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vie Info
영화 <싱글맨>은 크리스토퍼 이셔우드의 동명 원작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이 영화의 감독은 무려 톰 포드. 명품브랜드 구찌의 수석 디자이너 출신이자 자신의 이름을 건 브랜드 '톰포드'를 통해 세계 최고의 패션 디자이너 반열에 올라선 그가 영화를 만들었다니 사뭇 기대가 된다. 영국의 대표 배우 콜린 퍼스가 주인공 조지 역을 맡아 호연을 펼치고 있으며, <클로이>의 줄리안 무어와 <프로포즈 데이>의 매튜 구드, 니콜라스 홀트(어바웃 어 보이의 그 아이가 벌써 이렇게 자랐다 ㄷㄷ)가 함께 한다.Reignman 영화를 디자인하다 톰 포드의 평생 꿈은 영화감독이었다고 한다. 아무리 그래도 패션 디자이너가 영화를 만든다고 했을때 반신반의했던 것이 사실이다. <싱글맨>을 보고 나니 의(疑)는 사라지고 신(信)만 남는다. 영화를 연출하는 것에도 정석이라는 것이 존재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겹치게 되는 부분이 있다. 가장 기초적인 부분을 말하는 것인데 기본이 되는 부분은 갖춘 상태에서 자신만의 스타일과 기법을 연구하고, 이를 확장시키는 것이 모든 영화감독의 임무라 한다면 톰 포드는 섬세하고 스타일리쉬한 연출을 통해 그 임무를 충실히 수행했다고 보여진다. <싱글맨>의 디테일은 클로즈업 촬영으로 완성된다. 눈과 입술, 꽃과 담배 등 화면을 가득 채우는 클로즈업은 영화를 디자인하는 톰 포드만의 차별화된 미장센을 대변하는 대표적인 요소가 되고 있다. 또한 세련된 의상과 소품, 멋진 자동차와 저택 등 영화를 구성하는 모든 장치들은 1960년대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임에도 지극히 모던하고 대단히 스타일리쉬하다. 이는 영화를 디자인하는 톰 포드의 역량에 절대적으로 기인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톰 포드는 영화를 연출하는 것이 아니라 영화를 디자인하는 매우 특별한 영화감독이다.Reignman ⓒ Artina Films. All rights reserved. 이안 감독은 <브로크백 마운틴>이라는 희대의 퀴어무비에서 광활한 풍경을 배경으로 두 남자의 사랑을 순박하고 서정적인 느낌으로 그려냈다. 반면 톰 포드는 자신의 전공을 십분 활용하여 보다 현대적이고, 보다 스타일리쉬한 묘사로 동성애를 그려내고 있다. 두 영화 모두 서정적이고 애상적이라는 것에는 차이가 없으나 <브로크백 마운틴>이 배경과 인물을 조화롭게 그려냈다면 <싱글맨>은 묘사의 중점을 인물에 좀 더 두고 있다는 정도의 차이가 있다. 그러한 톰 포드의 의중을 파악한 콜린 퍼스와 줄리안 무어, 매튜 구드, 니콜라스 홀트는 성실한 연기로 보답하고 있는데 특히 콜린 퍼스의 명연기가 돋보인다. 매튜 구드와 니콜라스 홀트의 매혹적인 눈빛과 외모에 심장이 두근거리기도 하지만 콜린 퍼스의 절제된 리액션에 감정이입이 되면서 숨이 멎을 뻔한 느낌을 전달받기도 한다. 이것은 필자가 남자이기 때문에 느낄 수 있었던 특권같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허나 여성 관객들은 그저 그들의 잘 빠진 외모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할 수 있을 것이다.Reignman ▼▼ <어바웃 어 보이>의 그 꼬마가 이렇게 아름다운 남자사람으로 성장했다. ㄷㄷㄷㄷ;;; ⓒ Artina Films. All rights reserved. 정리하자면, <싱글맨>은 동성애를 그린 퀴어영화 즉, 소수(동성애자든 유대인이든 흑인이든)의 인권을 대변하는 영화이기도 하지만 그와 동시에 모든 인간의 상실과 극복에 대한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 영화이기도 하다. 결국 죽음, 상실, 극복, 사랑 등 이 모든 것은 소수든 다수든 간에 모든 인간이 똑같이 가져가야 할 일종의 소명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이미 정해진 삶을 살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사랑을 하고, 상실을 겪고, 또 극복을 하고, 그리고 죽는다. 다만 죽음에 이르기까지 상대적으로 적은 상실과 많은 행복을 가져가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아무리 죽으려 애써도 죽지 못하고, 살아야 한다고 마음 먹었을 때 찾아오는 죽음. 이러한 아이러니를 겪지 않기 위해서 말이다.Reign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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