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지배하다




리얼 타임 서스펜스

영화 <심야의 FM>의 고선영(수애)은 영화음악 방송의 DJ이다. 마지막 방송을 앞두고 자신의 딸과 동생이 한동수(유지태)에 게 인질로 잡히게 된다. 그때부터 2시간 동안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라디오를 통해 이른바 '게임'을 하게 되는데, 이 영화는 극 중 시간과 러닝타임이 비슷하게 흘러가는 리얼 타임 형식을 취하고 있다. 미드 24와 같이 완벽하게 시간을 짜맞춘 것은 아니지만 얼추 동일한 시간의 흐름으로 내용이 전개되기 때문에 만만치 않은 서스펜스를 느낄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심야의 FM>은 플롯을 최소화시킨 영화라고 볼 수 있다. 극 중 시간과 러닝타임을 어느 정도 맞춰야 하기 때문에 인트로부터 자극적인 시퀀스로 긴장감을 끌어올리는 한편 거두절미, 생방송 인질극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내용의 범위를 최소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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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 타임 형식 뿐만 아니라 서스펜스 스릴러의 필수 불가결한 조건인 긴장감의 유지가 <심야의 FM>에게 주어진 과제라고 한다면 정보 범위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가 가장 큰 관건이었을 것이라고 본다. 장르의 특성과 형식이 어찌 됐든지 간에 러닝타임은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정해진 시간의 상당 부분을 실시간 묘사에 할애해야 한다. 그래서 최소한의 신과 최소한의 컷으로 풍부한 정보를 제공해야 하는 것은 <심야의 FM>에게 주어진 연속적인 과제이다. 이러한 과제들은 플래시백, 인터컷, 점프컷 등 기술적인 장치를 활용하여 해결하는 것이 보통이다. 물론 짧은 시간에 많은 정보를 주되, 자연스러움이 베이스가 돼야 하기 때문에 편집이 상당히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심야의 FM>의 편집을 담당한 신민경씨는 충무로에서 가장 유능한 편집감독 중 한 사람이다. <범죄의 재구성>, <타짜>, <전우치>, <세븐 데이즈>, <해운대> 등 40여 편에 참여한 경력을 봤을 때 <심야의 FM>에게 주어진 과제에 대한 해법은 이미 상당 부분 확보가 된 셈이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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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살린 영화

편집은 훌륭하나 극 중 인물들의 심리 묘사 부분에 있어서 다소 아쉬움이 느껴진다. <심야의 FM>과 같이 서스펜스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영화가 강력한 흡인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편집, 촬영, 분장, 음향 등의 기술적인 장치보다 중요한 것이 심리 묘사라고 볼 수 있다. 심리 묘사가 제대로 이루어졌을 때 관객들이 영화에 더욱 몰입할 수 있고, 극의 흐름과 분위기를 십분 느낄 수 있다는 것인데 <심야의 FM>이 묘사하는 인물의 심리에는 감성적 변화에 묵직함이 없다. 그러한 이유는 이 영화를 연출한 김상만 감독의 역량 미달과 주인공 수애와 유지태를 비롯한 출연 배우들의 연기력 부족에 기인한다. 총체적 난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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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애나 유지태, 마동석, 정만식 등 연기 깨나 한다는 배우들보다 가장 탁월한 심리 묘사를 선보이고 있는 배우는 다름 아닌 이준하이다. 선영의 딸 은서 역을 맡은 이준하는 아역배우임에도 불구하고 성인 연기자 못지 않은 호연을 펼치는데, 은서란 캐릭터가 말을 하지 못한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그 호연은 더욱 빛을 발한다. 대사없이 표정만으로 은서의 심리와 감정을 거의 완벽하게 표현해내고 있기에 <무언의 목격자>란 영화에서 느꼈던 독특한 긴장감을 덤으로 얻을 수 있다. 혹자는 최근 <아저씨> 로 주목을 받은 김새론과 비교하며 '제2의 김새론 탄생'이라는 수식어를 붙이기도 했다. 동의하는 바이다. 이 아이가 없었더라면 가뜩이나 아쉬움이 많이 느껴지는 영화가 어떻게 변했을지... 말 못하는 한 아이가 영화를 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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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인맨 Reign [rein] = 통치, 지배; 군림하다, 지배하다, 세력을 떨치다 여행과 사진, 그리고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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