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파르나서스 박사의 상상극장>이 기대되는 이유에 대해 포스팅을 한 적이 있습니다. 이 영화를 보기전에 가졌던 개인적인 기대감과 영화에 대한 정보는 아래 링크로 갈음하겠습니다. 그럼 리뷰를 시작하겠습니다.
관련 포스트 ☞ '파르나서스 박사의 상상극장'이 기대되는 이유 세가지 Intro 오랜시간동안 기다렸던 영화 <파르나서스 박사의 상상극장>. 개봉일을 손꼽아 기다렸던 필자는 평소와는 다른 마음가짐으로 극장 의자에 앉았다. 간절히 원했던 영화에 대한 기대와 흥분으로 인해 심작박동이 빨라지고 숨이 가빠오기 시작했다. 모자를 벗어 코와 입을 틀어막고 크게 심호흡을 했다. 내가 뱉은 이산화탄소를 마시니 점차 안정이 되어가는 것을 느꼈다. 어느정도 안정을 되찾은 후 눈을 지그시 감고 흥분된 마음을 애써 진정시켰다. 그러던 찰나 각종 광고와 영화 예고편이 끝난 스크린은 검은색으로 바뀌어 있었다. 그리고 영화의 시작을 알리는 극장내 소등과 함께 왠지 모를 쓸쓸함과 상실감이 느껴지는 첼로소리가 흘러 나왔다. <파르나서스 박사의 상상극장>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두 마리 토끼 <파르나서스 박사의 상상극장>의 연출과 각본, 제작을 맡은 테리 길리암 감독은 명실상부한 작가주의 감독이다. 작가주의 감독의 영화는 보통 작품성은 인정받으나 대중적이지 못해서 관객들의 외면을 받고는 한다. 테리 길리암 감독은 그동안 영화의 스토리 뿐만 아니라 영상에까지 철저하게 작가주의를 내세웠다. 한마디로 지독한 작가주의라는 것이고 다른 작가주의 감독에 비해 그 정도가 심하다고 볼 수 있다. 예컨대 한국의 대표적인 작가주의 감독인 김기덕의 작품을 보면 머리가 아파온다. 그런데 테리 길리암 감독의 작품을 보면 머리는 물론 눈까지 아파오는 것을 느낀다. 그런 그가 <파르나서스 박사의 상상극장>을 통해 대중성을 선보였다. 물론 그의 모든 작품들이 대중적이지 못한 것은 아니지만 <파르나서스 박사의 상상극장>은 남녀노소 모두 쉽게 즐길 수 있을만한 판타지 영화라고 해도 무방할 것 같다. 그러면서 그는 작품성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어디하나 매끄럽지 못하다거나 부족하다고 느낄 수 없을 정도로 완성도 높은 영상을 만들었다. 영화촬영기간에 주인공이 사망하는 절체절명의 사건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완성도 높은 작품이 탄생한 것을 보면 테리 길리엄 감독이 왜 거장인지를 알 수 있을 것 같다. 테리 길리엄은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데 성공한 것 같다. ⓒ Infinity Features Entertainment / Showtime. All rights reserved.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데에는 아름답고 상큼한 비주얼의 역할이 지배적이었다. 릴리 콜이 연기한 발렌티나라는 인물 만큼이나 상큼하고 아름다운 비주얼은 마치 동화속을 여행하고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이 영화에는 마법의 거울이 하나 등장을 하는데 그 거울은 파르나서스 박사의 상상속으로 입장하는 문이다. 거울속으로 들어가면 파르나서스 박사가 상상한 세계가 펼쳐지고, 신기한 구조물들과 그림같은 경치로 이루어진 그 세계는 참으로 아름답고 몽환적이었다. 관객들은 파르나서스 박사의 상상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게 된다. 영화 자체가 기발한 상상력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는데 그 속에서 또 새로운 상상에 빠지게 되니 판타지속에 판타지가 하나 더 있다고 보면 좋을 것 같다. <파르나서스 박사의 상상극장>이 보여주는 아름답고 상큼한 비주얼은 언어로는 표현하기 어려울만큼 고귀하고 예술적인 가치가 느껴지는 것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필자가 아무리 미사여구로 설명을 해봤자 추상적인 느낌만 줄 뿐, 직접 눈으로 확인하기 전까지는 그 가치를 파악하기 어려울 것 같다. 이 영화가 가진 환상적인 비주얼은 서울대 국문과 교수의 할아버지가 와도 글로 표현하기에는 역부족인, 그만큼 위대한 영상이란 생각이 든다. 아무래도 오스카에서 <아바타>와 맞짱 함 뜰 것 같다. ⓒ Infinity Features Entertainment / Showtime. All rights reserved. 그동안 1인 2역은 많이 봤어도 4인 1역은 본 적이 없다. 이는 영화사상 처음이라고 한다. 토니라는 사기꾼을 히스 레저와 조니 뎁, 주드 로, 콜린 파렐이라는 샛별같은 배우들이 동시에 연기를 하는 것이다. 이는 히스 레저가 촬영을 끝마치지 못한 상태에서 갑작스럽게 사망하는 바람에 생긴 포맷이었다. 히스 레저의 죽음으로 영화는 좌초될 위기에까지 봉착했지만 세 명의 톱스타 덕분에 영화를 완성시킬 수 있었다. 사실 조니 뎁과 주드 로, 콜린 파렐의 분량은 많지 않다. 하지만 그들은 히스 레저를 추모하는 마음으로 그 어느때보다 최선을 다해 촬영에 임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는 아주 좋았다. 각기 다른 개성을 내뿜으며 토니라는 캐릭터에 다채로운 매력을 불어넣은 그들은 히스 레저가 끝내 결과를 보지 못하고 떠난 작품에 멋지게 마침표를 찍어 주었다. 그리고 그들은 자신들의 출연료를 전부 히스 레저의 딸인 마틸다에게 전해주었다고 한다. 작품에서나 현실에서나 그들은 히스 레저의 진정한 친구였다. 히스 레저, 그를 추억하며... < 파르나서스 박사의 상상극장>에서 히스 레저의 모습이 처음 등장하는 순간 가슴이 먹먹해지는 것을 느꼈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의 얼굴을 다시는 볼 수 없다는 생각에 불안함이 밀려왔다. 그러던 중 루돌프 발렌티노, 제임스 딘, 다이애나 왕세자비의 사진이 종이배에 실려 떠내려가는 장면이 등장한다. 그 모습을 보고 있던 한 여인은 필자가 느꼈던 가슴뭉클함과 불안함을 고스란히 느낀다. 그런 그녀에게 조니 뎁이 이렇게 이야기한다. 사실 이 장면과 대사는 의도된 것인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지만 의도된 것으로 보인다. 상황도 상황이지만 루돌프 발렌티노, 제임스 딘, 다이애나 왕세자비 모두 요절한 것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조니 뎁이 던진 이 대사는 영화 속 여인에게, 그리고 관객들에게 감동과 전율을 선사해 주었다. 그렇다. 히스 레저는 영원하다. 적어도 상상속에서 만큼은...
'그들은 더이상 살이 찌지도 않고 나이를 먹지도 않는다. 쇠약해지지도, 변하지도 않는다. 그들은 신이다. 영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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