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지배하다




리얼리티

한국전쟁이 발발했던 6월 25일이 다가오니 이에 발맞추어 6.25 전쟁을 소재로 한 작품이 하나 나왔다. 작품의 제목은 <포화 속으로>.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이 영화는 기존 한국전쟁을 소재로 한 작품들과는 다르게 71명 학도병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전쟁물이다 보니 아무래도 총알이 난사 하고 폭탄이 터지는 전투신을 얼마나 사실적이고 실감나게 그려낼 것인지가 <포화속으로>의 가장 큰 숙제였을 것이다. 작품성을 인정받고 흥행에 성공할 수 있는지의 여부 역시 전쟁의 리얼리티에 달려있을 터, 그래서인지 110억원이 넘는 엄청난 제작비를 투자하여 실감나는 전투를 그려내고 있다. <포화속으로>는 프롤로그부터 압도적인 전투와 스타일리쉬한 영상미를 통해 관객들의 눈을 사로잡는다. 의도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아무 소리 없이 검정색 스크린에 올라오는 오프닝 크레딧의 시간(대략 20초?)을 길게 잡아 곧바로 이어지는 프롤로그 전투를 더욱 요란하게 느끼도록 손쓴 것인지도 모르겠다.Reignman

암튼 <포화속으로>는 생각했던 것보다 전투의 비중이 아주 높다. 따라서 상대적으로 플롯이 부족할 수 밖에 없고, 내러티브의 엉성함도 군데군데 좀 보이는데 전투의 스케일이 워낙 크고 화려하다보니 이 정도는 충분히 극복하고도 남음이 있어 보인다. 한국 전쟁영화의 기술적인 발전을 지켜보며 감탄을 하게 되는 것도 참 오랫만인 것 같다. 이 영화는 내용을 떠나 눈요기 만큼은 확실히 보장하는 작품이다. 하지만 한계를 드러내고 있는 감독의 역량에 허탈한 기분이 든다. 제작사는 113억원이나 투입된 대작의 연출을 왜 이재한 감독에게 맡겼는지 모르겠다. 이재한 감독은 디테일을 포기하고 그저 화려하고 강렬한 비주얼에만 치중한 것 같다. 시퀀스의 마무리가 어찌나 어설프던지 컷의 전환이 대단히 어색하다. 뭔가 좀 더 마무리를 하고 다른 이야기로 넘어가야 할 것 같은데 그냥 툭 자른다는 말이다. 또한 전투 중에 간간이 찾아오는 작위적인 설정때문에 감동을 느껴야 할 상황에 쓴음웃을 지어야 하는 경우가 생기기도 했다.Reign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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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세

전쟁물은 관객들에게 여러가지 소득을 준다. 전쟁의 실감나는 묘사로 인한 볼거리와 전쟁과 실화라는 특수성으로 인해 느껴지는 더욱 진한 감동, 그리고 전쟁이 주는 교훈 등 전쟁영화만의 혜택이 분명히 존재한다. <포화속으로>의 경우 볼거리라는 측면에서 보면 확실한 소득을 얻을 수 있다. 그러나 감동과 교훈은 기대하기 어렵다. 범람하는 전투신으로 인해 스토리의 전개가 상대적으로 부실하기 때문이다. 또한 배우들의 부실한 연기력이 한 몫을 단단히 하고 있다. 영화 속 주연 배우들의 모습에서는 허세만이 느껴질 뿐, 전쟁은 별로 느껴지지 않는다. 탑과 권상우는 애초에 기대치가 없었기 때문에 그러려니 하겠는데 김승우는 존재감도 별로 없다. 분량도 별로 많지 않지만 학도병들이 중심이 되는 이야기라 더욱 그런 것 같다. 존재감이 약한 캐릭터를 순전히 자신의 역량으로 키워낼 만한 배우도 아니고, 감독 역시 캐릭터들을 잘 살려내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차승원이 카리스마를 뿜어내고 있는데 역시나 허세는 가득하다.
Reignman
<포화속으로>는 전반적으로 상당히 많은 아쉬움이 느껴지는 영화다. CG의 완성도와 전투의 리얼리티는 확실히 괜찮은데 나머지 요소들이 너무 평범하니 이거 월드컵 시즌이기도 하겠다 본전이나 뽑을 수 있을런지 모르겠다. 안티팬들로 인해 3점대를 달리던 포털 평점을 알바들을 풀어 불과 3일만에 7점대로 복귀시킨 노력은 가상하다만 제작비와 영화의 흥행을 생각해보면 눈물이 앞을 가릴 지경이다. 암튼 이 영화 볼만한 범작이다. 아니, 113억원이나 투자해서 범작을 만들어 버리면 그게 범작인가, 졸작이지.
Reignman
※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면서 이제는 연세 지긋한 할아버지가 되신 영화의 실제 주인공들이 등장한다. <포화속으로>의 유일한 감동이 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본문에 사용된 모든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그 모든 권리는 ⓒ (주)태원엔터테인먼트. 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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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인맨 Reign [rein] = 통치, 지배; 군림하다, 지배하다, 세력을 떨치다 여행과 사진, 그리고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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