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지배하다




Movie Info

<바스터즈: 거친녀석들>(이하 바스터즈)은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과 브래드 피트의 조합만으로도 커다란 기대감을 안겨준 작품이다. 2차 세계 대전 시기에 나치의 잔인하고 폭력적인 행태에 뚜껑이 열린 브래드 피트가 '개떼들'이라는 소수정예군단을 만들어 나치들을 거칠게 무찌르는 영화다. 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하다보니 유럽의 슈퍼스타들도 다수 출연했다. 독일이 낳은 스타 틸 슈바이거와 다이앤 크루거, 프랑스 출신의 멜라니 로랑 등이 출연했으며, <바스터즈>로 2009 칸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수상하기도 한 크리스토프 왈츠까지 등장한다. 브래드 피트를 비롯한 개떼들과 크리스토프 왈츠의 대결이 정말 볼만한 작품인데, 한마디로 영화에서 간지가 난다. 이런게 진짜 간지... <바스터즈>다.

쿠엔틴 타란티노의 작품들은 <펄프 픽션>이나 <재키 브라운>도 그렇고, <킬빌>도 그렇고 하나같이 OST가 대박이다. 이번 영화의 OST역시 완전 간지인데 쿠엔틴 타란티노가 평소 가장 위대한 영화음악인으로 생각하는 엔니오 모리꼬네의 음악이 다수 포함되어 있고 세계적인 팝스타 데이빗 보위의 음악도 들을 수 있다. 이는 영화를 보는 것 만큼이나 즐거운 일이 될 것이다. 거장의 음악과 거장의 영상을 보며 필자는 전율 그 이상을 느꼈다.

ⓒ Universal Pictures / Weinstein Company, The. All rights reserved.

브래드 피트의 재발견

크리스토프 왈츠는 칸이 인정한 만큼 최고의 악역 연기를 보여줬다. 프리즌 브레이크의 티백같은 이미지를 가진 그는 보는 관객들로 하여금 분노를 자아내며 히스 레저 못지 않은 개성강한 악역 캐릭터를 완성시켰다. 비록 칸영화제의 남우주연상은 크리스토프 왈츠에게 돌아갔지만 브래드 피트 역시 만만치 않은 연기를 보여줬다. 포스터와 스틸샷을 보면 느낄 수 있는 브래드 피트의 외모는 왠지 말론 브란도와 닮아 있다. 말론 브란도가 대부에 출연해서 보여준 것처럼 표정의 범위를 좁히고 그 영역을 어느정도 유지하면서 펼치는 기술적인 연기는 대배우인 말론 브란도 못지 않았다. 물론 성격은 전혀 다르다. 말론 브란도가 얇은 목소리를 내 뿜으며 무시무시한 카리스마를 점잖게 선보였다면, 브래드 피트는 껄렁껄렁한 말투와 코믹한 표정으로 그야말로 캐간지 캐릭터를 완성시켰다.

장동건은 연기를 잘하는 배우다. 그러나 외모가 워낙 출중해서 연기가 얼굴에 묻히는 케이스다. 브래드 피트도 비슷한 것 같다. 섹시한 외모와 세계 최고의 스타성에 연기력이 묻히는 것 같다는 말이다. 오스카에 2번이나 노미네이트 되기는 했지만 조니 뎁이나 러셀 크로우 같은 배우에 비하면 저평가 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비겁한 로버트 포드의 제시 제임스 암살>과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를 통해 최근 몇년간 수직상승하고 있는 브래드 피트, 그는 이번 영화를 통해 어느 누구도 범접하지 못할 자신만의 연기 영역을 만든 듯 하다. 물론 잘생긴 외모와 최고의 스타성 또한 그가 가진 무기다. 브래드 피트는 이제 대배우의 문턱으로 한걸음 한걸음씩 진입하고 있다.

ⓒ Universal Pictures / Weinstein Company, The. All rights reserved.

