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지배하다




노스탤지어

이 영화의 속편이 만들어질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올리버 스톤 감독의 1987년작 <월 스트리트>를 말하는 것이다. <머니 네버 슬립스>라는 부제를 달고 무려 23년 만에 우리 곁으로 돌아온 <월 스트리트>는 보다 세련되고, 보다 현대적인 기술적 요소들로 가득 채워진 영화라고 볼 수 있다. 예컨대, 영상에 그래픽을 덧댄다거나 화면을 분할하는 식, 또한 전편에서 버드 폭스(찰리 쉰)의 밀고로 감옥에 가게 된 고든 게코(마이클 더글라스)가 입옥하면서 압수당했던 냉장고 만한 휴대전화를 건네받으며 세월의 흐름을 느끼게 한다거나 영화에 등장하는 컴퓨터만 보더라도 전편과 속편이 가진 세월의 엄청난 차이를 쉽사리 발견할 수 있다. 사실 냉장고 만한 휴대전화는 나름 중요한 소품으로 작용한다. 고든 게코가 그만큼 옥살이를 오래 했다는 것에 대한 암시가 되기 때문인데 전편에 대한 정보가 없는 관객들에게는 잠시 스쳐지나가는 소소한 재미에 불과한 요소가 될지도 모르겠다. 반면 전편에 대한 좋은 추억을 가지고 있는 관객들은 <머니 네버 슬립스>에 등장하는 모든 요소들이 감회를 새롭게 하는 매개가 될 것이다.
Reignman
전편 못지않은 속편

<머니 네버 슬립스>라는 부제는 전편에서 고든 게코가 남긴 명대사이다. 버드 폭스가 잠에서 깨어 고든 게코의 전화를 받았을 때 했던 말인데 영화의 모든 것을 단 한마디로 압축시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의 대단히 인상적인 대사로 기억하고 있다. 물론 <머니 네버 슬리스>라는 부제를 달고 나왔기에 결과론처럼 들릴 수도 있겠지만 전편이든 속편이든 <월 스트리트>의 핵심은 바로 돈의 돈에 의한 돈을 위한 이야기이기 때문에 '머니 네버 슬립스'라는 대사 혹은 부제가 주는 임팩트는 그만큼 강렬하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다만 속편에서는 고든 게코의 딸 위니 게코(캐리 뮬리건)의 등장으로 가족애나 멜로적인 요소가 가미됐다는 것이 양날의 검이 되고 있다. 제이콥 무어(샤이아 라보프)와 고든 게코를 맺어주는 중요한 인물이긴 하나 그만큼 <월 스트리트>와는 어울리지 않는 어색한 신이 많아진 것 또한 사실이다.

ⓒ Twentieth Century Fox Film Corporation. All rights reserved.

급기야 위니 게코의 등장은 엔딩에서까지 막대한 영향력을 발휘하는데 개인적으로 <머니 네버 슬립스>에서 가장 마음에 들지 않았던 부분이다. 하지만 캐리 뮬리건의 연기는 대단히 훌륭하다. <언 애듀케이션> 으로 오스카에 노미네이트된 적이 있는 만큼 기본적으로 연기를 아주 잘하는 배우이다. 사실 모든 배우들의 연기가 압권이다. 전편으로 생애 첫 오스카 후보에 지명되어 수상까지 했던 마이클 더글라스는 다시 한번 오스카의 부름을 받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갖게 만들 정도로 완벽한 호연을 펼치고 있고, 샤이아 라보프, 프랭크 란젤라, 조쉬 브롤린 모두 발군의 연기력을 선보이고 있다. 심지어 올리버 스톤 감독의 연기 마저 흠잡을 데가 없으니 이건 뭐 배우들이 영화를 살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올리버 스톤을 포함해서 말이다.Reignman

<월스트리트 : 머니 네버 슬립스>는 전편 못지않은 속편이다. 내용적인 측면에서 보면 다소 아쉬운 부분이 있긴 하지만 전반적으로 세련되고 현대적으로 변화된 모습에 만족감을 느낀다. 이렇게 말해놓고 보니 전편이 무슨 엄청난 걸작인 것처럼 들릴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전편이나 속편이나 볼만한 영화란 것이지 작품성이 그렇게 뛰어난 영화는 아니다. 대중성 확보를 위해 포기한 부분들이 눈에 보일 뿐더러 <월 스트리트>는 대중들을 위한 상업영화이고 영화가 얻고자 하는 것에는 돈이 포함되어 있다. 어찌됐든 이 영화가 신세대들에게는 킬링타임 이상의 재미를, 노스탤지어를 꿈꾸는 올드팬들에게는 향수를 선물해줄 것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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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인맨 Reign [rein] = 통치, 지배; 군림하다, 지배하다, 세력을 떨치다 여행과 사진, 그리고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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