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지배하다




원작을 잘 살린 수작

영화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이하 구버달)은 박흥용 작가의 동명 원작 만화를 스크린으로 옮긴 작품이다. 원작을 보게 되면 분명 만화임에도 불구하고 왠지 소설에 가깝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일반적인 만화에 비해 글이 차지하는 비중이 훨씬 높기 때문이다. 즉, 작품의 메시지가 그림보다는 글을 중심으로 전해진다는 것이고, 인문학적인 요소가 그만큼 많이 가미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런 작품을 영화로 만들어 낸다는 것이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닐 것 같다. 이준익 감독 역시 시사회가 끝난 후 진행된 GV에서 원작에 대한 부담감을 토로하기도 했다. 동시에 원작에 대한 극찬 또한 아끼지 않았는데, 이러한 부담감 혹은 원작에 대한 예의가 좋게 작용했던 덕분인지 영화 <구버달>은 원작의 울림을 잘 살린 수작으로 탄생한 것 같다. 무엇보다 사극의 이준익 아니겠는가. 다른 감독이 이 영화의 연출을 맡았을 거라 생각하니 아찔할 정도다. 만약 그를 대신할 감독을 찾으라면 글쎄... 임권택 감독? ㄷ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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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카급 연기

황정민은 <구버달>의 출연진들 중에서 단연 발군의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그가 맡은 황정학이란 인물은 의로운 맹인검객이다. 맹인을 연기하는 것이 어디 쉬운 일이겠는가. 게다가 그냥 맹인도 아니고 자유자재로 칼을 다뤄야 하는 맹인검객아니겠는가. 이렇게 어려운 캐릭터를 연기하기 위해서 그가 흘렸을 땀을 생각하니 가슴이 두근거린다. 황정민의 연기가 좋은 이유는 결코 기술적인 연기 뿐만은 아니다. 그의 표정과 발성, 애드리브에는 기쁨과 슬픔, 희열과 분노의 감정을 느끼게 하는 울림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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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인의 향기>의 알 파치노와 <레이>의 제이미 폭스는 기가 막힌 맹인 연기를 선보이며 오스카상을 거머쥔 바 있다. 황정민의 맹인 연기는 그들의 연기에 전혀 뒤지지 않는다. 감히 오스카급 연기라 말하고 싶다. 반면 차승원과 한지혜, 백성현은 무난한 연기를 보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많이 처지는 느낌을 준다. 차승원의 경우에는 잘빠진 태가 더 부각되고 있는 듯하다. 물론 그의 연기에는 카리스마가 느껴지는 것은 물론 이몽학이란 인물의 야망 또한 잘 배어나고 있다. 또한 분량은 적지만 탄탄함을 자랑하는 조연들의 호연은 <구버달>의 완성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Reignman

희극에서 비극으로의 자연스러운 움직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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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버달>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황산벌>의 해학과 풍자, <왕의 남자>의 비극이 지극히 자연스러운 조화를 이루고 있기 때문에 뭐랄까, <황산벌>로 시작해서 <왕의 남자>로 끝나는 듯한 느낌을 주고 있다. 장르의 적절한 분배로 인한 지루하지 않은 내러티브의 흐름이 좋았고, 시네마스코프(와이드 스크린 방식의 영화)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배경의 강조(!)가 참 좋았다. 또한 <구버달>에는 선조(김창완)를 앞에 두고 동인과 서인이 티격태격하는 장면이 적절히 삽입되는데, 좌의정(류승룡)과 우의정(신정근)의 대립은 깊이 있는 블랙 코미디를 선사하며 제대로 된 풍자를 보여주고 있다. 무엇보다 마지막 시퀀스가 아주 인상적이다. 채도를 확 죽인 영상에는 애상적인 분위기와 낭만이 조화롭게 공존하는 영상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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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튼 전반적으로 영화가 참 괜찮다. <의형제> 이후 가장 볼만한 한국영화가 등장한 것 같다. 필자는 완성도 높은 한국영화에 대한 목마름을 항상 가지고 있다. <구버달>의 완성도는 필자의 목마름을 해갈하는 데 충분한 도움이 된 것 같다. 개인적으로 이 영화가 흥행에서도 크게 성공할 것 같다는 예감이 든다. <아이언맨 2>와 <로빈 후드>라는 대작들과 경쟁을 해야 하지만 최소 400만은 무난히 넘길 것으로 예상한다. 그만큼 <구버달>은 웰메이드 장르영화로서 손색이 없는 작품이다.

※ <구버달>의 페이소스와 울림을 십분 전달하기에 한없이 부족한 리뷰가 된 것 같다. 직접 눈으로 확인을 해보는 것이 아무래도 가장 좋지 않겠는가. 본문에 사용된 모든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그 모든 권리는 ⓒ영화사 아침. 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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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인맨 Reign [rein] = 통치, 지배; 군림하다, 지배하다, 세력을 떨치다 여행과 사진, 그리고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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