한이 서린 통쾌함

<바스터즈>는 제목부터 심상치 않다. 거친 녀석들... 거친 것을 넘어 잔인한 장면도 많이 등장하지만 그런 장면들이 거북하다거나 불편하다는 느낌은 받지 않았다. 필자가 느끼는 잔인함의 한계치가 비교적 높기는 하지만 아마 다른 관객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머리가죽을 칼로 벗겨내는 장면이나 야구방망이로 나치를 패죽이는 장면, 이마에 나치의 문양을 새기는 장면 등을 통해 잔인함 대신 통쾌한 기분을 느꼈다. 어쩌면 폭력의 대상이 나치였기 때문에 통쾌함이 가능했을런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건 타란티노의 전작인 <데쓰 프루프>를 보면서 느낀 통쾌함과도 비슷한 기분이었다. 그러므로 타란티노의 매직이 유쾌 상쾌 통쾌한 오락 영화 <바스터즈>를 만들었다고 밖에 설명할 수 없을 것 같다.

반면 <바스터즈>를 단순히 오락영화로 치부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그리고 전쟁영화지만 <람보>와 같은 첩보영화에 가깝다. 2차 세계대전이나 유태인 학살에 관한 영화를 그동안 많이 봐왔지만 <바스터즈>만큼 한 많은 역사의 슬픔이 담긴 영화도 드물다. 우리는 폴란드의 유태인 피아니스트인 블라디슬로프 스필만의 회고록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영화 <피아니스트>나 슬픔을 유머러스한 아름다움으로 승화시킨 <인생은 아름다워>, 사실적인 표현이 너무나도 인상깊었던 <쉰들러 리스트> 등의 영화를 통해 슬픈 역사를 보아왔다. <바스터즈> 역시 한 많은 역사를 다시 한번 느껴 보며 감동과 교훈을 얻기에 충분한 작품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 Universal Pictures / Weinstein Company, The. All rights reserved.

쿠엔틴 타란티노

쿠엔틴 타란티노는 직접 작업한 탄탄한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영화를 가지고 논다. 그의 디테일한 연출은 배우들의 좋은 연기를 뒷받침해주며 아름다운 장면으로 탄생한다. 게다가 그는 친절한 배려까지 잊지 않는다. <바스터즈만> 보더라도 152분이라는 짧지 않은 러닝타임을 갖고 있지만 타란티노의 친절함 덕분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영화에 집중하게 된다. 어려운 내용은 아니지만  중간중간 회상장면을 껴 넣어 이해를 돕고, 카메라 구도를 관객들의 시점에서 함께하며, 장을 나누어 관객들이 쉽게 정리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배려가 바로 쿠엔틴 타란티노의 친절함이다. <데쓰 프루프>에서도 그랬고, <킬 빌>에서도 그랬고, <재키 브라운>이나 <펄프 픽션>에서도 그랬다. 그는 작가주의 감독이 아니다. 그의 천재성이 일방적으로 영화에 표출된다면... 어휴, 상상만해도 골치 아프다.

심지어 그는 배우들에게까지 친절하다. 배우들이 간지 나는 표정 연기를 펼칠 때면 언제나 그렇듯 클로즈업으로 부각시켜 준다. 간지나는 음악까지 깔아주며 몰입을 극대화 시킨다. 이런 기술적인 연출은 타란티노 감독만의 독보적인 영역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이러한 디테일이 <죽음의 다섯 손가락>을 연출했던 정창화 감독의 오마주에서부터 시작한 것이라고 한다면, 그것은 필자에게 자부심까지 느끼게 하는 좋..좋은 배움이다. 그리고 그는 <바스터즈>에서 희대의 명장면을 탄생시켰다. 불타오르는 극장을 바라보면서 눈을 깜빡거리거나 귀를 파는 관객은 아마 아무도 없었을 것이다. 타란티노만의 독특한 기법을 활용한 영화들은 앞으로도 계속 될 것이다. 관객들이 원하고, 내가 원하고, 또 그가 원하기 때문이다.

PS. 쓰다보니 글이 좀 길어졌네요. 영화리뷰는 짧게 쓰는게 좋은데 할 말이 많아서... ㄷㄷ;;

※ 본문에 사용된 모든 이미지는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그 모든 권리는 ⓒ Universal Pictures / Weinstein Company, 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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