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꽁초 무단투기로 과태료 5만원을 징수받았습니다. 삼십 년 넘게 살면서 과태료라는 걸 처음 내보게 되었네요. 그래서 나름 의미 있는 사건에 대해 기록하고, 반성을 하는 의미에서 이렇게 글을 남깁니다.
1. 단죄 (斷罪)
지난 27일 저 멀리 네덜란드에서 손님이 오신다 하여 명동을 찾았습니다. 이웃 블로거 펨께님이 추석도 쇠고 여행도 할 겸 한국에 오셨는데 네덜란드에 돌아가긴 전에 한번 보자고 하셔서 바람나그네님과 함께 조촐한 모임을 가졌습니다. 점심식사를 하고 블로그에 대한 수다도 떨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지요.
후식으로 커피를 한 잔 마시기 위해 가까운 커피숍을 찾았습니다. 밥도 먹고 커피를 마시며 담배를 피우기 위해 커피숍 밖으로 잠시 나왔습니다. 명동은 사람이 많은 곳이라 사람이 없는 주차장으로 가서 담배를 피우기 시작했습니다. 또다른 이웃 블로거와 전화 통화를 하면서 커피도 마시고, 담배도 피우다 보니 저도 모르게 꽁초를 바닥에 그냥 버린 것 같습니다.
담배를 다 피웠으니 통화를 하면서 커피숍 안으로 들어가려 하는데 누군가 길을 막더군요. 세 분의 아주머니였는데 무단투기를 단속하는 공무원이었던 거죠. 저는 이때까지만 해도 왜 나를 잡는지 어리둥절했습니다. 담배꽁초를 무단투기했으니 신분증을 제시하라는 말에 터져나오는 한마디. 아뿔싸...
통화를 급하게 마무리하고 벌금을 내야하는 거냐고 묻자 신분증부터 달라고 하시길래 보여드렸습니다. 그리고 위에 보이는 피처분자 통지용 위반 확인서를 주시더군요. 그래서 제가 한마디 했습니다.
'한번만 봐주시면 안될까요?'
정말 부끄러운 말입니다. 순간 5만원이라는 벌금이 무서웠는지 저도 모르게 봐달라는 말이 나오더라고요. 시간이 좀 지나고 생각을 해봤는데 제 자신이 창피하고 부끄럽고 미워지더군요. 핑계를 좀 대자면 저는 평소에 담배꽁초 무단투기를 잘 하지 않습니다. 사람이 많은 곳이나 길거리를 활보하면서 흡연을 하는 행동 역시 하지 않습니다. 더 나아가 무단횡단도 잘 안합니다. 준법정신이 나름 투철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왠지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 잘못 걸렸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정말 부끄러운 생각입니다. 한번만 봐달라는 말도 모자라 억울하다는 생각을 하고, 잘못 걸렸다는 생각까지 하다니요. 핑계라는 말을 했지만 말 그대로 핑계일 뿐입니다. 저는 이번 일을 계기로 반성을 참 많이 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제 무덤을 파는 글이 될지언정 부끄러움을 무릎쓰고 이렇게 포스팅을 하게 되었습니다. 5만원이 저에게 큰 돈이기는 하지만 1원도 아깝지 않는 인생 수업료를 냈다고 생각합니다.
2. 문죄 (問罪)
저는 앞서 억울하다고 했습니다. 담배꽁초를 버렸으니 벌금을 내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죄를 묻는 과정 즉, 행정을 집행하는 과정이 왠지 탐탁치 않게 여겨졌기 때문입니다. 모든 확인이 끝나고 커피숍에 들어가 위반 확인서를 천천히 살펴 보는데 시간이 좀 이상한 겁니다.
위반 시간은 14시 10분이지만 시계를 확인해보면 14시 45분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혹시나 해서 미리 말씀드리지만 이건 조작된 사진이 아닙니다. 지인 두 분과 함께한 자리에서 찍은 사진이니 조작을 했다면 말 그대로 제 무덤을 파는 것이겠죠. 어쨌든 14시 10분이라는 위반 시간은 분명 문제가 있어 보입니다.
시간을 거꾸로 돌려보자면 위반 확인서를 받고 커피숍에 들어온 시간은 최대한 빨리 잡아도 35분 이후입니다. 그렇다면 제가 담배를 피운 시간은 20~25분 정도가 됐을 것이고, 무단투기에 대한 단속을 진행한 시간은 25분~35분 정도가 됐을 겁니다. 여기 정확한 시간이 나와 있습니다.
9월 27일 14시 20분부터 3분 19초 동안 통화를 한 기록이 있습니다. 이 기록은 상대방 휴대폰에도 남아 있을 것이고, 통화기록에도 남아 있을 것입니다. 본의 아니게 등장하게 된 악랄가츠님 죄송합니다. 저 그때 이러고 있었습니다. ㅜㅜ
결국 위반 시간이 14시 10분인 이유는 단속공무원의 시계가 15분 정도 느리거나 위반 확인서를 미리 작성했다는 것으로 밖에 설명이 안됩니다. 위반 확인서를 미리 작성했다는 것은 흡연자를 보고 타켓을 벌써 잡았다는 것이라고 볼 수 있죠. 이는 대단히 불쾌한 사항입니다. 내가 담배를 태우고 있는데 꽁초를 그냥 버릴 것이라고 지레짐작하여 단속을 시도한다는 것이니까요. 위반행위를 단속하는 것과 단속을 하기 위해 위반하기를 기다리는 것에는 분명 큰 차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
저 혼자만의 생각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만약 이 글을 끝까지 읽고 저와 다른 견해를 갖고 계신 분이 있다면 댓글을 통해 의견을 말씀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또한 서울특별시 중구청 청소행정과와 단속공무원들은 이 부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해지는군요.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저는 담배꽁초를 무단투기하는 잘못을 저질렀고, 과태료를 내야합니다. 제 잘못을 인정하고 또 크게 반성합니다. 다만 행정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잘못된 부분이 있다고 생각을 하기에 이 부분은 개선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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