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vie Info
영화 <집행자>는 교도소에서 근무하는 교도관들과 사형수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로 사형제도에 대한 가치판단의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역시 사형수의 이야기를 다룬 송해성 감독의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과 비교해서 봐도 좋을 것 같다. 연출은 이번영화로 장편 데뷔를 하게된 최진호 감독이 맡았는데, 최진호 감독은 <세상밖으로>, <테러리스트>, <런어웨이>, <귀천도> 등의 조연출을 거쳐 착실히 경력을 쌓아 왔으며, <집행자>에서도 무난한 연출력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조재현과 윤계상, 박인환 등의 배우들이 출연하여 교도관의 갈등을 연기하고 있다. 윤계상은 영화 개봉을 앞두고 개인적으로 사형제도는 폐지돼야 한다고 주장하며 '죄를 지었다고 목숨을 빼앗는 것 자체가 너무 1차원적인 것 같다. 차라리 피해자가 겪은 고통을 똑같이 느끼게 한다거나 다른 형태의 벌이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게 뭥미.. 피해자가 겪은 고통을 똑같이 느끼게 하는 것이 사형아닌가?;
영화 <집행자>는 무거울대로 무거운 소재를 다루고 있으나 유머와 감동을 적절히 섞어 넣음으로서 영화의 소재가 주는 무거움을 어느정도 희석시키고 있다. 중간중간 섞어 넣은 코미디가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시나리오를 커버하고, 관객들이 영화에 몰입할 수 있도록 만드는 매개체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리뷰를 쓰면서 '그게 지금 이 상황에서 따질만한 디테일이니?'라는 대사가 생각나 피식하는 중이다. 그리고 <집행자>의 주체는 사형수가 아닌 교도관이다. 그것이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과는 조금 다른점이라고 볼 수 있다.
ⓒ 활동사진 / 스폰지이엔티. All rights reserved.
영화 <집행자>에 등장하는 인물인 배종호(조재현), 오재경(윤계상), 김 교위(박인환) 등 교도관은 아주 연기하기가 까다로운 인물들이다. 교도관이 겪게 되는 심오한 갈등을 연기로 표출해 내야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조재현의 카리스마넘치는 내면연기는 <집행자>의 미덕이 되고 있다. 잠시나마 재소자의 입장이 되어 조재현을 겪어 본 결과 매서운 눈빛과 강렬한 카리스마에 압도됨을 느낄 수 있었다. 윤계상도 이번 영화를 통해 배우로서 한단계 업그레이드된 면모를 보여주었는데, 신입교도관이 험악한 재소자들을 상대로 겪게되는 갈등, 선배 교도관들과 여자친구와의 복잡한 갈등을 제법 멋지게 표현하며 깊은 인상을 남겼다. 베테랑 중견연기자인 박인환씨야 말할 것도 없이 좋은 연기를 보여주었고, 특별출연으로 잠시 등장했던 전미선은 짧은 시간이었지만 심금을 울리는 연기로 필자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역시 연기깨나 하는 배우인 것 같다. 이처럼 배우들의 좋은 연기가 밑바탕에 깔려 있기 때문에 <집행자>를 안심하고 봐도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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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은 대놓고 사형제도를 비판하는 영화다. 꽃미남 강동원의 눈물을 아름답게 표현하며 보는 이로 하여금 반강제적으로 사형제도 반대의 동조를 요구한다. 그런 일방적인 시선때문에 영화를 보면서 상당히 불편했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집행자>는 다르다. 감독의 중립적인 시선이 참 마음에 들었다. <집행자>에는 사형수 두 명이 등장하는데, 한명은 20년전 강도살인으로 세명을 살해했지만 지금은 완전히 교화되어 어느 누구보다 깨끗해진 아저씨이고, 다른 한명은 반성의 기미라고는 눈꼽만큼도 찾아볼 수 없는 연쇄살인범이다. 이 둘을 놓고 사형제도의 옳고 그름을 저울질하고 있는 것이다. 관객들 역시 두 명의 사형수를 비교해가며 사형에 대한 가치판단의 도움을 얻는다.
상당히 무거운 소재를 적절한 유머와 감동으로 희석시킨 점, 감독의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시선이 <집행자>의 완성도를 더해준다. 여기에 한가지 더... 교도관들이 겪는 갈등을 통해 그들의 고난과 역경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그들이 사는 세상이 얼마나 괴로운 세상인지, 그들이 가는 길이 얼마나 고독한 길인지 <집행자>를 통해서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는 카리스마 넘치는 조재현을 비롯한 배우들의 좋은 연기가 밑바탕이 되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호평의 연속인 리뷰이지만 간간이 느껴지는 부자연스러운 전개와 개인적으로 느꼈던 전체적인 부조화를 이유로 높은 평점은 주지 않겠다. 7점 정도면 아주 후한 점수를 주는 것이 아닐까란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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