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지배하다




호재와 악재

핸드헬드 방식은 카메라를 손에 들고 촬영하는 기법이기 때문에 생동감과 긴박감 넘치는 장면을 담아낼 수 있다. 따라서 보는 이들은 동적인 영상에 심취하여 영화를 감상할 수 있고, 빠르게 움직이는 카메라의 동선을 따라다니다 보면 자연스럽게 몰입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그러나 핸드헬드를 지나치게 남발하게 되면 매 장면의 여운을 채 느끼기도 전에 다음 장면을 급하게 쫓아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다르게 이야기하자면, 눈과 귀와 머리는 화면과 스피커와 플롯의 박자를 놓치지 않고 따라갈 수 있으나 감성적으로는 크게 와닿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린 존>은 이러한 부작용이 어느 정도 적용되는 영화라 할 수 있다. <그린 존>의 속도감 있는 전개와 긴박감 넘치는 영상이 관객들의 집중력을 유도하고 흥미를 유발하는 호재가 될지언정 쉴 틈 없이 흔들리는 핸드헬드의 범람은 여운의 부재를 초래하는 악재로 작용될 것이다.
Reignman
이라크전을 소재로 하는 영화는 계속해서 만들어지고 있다. <엘라의 계곡>이나 <굿바이 그레이스>와 같은 독립영화에서부터 <그린 존>과 같은 블록버스터급 영화까지 그 종류는 다양하다. 그중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영화는 바로 <허트 로커>. <그린 존>과 <허트 로커>를 잠시 비교해보자. 두 영화는 모두 전쟁영화이며, 전쟁의 부조리를 지적하고 있다. 이라크 바그다드를 배경으로 현지의 상황을 전달하고 있다는 점 역시 같다. 게다가 <그린 존>의 촬영은 <허트 로커>의 촬영감독이기도 한 배리 애크로이드가 맡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린 존>의 영상이 관객들의 감성까지 미처 자극하지 못한 데에는 <허트 로커>와는 달리 전체적인 완급을 조절하는 것에 있어 좀 더 신중하지 못함에 그 이유가 있다. 전적으로 개인적인 생각이다. 필자가 <허트 로커>를 먼저 봤기 때문에 그 완성도와 작품성에 눈이 한껏 높아져 있는 상태에서 (이틀 간격으로) 만나 본 <그린 존>을 액션에 너무 급급한 영화로 받아들인 것일 수 있다. 혹시 모르겠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 미뤄두었던 매 장면의 여운들이 한꺼번에 밀려 올라올지도... 전투로 시작해서 전투로 끝나는 <그린 존>, 액션의 남발로 인한 완급조절의 실패가 오히려 식상함을 초래하는 악재가 될지언정 그 모든 것이 묵직한 메시지를 보다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함이라고 한다면 그것은 분명히 호재로 작용될 것이다.

ⓒ Universal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언론과 여론의 괴리

영화 <그린 존>의 제목은 사담 후세인이 사용하던 바그다드 궁을 개조한 미군의 특별 경계구역을 말한다. 전쟁으로 황폐해진 바그다드, 그 곳의 시민들은 마실 물도 부족하고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비참함에 놓여 있지만 '그린 존'은 그런 상황에서도 호화로움을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어처구니 없는 괴리는 언론과 여론의 괴리와 다름이 없다. 언론은 여론을 조장하는 매체임과 동시에 여론을 바른 길로 이끌어야 할 매체이다. 또한 언론은 여론을 무시하는 정부의 횡포를 견제하기 위한 매체가 되어야 한다. 언론이 정부의 개(犬)가 될 때 비로소 언론과 여론 사이에는 알력과 괴리가 생기게 된다. Reignman

밀러(맷 데이먼)준 위는 세계평화라는 명분 속에 숨겨진 추악한 진실과 마주하게 된다. 그 추악한 진실 속에는 언론의 조작이 포함되어 있다. 정말 재미있는 것은 올바른 여론의 확립을 위한 밀러 준위의 마지막 선택이 바로 언론이라는 것이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밀러 준위의 이메일에 담긴 수신자 목록을 보면서 냉소와 실소를 터트리지 않은 관객이 과연 있을지... 조중동이라는 따뜻한 언론(노숙자 노모씨는 그렇게 따뜻할 수 없다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을 접하고 있는 한국의 관객들이라면 냉소적인 반응은 더해질 것이다. 언론과 여론은 같은 방향이든 다른 방향이든 언제나 상관관계를 지니고 있다. 부디 그 방향이 같은 방향이길, 또한 올바른 방향이길 희망한다. Reignman

※ <그린 존>의 진정한 맥락은 '본'시리즈가 아닌 <플라이트 93>과 함께 한다. 폴 그린그래스의 진가 역시 '본'시리즈가 아닌 <플라이트 93>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마틴 스콜세지의 공로상에 가까운 감독상 수상만 아니었다면 폴 그린그래스가 오스카상을 거머쥐는 이변이 벌어졌을지도 모르겠다. 본문에 사용된 모든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그 모든 권리는 ⓒ Universal Pictures. 에 있음을 밝힙니다.





    본 블로그는 모든 컨텐츠의 무단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출처를 밝히더라도 스크랩 및 불펌은 절대 허용하지 않으며, 오직 링크만 허용합니다.
    또한 포스트에 인용된 이미지는 해당 저작권자에게 권리가 있으므로 이미지를 사용할 경우 저작권 표시를 명확히 해 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여행과 사진, 그리고 영화를 이야기하는 블로그 '세상을 지배하다'를 구독해 보세요 =)
    양질의 컨텐츠를 100% 무료로 구독할 수 있습니다 ▶ RSS 쉽게 구독하는 방법 (클릭)
 


BLOG main image
세상을 지배하다
레인맨 Reign [rein] = 통치, 지배; 군림하다, 지배하다, 세력을 떨치다 여행과 사진, 그리고 영화
by Reignman

카테고리

전체보기 (875)
영화 (273)
사진 (109)
여행 (219)
그외 (273)

달력

«   2024/03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최근에 받은 트랙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