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지배하다




올해의 앙상블

작년 연말 프랑스에서 흥행 센세이션을 일으킨 영화 <언터처블: 1%의 우정>이 국내에 상륙했다. <언터처블: 1%의 우정>은 박스오피스 10주 연속 1위에 오르며 무려 2,100만 명의 관객을 끌어모은 흥행작이다. 프랑스의 전체 인구를 감안하면 세 명에 한 명꼴로 이 영화를 봤다고 할 수 있다. 블록버스터 영화에 비하면 흥행에 취약하다고 볼 수 있는 드라메디 장르의 영화가 <아바타>의 흥행 기록마저 꺾으며 승승장구할 수 있었던 이유는 프랑스 관객들의 전반적인 소비 성향이 북미나 우리나라와 조금 차이가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영화가 워낙 재미있고 감동적인 데에 더 큰 이유가 있다고 본다. 그렇다면 이 영화의 매력은 어디에 있을까?

우선 실화이기 때문에 지극히 타당한 감동, 이것이 <언터처블: 1%의 우정>의 가장 큰 매력이다. 그렇지 않아도 두 남자의 특별한 우정은 지난 2003년 TV 다큐멘터리로 제작되어 인기리에 방영된 바 있다. 특별한 소재와 스토리에 대한 진정성은 이미 검증을 받은 셈. 거기에 영화의 장르적 특성과 재미를 더한다면 보는 이들의 호응을 얻게 되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었을 것이다. 이 영화의 공동연출을 맡은 두 감독은 그 사실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또한 편중되지 않으며 개성 뚜렷한 두 캐릭터의 절묘한 앙상블이 영화에 재미를 더한다. 특히 자신이 돌보는 필립(프랑수아 클루제)은 물론 관객까지 웃게 만드는 드리스(오마 사이)의 넉살은 <언터처블: 1%의 우정>의 유쾌함과 재미를 배가시키는 요소로 작용한다.

마지막으로 적재적소에 배치된 OST를 이 영화의 매력 포인트로 꼽고 싶다. 각자 자신의 성격을 고스란히 드러내기라도 하는 듯 클래식과 팝 음악을 좋아하는 두 캐릭터때문에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감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비발디의 '사계'를 비롯한 주옥같은 클래식에서부터 귀에 익숙한 팝까지 상반된 장르의 OST는 두 캐릭터만큼이나 절묘한 앙상블을 이룬다. 특히 프롤로그에 등장하는 어스 윈드 앤드 파이어의 ‘September’는 시작부터 관객들의 몸을 들썩이게 만든다. 또한 'September'의 신나고 유쾌한 멜로디는 영화의 전반적인 분위기와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 영화의 주제곡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님. 결국 <언터처블: 1%의 우정>은 감동적인 실화와 이를 바탕으로 탄생한 매력 만점 캐릭터, 그리고 명품 OST의 삼박자가 절묘한 앙상블을 만들어 내면서 흥행 성공, 여느 블록버스터 영화도 부럽지 않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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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자와 거지

<언터처블: 1%의 우정>은 두 캐릭터의 대비가 눈에 띄는 작품이다. 마치 소설 '왕자와 거지' 같다고나 할까? 물론 소설 속 이야기와는 전혀 다른 이야기를 그리고 있지는 영화지만 두 남자의 신분 차이는 각각 상위 1%와 하위 1%로 극명하게 갈린다. 우선 필립. 평소 오페라와 클래식을 즐기며 12개의 방, 5개의 욕실이 있는 파리의 대저택과 여섯 대의 최고급 자동차를 소유한 부호이다. 그는 실제로도 샴페인 회사를 운영하는 프랑스의 최상류층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드리스는 욕실이 하나 뿐인 12평의 빈민촌 임대아파트에서 여섯 명의 동생과 함께 생활하고 있는 백수 청년이다. 하지만 두 캐릭터의 대비가 단순히 빈부의 차이에서 오는 것만은 아니다.

두 캐릭터에는 나이와 인종의 대비도 존재한다. 사실 영화 마지막에 하나의 쇼트로 등장하는 실제 인물을 보면 드리스의 모델이 된 애브델은 흑인이 아니지만 영화에서는 피부색의 명백한 대비가 보인다. 이는 흑인 배우를 섭외함으로써 두 캐릭터의 대비를 보다 극적으로 표현하기 위한 감독의 의도일 수도 있다. 어쨌든 그 외에도 수많은 대비가 존재한다. 이상형도 패션 스타일도 예술을 대하는 태도 모두 비슷한 것이 하나도 없다. 결정적으로 휠체어에 몸을 의지한 채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필립과 다른 사람의 도움은 필요없다는 듯 자유분방하게 살아가는 드리스의 성격이 아주 판이하다.

이렇게 대비되는 두 남자가 우정이라는 미명으로 하나가 된다. 그동안 갖지 못하고 또, 가질 수 없었던 것들을 서로에게 나누고 함께 우정을 키우는 과정이 참 아름답다. 사실 갈등 구조가 전혀 없이 순탄하게 흘러가는 시나리오도 그렇고 내러티브의 완성도 역시 그렇게 탄탄한 편은 아닌데 두 캐릭터의 우정과 대비가 워낙 아름답고 또, 진정성이 느껴지기 때문에 어느 정도 상쇄되는 부분이 있기도 하다. 어쨌든 하늘과 땅 차이의 두 남자가 함께 우정을 키워 나가는 것이 <언터처블: 1%의 우정>의 골자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왕자와 거지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요플레를 먹을 때 뚜껑부터 핥아먹는 것은 왕자든 거지든 마찬가지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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