지 도대체 알 수가 없습니다. 저는 최소한의 여건만 제공해 준다면 그런 와중에서도 열심히 촬영하고 기록하여 정성스럽게 포스팅을 작성합니다. 적어도 영화 관련 컨텐츠들에는 모든 정성을 쏟아 붓고 있습니다. 왜? 영화를 사랑하고, 영화 관련 이야기들을 제 블로그에 방문해주시는 분들과 함께 하고 싶어서요. 최근 '영화 <황해> 제작보고회' 에 다녀오면서도 느꼈지만 블로거는 기자와 많이 다릅니다. 블로거는 일어난 사건을 객관적으로 기록하는 것에 그치지 않습니다. 블로거는 창조적이고 자기 주관이 뚜렷하며, 지적할 것은 지적하고 피드백을 통한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기도 합니다. 글 하나를 쓰더라도 많은 시간과 정성을 소비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른바 '파워 블로거'라고 하는 블로거들의 영향력은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1일 1포스팅, 별거 아닌 것 같지만 많이들 어렵다고 하는 이유가 바로 그것입니다. 블로그는 1인 미디어입니다. 블로그의 영향력과 블로그를 미디어로 인정하지 않는 이따위 쓰레기같은 행사에는 앞으로 두번 다시 참석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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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인맨 Reign [rein] = 통치, 지배; 군림하다, 지배하다, 세력을 떨치다 여행과 사진, 그리고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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