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vie Info
2008년 2월 24일 미국 LA 코닥 극장에서 제 80회 아카데미 시상식이 열렸다. 필자는 당시 TV로 시청을 하며 남우주연상 후보에 대한 의문을 가졌었다. 당시 후보는 다니엘 데이 루이스(수상)와 조니 뎁, 비고 모텐슨, 조지 클루니, 그리고 토미 리 존스... 그런데 토미 리 존스가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가 아닌 알 수 없는 영화로 노미네이트 된 것이다. 알 수 없는 영화는 바로 <엘라의 계곡>이었고, 그 의문점은 2년여의 시간이 지난 지금 비로소 풀리고 말았다. 2007년 작품인 <엘라의 계곡>의 국내 개봉이 너무 늦은 것 같다. 아니, 이제라도 개봉을 한 것이 다행인 것 같기도 하다.
암튼 이 작품은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로 오스카 작품상 수상작인 <크래쉬>의 폴 해기스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군대에서 실종된 아들을 찾는 아버지의 내용을 그리고 있지만 이라크 파병을 지탄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 무게감이 느껴지는 작품이다. <크래쉬>를 통해 미국 사회의 인종문제를 신랄하게 비판했던 폴 해기스는 <엘라의 계곡>을 통해서 또 다른 문제에 대해 다시 한번 신랄한 비판을 이어 나갔고, 그 비판의 메시지가 영화속에 깊이있게 묻어나고 있다.
진정한 연기파 배우들
오스카 수상자 세 명이 뭉쳤다. <도망자>로 오스카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던 토미 리 존스가 실종된 아들을 찾는 아버지 행크 역을 맡았고, <데드 맨 워킹>으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던 수잔 서랜든이 그의 아내 조안 역을, <몬스터>로 역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던 샤를리즈 테론이 행크를 돕는 형사 에밀리 역을 맡았다. 폴 해기스 감독과 배우들 만으로도 반 이상은 먹고 들어가는 영화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수잔 서랜든은 비교적 짧은 분량임에도 아들을 잃은 슬픔을 실감나게 연기하며 눈물샘을 자극했고, 샤를리즈 테론은 절제된 연기를 통해 주인공인 토미 리 존스를 환상적으로 조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영화는 시작하자 마자 아들의 실종 소식을 알리고, 곧이어 아들의 사망 소식을 전한다. 덕분에 토미 리 존스는 시종일관 웃을 수가 없었다. 그런데 아들을 잃은 상황에서도 어쩔 수 없이 미소가 필요한 상황이 나오기 마련이다. 그런 상황들 속에서 토미 리 존스가 내보이는 쓴웃음을 보고 있노라면 목이 메어오고, 가슴이 뭉클해진다. 토미 리 존스의 쓴웃음이 그의 얼굴에서 보여지는 주름과 근심, 분노와 더해져 보는 이들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잔잔한 듯한 연기를 펼치면서도 관객들의 감정을 폭발하게 만드는 토미 리 존스의 능력은 정말 위대한 것이었다. 행크는 위대한 아버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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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라의 계곡 (In the Valley of ELAH)
성서, 사무엘서 17장에 나오는 3천년 전 다윗과 골리앗이 싸웠던 이스라엘의 예루살렘과 베들레헴 남서쪽 엘라 교차로 38번 도로와 375번 도로가 만나는 지점. 영화에서는 명예를 위해서 전쟁터에 떠밀려 간 다윗과 같은 수많은 젊은이들이 전쟁의 상처로 인해 괴물 다윗이 되어 온다는 의미를 담는다.
성서, 사무엘서 17장에 나오는 3천년 전 다윗과 골리앗이 싸웠던 이스라엘의 예루살렘과 베들레헴 남서쪽 엘라 교차로 38번 도로와 375번 도로가 만나는 지점. 영화에서는 명예를 위해서 전쟁터에 떠밀려 간 다윗과 같은 수많은 젊은이들이 전쟁의 상처로 인해 괴물 다윗이 되어 온다는 의미를 담는다.
전쟁의 패혜
앞서 말했듯이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 졌다. 2003년 이라크 전쟁 참전 후 고국에서 살해된 참전 병사 리차드 데이비스의 죽음을 둘러싼 음모와 충격적인 진실을 스크린에 옮겼는데 그 과정이 매우 긴장감 넘치고, 몰입이 잘 된다. 그리고 그 결과가 대단히 충격적이다. <엘라의 계곡>의 작품성과 완성도를 높여 주는 다른 모든 요소(배우의 연기나 감독의 연출력, 작품이 주는 메시지와 교훈 등)들을 간과하고 보더라도 충분히 재밌게 볼 수 있다. 많은 생각이 필요한 영화지만 생각없이 보더라도 재밌게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엘라의 계곡>을 많은 사람들이 봤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영화를 재밌게 감상한 후에 얻을 건 얻고, 버릴 건 버리는(버릴 건 하나도 없는 영화지만...) 것은 스스로의 몫이다.
앞서 말했듯이 이 영화는 이라크 파병에 관한 문제를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다. <엘라의 계곡>이란 제목의 숨겨진 뜻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수많은 젊은이들이 전쟁을 통해 상처받는다. 총상 등의 상처는 수술로 치료할 수 있지만 마음의 상처와 고통은 치유하기 어렵다. 병사들은 적을 공격하여 상처와 고통을 주는 대신 마음의 상처를 얻는다. 이 마음의 상처가 전장에 나가보지 않은 사람은 절대 느껴볼 수 없는 고통이라면 지금 필자가 느끼는 고통은 고통이 아닌 것 같다. 여기까지 글을 읽은 사람이라면 스크롤을 올려 이 영화의 포스터를 다시 한번 확인해 보기 바란다. 성조기가 뒤집어져 있는 모습을 보았는가. 국기를 거꾸로 다는 것은 도움과 구호가 필요하다는 표식이라고 한다. 그런 의미에서 전쟁으로 인한 폐단이 더욱 심한 나라, 도움과 구호가 진정으로 필요한 나라는 이라크가 아니라 미국인 것 같다.
※ <엘라의 계곡>은 15세 관람가다. 영화가 주는 감동과 교훈을 생각하면 15세가 아니라 초등학생들에게도 이 영화를 권하고 싶다. 하지만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스트립 클럽이 자주 등장하고, 스트리퍼들의 가슴이 적나라하게 노출되고 있다. 보다 많은 관객들이 이 영화를 볼 수 있다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지만 아무래도 15세 관람가는 조금 무리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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