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연, 고레에다 히로카즈
크리스마스 시즌에 걸맞는 가족 영화 한 편이 관객들을 찾아 왔다. 일본을 대표하는 감성 연출자인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이 바로 그 작품이다. 이 영화는 지난 10월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해 '기적'이라는 제목으로 소개되면서 이미 국내 관객들과 평단의 극찬을 받은 바 있다. 그러한 연유로 내심 기대감을 갖고 영화를 관람했다. 그런데 평소 일본 영화에 별로 관심이 없는 편이라 뭔가 좀 냉소적인 기대감이었던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과는 상당히 만족스러웠다. 고레에다 히로카즈는 <공기인형>, <걸어도 걸어도>, <아무도 모른다> 등의 작품을 통해 탁월한 연출력을 이미 검증받은 감독이라 할 수 있다. 그의 필모그래피를 보면 주로 감성을 자극하는 드라마에 치중하는 편이고, 그면서도 유쾌한 여운을 남기는 작품 세계를 보여준다. 물론 <공기인형> 같은 작품을 통해 다양한 스펙트럼을 시도하기도 한다. 그런 와중에도 절대 변하지 않는 부분이 있다. 그것은 고레에다 히로카즈만이 할 수 있는 조력자로서의 역할과 배려이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공기인형>에 배두나를 캐스팅하며 한국 여배우에게는 이례적으로 일본 아카데미상에서 여우주연상을 안겨 주었다. 또한 그는 <아무도 모른다>에서는 연기 경력이 전무한 야기라 유야를 캐스팅하며 무려 칸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안겨 준 장본인이기도 하다. 이러한 기록들은 배우들의 진가를 이끌어 내는 그만의 능력을 증명하는 방증이 된다. 물론 기록만으로 미루어 보는 것은 다소 피상적인 분석이기는 하나 영화를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한결같은 배려와 조력자로서의 역할이 그냥 눈에 보인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미로스페이스 2011, ⓒ Reignman
기득, 그리고 기적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은 기적을 바라는 아이들의 순수한 동심을 그린 영화이다. 부모의 이혼으로 각각 엄마(오츠카 네네), 아빠(오다기리 죠)밑에서 살게 된 형제는 마주 오는 기차가 스쳐 지나가는 순간에 기적이 일어난다는 소식을 접하고 이를 찾아 특별한 여행과 모험을 떠난다. 두 주인공이 떨어져 있다 보니 영화는 교차편집을 통해 이야기를 전개한다. 그러다 형제와 그 친구들이 만나 각각의 기적을 바라는 마음으로 여행을 떠난다. 형제의 만남과 여행, 그리고 기차가 마주치는 장면은 이 영화의 클라이맥스라 할 수 있다. 영화를 보는 대부분의 관객들은 기차가 마주칠 때 아이들과 함께 기적을 꿈꾸게 될 것이다. 아이들이 바라는 기적이 될 수도 있고, 자신이 바라는 기적이 될 수도 있지만 무엇이 됐든 영화를 통해 교감을 나눌 수 있다는 것이 더 중요하다. 필자 역시 가족의 건강과 로또의 기적을 마음 속으로 간절히 바랐다. ⓒ Bandai Visual Company / (주)미로비젼. All rights reserved. 영화를 통해 기적의 진정한 의미를 되새겨 본다.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은 기적을 이야기하는 영화이고 또, 제목 자체가 기적인 영화이다. 하지만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다거나 죽은 개가 살아나는 식의 다소 황당한 기적은 이 영화에 없다. 앞서 말한 현실성이 바로 이러한 부분이다. 다만 깜찍한 수준의 기적은 분명히 존재한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진짜 기적에 대하여 영화 속 아이들이 여행을 간 곳에서 체험하는 것이 아니라 돌아온 그들의 일상에서 기적을 찾아가는 것이라고 말한다. 일상 그 자체가 기적이라는 것을 주인공이 조금씩 깨달아 가는 과정을 그리고 싶었다는 것이다. 가만 보면 우리네 현실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우리가 살고 있는 하루하루의 일상이 누군가에게는 간절하고 절실한 기적이 될지도 모른다. 그저 잘 먹고 사람답게 사는 것, 우리에게는 기득에 불과한 일상이 누군가에게 기적이 될 수도 있다는 것, 이것이 <기적>이 지닌 진정한 함의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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