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지배하다




완성도

포스터에 보여지는 강동원의 심각한 표정과 '의리와 의심사이 이 놈을 믿어도 될까?'라는 문구만 보면 영화 <의형제>를 범죄/스릴러 장르로 착각할 수 있다. 아, 물론 범죄/스릴러 영화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고 코미디와 액션, 드라마까지 합쳐진 복합장르라고 보면 좋을 것 같다. 이 영화는 추적추적 내리는 빗줄기와 함께 시작한다. 그렇게 분위기를 잡음과 동시에 국정원의 급박해 보이는 상황과 자동차 추격씬 등으로 흐름을 빠르게 가져간다. 초반부터 관객들에게 몰입과 긴장을 유도하고 나서 자연스럽게 초반 시퀀스를 끝낸다. 시쳇말로 시작부터 똥줄태운다는 얘기다. 그리고 이어지는 중반의 분위기는 다소 가볍고 느긋하다. 후반에는 당연히 클라이맥스와 약간의 감동이 대기하고 있다.

이 영화에서 송강호의 연기는 찬란한 빛을 발하고 있다. 앞서 말한 영화의 전반적인 분위기의 변화에 따라 그의 연기 패턴도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변화하고 있는데, 초반에는 카리스마가 느껴지는 국정원 요원의 모습을, 중반에는 다소 코믹하고 껄렁대는 흥신소 사장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후반에는 다시 진지한 모습으로 돌아와 송강호가 왜 송강호인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만다. 반면 강동원은 남파 공작원 역을 맡아 <전우치> 때와는 백팔십도로 다른 연기를 펼치고 있는데, <의형제>의 완성도를 방해한다거나 송강호의 파트너로 부족하다는 느낌은 전혀 받지 못했을 정도로 무난한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 쇼박스㈜미디어플렉스 / 루비콘 픽쳐스. All rights reserved.

그리고 이 영화에는 이한규(송강호)가 쫓는 인물이자 송지원(강동원)의 보스라고 볼 수 있는 그림자라는 악역이 등장한다. 그림자는 전국환이라는 배우가 맡았고 그 포스는 아주 대단했다. 그림자가 총으로 민간인을 쏴 죽이고 확인사살을 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무표정으로 총을 쏘는 모습이 마치 존 말코비치를 보는 것 같기도 했다. 이처럼 배우들의 호연은 <의형제>의 완성도를 한껏 높여주고 있다. 흥미롭고 신선한 소재와 탄탄함이 느껴지는 시나리오 역시 완성도에 단단히 한 몫 하고 있다. 그리고 뛰어난 완급조절로 관객들의 긴장상태를 적절하게 조였다 풀었다 하는 장훈 감독의 감각적인 연출이 더해져 <의형제>는 아주 완성도 높은 작품이 되었다. 웰메이드라는 수식어가 정말 잘 어울리는 영화인 것 같다.

재미

<의형제>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바로 서스펜스다. 서로의 신분을 숨기고 동거를 시작하기도 하고, 미행하는 장면이나 추격씬이 많아 영화를 보는 내내 긴장감을 느끼게 해준다. 액션과 총격씬도 등장을 하기 때문에 박진감도 느낄 수 있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송강호의 위트 넘치는 유머를 주축으로 하고 있는 코미디는 지루함이라는 것을 망각하게 하는 고마운 요소가 되어준다. 두 주인공의 가슴 찡한 우정과 의리는 감동을 주고 있다. 앞서 말했듯이 <의형제>는 다양한 장르가 합쳐진 영화이기 때문에 그만큼 다양한 재미와 다양한 감정을 느낄 수 있는 영화인 것 같다. 단, 복합장르이다 보니 어디서 웃어야 하고 어디서 진지해져야 할지 감이 오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적절하게 뒷받침해 주는 음향효과와 배경음악은 관객들이 헷갈려 하지 않도록 도움을 주는 배려가 되고 있다. 참 친절하다. 이런 것 또한 재미와 완성도를 높여주는 요소가 되는 것이다.

ⓒ 쇼박스㈜미디어플렉스 / 루비콘 픽쳐스. All rights reserved.

작품성

<의형제>의 완성도는 매우 높다. 재미도 있다. 그러나 완성도와 재미만으로 작품성이 높다고 말하기에는 뭔가 좀 부족해 보였다. 그냥 잘 만들어진 장르영화라고 생각했다. 영화의 내용과 의미를 좀 더 깊게 생각을 해본다. 이 영화는 파면당한 국정원 요원과 버림받은 남파 공작원의 쫓고 쫓기는 이야기와 두 사람이 함께 생활하면서 갖게 되는 의심, 그리고 연민과 우애를 그려내고 있다.

대한민국은 전시상태다. 잠시 휴전을 하고 있는 것이지 아직 전쟁이 끝난 것은 아니다. 북한의 입장은 모르겠으나 남한은 북한에게 연민과 우애의 감정을 느낀다. 동시에 경계의 끈을 놓지 않는다. 이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두 주인공의 위험한 동행 속에서 이루어지는 서로에 대한 의심과 경계는 매우 삼엄하다. 그리고 송강호의 대사 중에는 빨갱이라는 단어가 여러 차례 등장한다. 게다가 간첩을 잡는 것이 그의 직업이다. 그런데 그는 진심으로 빨갱이를 위하고 있다. 왜? 영화의 제목을 새삼스럽게 곱씹어본다.

의(義)형(兄)제(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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