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지배하다




바다는 양면성을 지닌 공간이다. 수면 위로 보이는 광활한 바다의 고요함과 낭자함도 그렇지만 해수면을 기준으로 위아래로 구분되는 공간의 대립은 바다가 지닌 양면성의 중추가 된다. 그동안 수면 위로 보이는 바다의 이중적인 성질은 여러 번 경험해볼 수 있었다. 잔잔한 바다에서 전해지는 고요하고 평화로운 분위기를 느껴 본 반면 자신의 위력을 과시하듯 거센 파도를 동반한 바다의 모진 성격 또한 경험해 보았다.

하지만 모진 성격을 내비치는 바다의 모습은 본연의 의지가 아닐 것이다. 폭풍이라고 하는 또 다른 자연의 힘이 바다의 악마 근성을 끄집어 내어 거친 파도를 일으켜 재앙까지 불러오는 것이 아닐까 싶다. 필자의 이러한 관점은 아름답고 신비하며, 고요하고 평화롭기 만한 바닷속의 또 다른 세상을 체험한 것에서부터 비롯된다.


제주도 서귀포잠수함 2011, ⓒ Reignman


잠수함을 타고 들어가 살펴본 바닷속 세상의 모습은 그야말로 신세계였다. 파래, 미역, 고동, 소라, 전복 등 다양한 해조류와 패류를 비롯하여 자리돔, 범돔, 놀래기, 쥐취 등 수많은 물고기떼가 평화롭게 살고 있는 바닷속 세상은 해상의 광활한 모습과 전혀 다른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다. 이렇게 신비하고 몽환적인 세상을 직접 확인했으니 바다를 앞서 언급한 관점으로 바라보게 된 것이다. 바다의 양면성을 모두 확인한 순간 바다와 같은 사람이 되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때로는 거칠고, 때로는 부드러운 면모를 보이면서도 내면의 따뜻함은 한결같이 유지할 수 있는 그런 사람.

"세상을 지배하는 레인맨이올시다!"


제주도 서귀포잠수함 2011, ⓒ Reignman

제주도 서귀포잠수함 2011, ⓒ Reignman


국토 최남단에 위치한 '서귀포항의 이국적인 아름다움' 을 만끽한 후 잠수함에 승선한다. 잠수함승선권을 끊고 잠수함 승객 수송선에 올라 잠수함 '지아호'를 탈 수 있는 곳까지 이동한다. 참고로 서귀포 잠수함은 '지아호'와 '마리아호'가 있는데 지아호가 마리아호에 비해 규모나 시설면에서 조금 앞선다고 볼 수 있다. 지아호는 승객 65명과 승무원 2명을 태우고 최대 57m까지 잠수할 수 있는 최신 시설의 잠수함이다. 반면 마리아호는 상대적으로 규모가 조금 작긴 하지만 최대 75m까지 잠수할 수 있는 동양 최초의 관광용 해저잠수함이다.


제주도 서귀포잠수함 2011, ⓒ Reignman

제주도 서귀포잠수함 2011, ⓒ Reignman


수송선을 타고 서귀포 앞바다의 시원한 경치를 감상하며 잠수함 승선지까지 이동한다. 바다의 잔잔한 물결과 그림같은 절경이 해저 탐험에 대한 공포를 차츰 누그러뜨리고 있다. 사실 과거 스쿠버 다이빙을 통해 해저탐험에 대한 공포를 느낀 적이 있어 세계 최장시간 무사고운항으로 세계기네스기록을 보유한 서귀포 잠수함과 함께한다고 해도 약간의 공포를 느끼고 있었다.

좌측으로 잠수함의 안전을 책임지는 대국 2호의 위풍당당한 자태를 확인하는 순간에는 조금이나마 불안했던 마음의 안정을 완벽하게 되찾는다. 게다가 쾌청한 날씨와 해상의 잔잔한 분위기가 해저 관광의 묘미를 더 잘 살려줄 것 같은 기대감에 콧노래가 절로 나온다.


제주도 서귀포잠수함 2011, ⓒ Reignman


햇살이 따스하고 바람도 많이 잦아들긴 했지만 한겨울의 날씨는 여전히 쌀쌀하다. 하지만 날씨가 쌀쌀한 계절이 해저관광의 최적기라고 한다. 바닷물이 차가워지기 시작하는 가을부터 이듬해 겨울까지 시야를 방해하는 플랑크톤이나 먼지 등이 적어 바닷속 풍경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남쪽에 위치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따뜻한 제주 서귀포의 경우 12월과 1월이 해저관광의 피크가 아닐까 싶다.

잠수함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어 본다.그러던 중 짙은 바닷속에서 하얀 물체가 서서히 올라온다. 서귀포 잠수함 지아호가 숨겨 두었던 자태를 드러나는 순간 다큐멘터리에서나 보던 해저 여행의 현실화가 시작됨을 느낀 내 심장의 박동이 빨라진다. 한 사람 한 사람 천천히 잠수함에 올라 해중에 숨겨두고 있는 잠수함의 내부 공간으로 이동한다.


제주도 서귀포잠수함 2011, ⓒ Reignman

제주도 서귀포잠수함 2011, ⓒ Reignman

드디어 잠수함 내부에 진입, 해저여행을 시작한다. 옹기종기 모여앉은 승객들은 수심의 깊이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는 바닷속 풍경에 미소를 짓고, 함께 탑승한 승무원의 코믹한 멘트에 소리내어 웃는다. 문섬 주변 바다를 운항하는 서귀포 잠수함 관광은 수심의 깊이에 따라 각기 다른 풍경을 연출한다. 수심 10m에서는 다양한 해조류와 패류 및 해파리, 멸치떼를 구경할 수 있고, 수심 20m에서는 줄도화돔, 돌돔, 아홉동가리 등 수많은 물고기떼와 해삼, 문어, 불가사리 등을 구결할 수 있다.

수심 30m와 40m에서는 각각 화려한 맨드라미 산호초 군락과 난파선을 구경할 수 있는데 이 난파선은 수 천년 동안 물에 잠겨있는 제주 유일의 난파선이라고 한다. 수심 30m 부근에서 볼 수 있는 형형색색의 군락은 해송, 해면, 부채산호, 분홍맨드라미산호, 맵시산호, 수지만드라미 산호, 돌산호 등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 광경이 마치 설악산의 단풍과도 같아 승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해저 여행을 마치고 수면 위로 올라와 숨을 크게 한번 들이켜는 나, 시원하고 맑은 공기를 마시며 지난 1시간을 회고해본다. 잠시 동안 꿈을 꾼 것 같은 착각이 든다. 그만큼 바닷속 세상의 풍경은 몽환적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쉴 새 없이 들려오는 새의 지저귐과 바람 소리가 그렇게 반가울 수 없다. 역시 나는 물속에서 살 수 없는 존재인가 보다. 수송선을 타고 다시 서귀포항으로 이동하는 동안 하늘과 공기, 바람, 땅, 산의 존재를 떠올리며 바닷속 세상은 추억이라는 상자에 봉인한다.

도움 주신 분들 ☞ 제주아띠 (www.jejuatti.com) & 티웨이항공 (www.twayair.com)


제주도 서귀포잠수함 2011, ⓒ Reign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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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인맨 Reign [rein] = 통치, 지배; 군림하다, 지배하다, 세력을 떨치다 여행과 사진, 그리고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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