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지배하다




Movie Info

영화 <내사랑 내곁에> 를 통해 메소드 연기의 진수를 보여준 본좌급 배우 김명민이 새 영화로 돌아왔다. 제목은 바로 <파괴된 사나이>. 딸을 잃은 아버지의 파괴된 삶과 죽었던 딸이 유괴범과 함께 8년 만에 나타나면서 벌어지는 추격전을 그린 김명민, 엄기준 주연의 투탑(!) 서스펜스 영화다. 우민호라는 신인 감독의 작품인데 나홍진 감독이 비슷한 느낌의 영화 <추격자>를 들고 나왔을 때의 포스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그래도 연출과 시나리오가 제법 탄탄하다. 여튼 무더운 여름에 잘 어울리는 스릴러 겸 드라마인 것 같다.

파괴된 사나이들
Reignman
연기의 본좌 김명민, 김윤석과 더불어 필자가 가장 좋아하는 배우다. 고로 김명민에 대한 높은 기대치를 가지고 극장을 찾았다. 김명민은 역시 김명민이다. 목사로 시작해 타락한 인간과 처절한 인간을 지나 따뜻한 아버지로 회귀하는 주영수의 여정을 리얼하게 표현해내고 있다. 그런데 본 단락의 소제목을 '파괴된 사나이들'로 지은 이유는 <파괴된 사나이>는 김명민 혼자만의 영화가 아니기 때문이다. 앞서 강조했듯이 김명민, 엄기준의 투탑 스릴러 영화다. 엄기준은 분량도 분량이지만 캐릭터의 존재감과 연기력에서도 김명민에 절대 꿀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엄기준의 선전에 두 캐릭터의 존재감이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아 <파괴된 사나이>가 보다 완성도 높은 작품으로 탄생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두 배우의 명성을 비교해보면 오히려 엄기준의 최병철이 김명민의 주영수보다 더 잘 빠진 캐릭터가 된 것 같다. 두 배우가 맡은 인물이 가진 연기에 대한 난이도가 비슷한 수준이고, 엄기준에 대한 기대치가 상대적으로 적었기 때문인 것 같다. 여튼 김명민은 딸을 잃은 아버지의 파괴된 모습을 표현해야 하고, 엄기준은 그 어렵다는 사이코패스 연기를 해야 한다. 엄기준은 과하지도 모자르지도 않는 수준의 절제된 연기를 선보이며 사이코패스의 파괴적인 모습을 무서우리만치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추격자>의 지영민(하정우)과 비교해봐도 손색이 없는 사이코패스의 모습으로 엄기준이라는 배우를 재발견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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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능에 충실하다

최병철(엄기준)은 관객들로 하여금 공포를 느끼게 한다. 반면 주영수(김명민)와 그의 아내(박주미)는 감동과 공감을 불러 일으킨다. 그런데 프롤로그가 끝난 후 극초반에 주영수의 과거가 넌지시 드러난다. 그는 목사 이전에 의대를 다녔던 비범한 인간이다. 이것은 주영수가 파괴되어 가는 과정을 더욱 절감하게 만드는 요소로 작용함과 동시에 앞으로 펼쳐질 두뇌플레이에 대한 암시가 된다. 감동과 공감에 스릴과 긴박감이 더해진다는 것이다. 이것은 서스펜스 영화가 가져야 할 필요충분조건이자 본능이다. 주영수가 죽은 줄로만 알았던 자신의 딸이 살아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최병철을 쫓는 시점부터 영화가 아주 재밌어진다. 아이스링크에서 펼쳐지는 대립 구도나 살 떨리는 미행 시퀀스는 서스펜스의 매력을 마음껏 발산하는 <파괴된 사나이>의 백미가 되고 있다. 여튼 이 영화 본능에 충실하다.Reignman

자식을 지키려는 아버지의 본능과 스피커에 꽂힌 어느 돌아이의 소유욕과 살인 본능, 그러한 아버지와 돌아이의 본능을 표현하려는 김명민과 엄기준의 연기 본능, 맥거핀과 인터컷을 적절히 활용하는 스릴러, 장르영화로서의 본능, 인물의 심리묘사를 제대료 표현하기 위한 신인 감독의 연출 본능 등 내용적으로나 기술적으로나 모든 면에서 본능에 충실한 면모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걸작이라고 하기에는 뭔가 설명하기 쉽지 않은 부족함이 많이 느껴진다. 배우들의 연기도 좋고 시나리오도 탄탄한데 <추격자>에 비해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느낌이 자연스럽게 생긴다. 마찬가지로 유괴를 소재로 다룬 영화인 <세븐 데이즈>나 <그놈 목소리>정도의 범작으로 느껴진다. 그렇게 느낀 이유를 두서없이 나열해 보자면, 최병철이 담당형사를 확실하게 마무리 하지 않은 점, 흔하지도 않은 빨간 모자가 대량으로 등장하는 작위적 설정, 두통약 PPL, 반전이 없다는 점, PC방에서의 몽타주 시퀀스가 제대로 표현되지 못한 점, 최병철과 주영수의 마지막 대결이 너무 진부하다는 점 등을 꼽을 수 있겠다. 여튼 <파괴된 사나이>는 여름과 잘 어울리는 서스펜스 스릴러이고, 김명민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볼만한 영화가 될 것 같다. 또한 사은품을 받기 위해 잡지를 사는 것처럼 엄기준의 절제된 사이코패스 연기를 감상하기 위해 극장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 될 것 같다.Reign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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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인맨 Reign [rein] = 통치, 지배; 군림하다, 지배하다, 세력을 떨치다 여행과 사진, 그리고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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