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전라남도 신안군 증도면으로 1박2일 여행을 다녀왔다. 그동안 전남 신안에 가본 적이 없어 이번 여행을 통해 많은 것을 보고 느낀 것 같다. 천일염으로 가장 유명한 전남 신안은 육지 하나 없이 모두 섬으로만 이루어진 곳이다. 유인도와 무인도를 모두 합친 섬의 수가 무려 1,004개에 이른다. 그래서 '천사의 섬'이라는 별칭이 붙여졌다. 그 많고 많은 섬 중에서도 유난히 아름답고 깨끗한 섬이 하나 있다. 하늘, 바람, 바다의 이야기가 모래처럼 쌓이고, 시간조차 느리게 가는 곳, 증도이다. 증도는 아시아 최초로 슬로시티(Slow City)에 지정되기도 했다. |
전라남도 신안군 증도면 2011, ⓒ Reignman
전라남도 신안군 증도면 2011, ⓒ Reignman
"슬로시티(cittaslow)가 뭐지?" 20세기 말 이탈리아에서 시작된 슬로시티 운동은 인간사회의 진정한 발전과 아름다운 미래를 위하여 자연과 전통문화를 잘 보호하면서 경제살리기를 이루자는 취지의 국제적인 연결망이다. 슬로시티의 주요 지향점에는 ①철저한 자연생태보호 ②전통문화에 대한 자부심 ③천천히 만들어진 슬로푸드 농법 ④지역 특산품 공예품 지킴이 ⑤지역민이 중심이 되는 지방의 세계화 등이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2007년 12월 아시아에서는 최초로 슬로시티에 지정된 신안증도를 비롯하여 완도청산, 장흥유치, 담양창평, 하동악양, 예산대흥 등이 슬로시티로 지정되어 있다. 모두 아름다운 자연의 청정함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지역으로 느림의 미학과 참된 웰빙을 경험할 수 있는 곳이라 할 수 있다. |
전라남도 신안군 증도면 2011, ⓒ Reignman
슬로시티의 로고 마크인 달팽이가 그려져 있다.
느림의 대명사 달팽가 마을을 등에 지고 가는 모습에서 슬로시티의 미학을 한눈에 느낄 수 있다.
전라남도 신안군 증도면 2011, ⓒ Reignman
전라남도 신안군 증도면 2011, ⓒ Reignman
"지친다, 지쳐" 아침 일찍 출발한 버스는 점심시간이 훨씬 넘어서야 신안에 도착했다. 서울에서 남쪽 끝에 위치한 신안까지 가는 길은 생각대로 멀다. 주말 나들이 인파로 차가 막혀 가뜩이나 먼 길이 더욱 멀게 느껴진다. 그러나 신안에 도착하자마자 드넓은 바다와 함께 색색의 튤립들이 우리를 반겨 준다. 버스에서의 지루한 시간을 인내한 것에 대한 보상이 아닐까 싶다. 신안에서는 4월 15일부터 지난 주말까지 '튤립 축제'가 열렸다. 축제는 끝이 났지만 아름다운 튤립들은 여전히 남아 있다. 바퀴가 달린 나무 의자 왼쪽으로는 증도대교가 보인다. 작년 봄에 완공된 증도대교 덕분에 이제 자유롭게 섬을 드나들 수 있다. |
전라남도 신안군 증도면 2011, ⓒ Reignman
전라남도 신안군 증도면 2011, ⓒ Reignman
전라남도 신안군 증도면 2011, ⓒ Reignman
"증도도 식후경!" 긴 시간 동안 버스를 타고 왔더니 너무 배가 고프다. 아름다운 풍경은 뒤로 하고 일단 배부터 채워야겠다. 아름다운 풍경을 뒤로 하려고 했더니 이건 뭐 식당의 전경이 더욱 아름답다. 식당과 연결된 아치형의 목조다리를 건너 그림같은 식당의 전경을 다시 한번 뒤로하고 잘 차려진 밥상을 맞이한다. 도톰하고 쫄깃한 식감의 민어회를 한 점 집어들어 입으로 가져간다. 입에 넣기가 무섭게 시원한 파도소리와 함께 녹아내리는 민어회의 맛이 일품이다. 매력적인 민어회의 맛에 반해 쉬지도 않고 열심히 먹어 댄다. |
전라남도 신안군 증도면 2011, ⓒ Reignman
전라남도 신안군 증도면 2011, ⓒ Reignman
커피를 한 잔 뽑아들고 식당 주변을 산책하는 것으로 다음 일정을 이어간다. 여물통에 코를 박고 밥을 먹고 있는 말 한 마리가 눈에 들어온다. 녀석도 배가 많이 고팠는지 쉬지도 않고 열심히 먹는다. 천고마비의 계절은 아니지만 높고 푸른 하늘과 밥을 먹는 말의 모습, 다소 차가운 해풍이 더해져 가을의 운치가 느껴지는 것 같다. 시간조차 느리게 가는 슬로시티 증도에는 작년의 가을이 아직 남아 있는 것일까? |
전라남도 신안군 증도면 2011, ⓒ Reignman
전라남도 신안군 증도면 2011, ⓒ Reignman
"금연의 섬 증도!" 맛있는 식사 후에 아름다운 풍경을 벗삼아 태우는 담배 하나는 애연가들의 로망이다. 더욱이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담배연기를 한모금 마실 때의 기분은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짜릿하다. 그런데 증도에서는 담배를 팔지 않는다. 담배를 태울 수 있기는 하지만 섬 전체에서 담배를 판매하지 않고 있다. 참고로 근처의 다른 섬을 포함한 증도의 면적은 목포와 비슷한 수준이며, 1,000가구에 2,200명 정도의 주민이 살고 있다. 이렇게 큰 섬에서 담배를 팔지 않는다고 하니 놀랍지 않을 수가 없다. |
전라남도 신안군 증도면 2011, ⓒ Reignman
전라남도 신안군 증도면 2011, ⓒ Reignman
전라남도 신안군 증도면 2011, ⓒ Reignman
전라남도 신안군 증도면 2011, ⓒ Reignman
"나는야 준비된 애연가!" 증도에 들어오기 전 나는 여분의 담배를 두 갑 더 준비했다. 증도에서 담배를 팔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다만 언제나 넉넉한 담배와 함께하는 준비된 애연가의 자세에 충실했던 것 뿐이다. 인간의 손길이 전혀 닿지 않은 지역에는 이렇게 시선을 잡아 끄는 기암괴석들이 즐비해 있다. 그리고 증도 주변에는 쥐섬, 벼락섬 등 크고 작은 무인도들이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자리를 잡고 있다. 전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꿀리지 않을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풍경이다. "슬로시티 증도를 기억하세요!" 슬로시티의 목표는 지역사회 본연의 고유문화를 희생하지 않으면서 세계화의 가장 좋은 측면들을 활용하여 공동체 정신과 정체성을 유지 및 발전시켜 나가는 것에 있다. 사철음식이 아닌 제철음식과 유기농산물을 먹는 슬로푸드 운동을 통해 참된 웰빙을 실천하는 것 또한 슬로시티의 목적이다. 우리는 그동안 빠르고 편리한 것만 찾아다니며 느림의 미학을 잊고 살았다. 이제 자연과 인간 모두 건강한 미래를 맞이할 수 있는 느림의 미학에 대하여 곰곰이 생각해 볼 때가 된 것 같다. |
전라남도 신안군 증도면 2011, ⓒ Reignman
전라남도 신안군 증도면 2011, ⓒ Reign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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