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지배하다




이번에 제주도 여행을 다녀오면서 제주평화박물관에 들렀습니다. 제주 가마오름 기슭에 위치하고 있는 제주평화박물관은 일제 침략전쟁을 고발하고 전쟁의 고통과 폐해를 알리고자 만들어진 곳입니다. 제주여행을 몇 번 해보긴 했지만 평화박물관은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고, 그곳에서 다소 충격적인 역사를 배우게 됐습니다. 그럼 그 가슴 아픈 역사와 사연을 차근차근 풀어보도록 하겠습니다.


평화박물관에는 코스모스와 메밀꽃이 만발해 가을과 평화를 알리고 있습니다. 선선한 가을 바람에 꽃들이 춤을 춥니다. 꽃과 꽃이 부딪쳐 만들어내는 소리의 오롯함은 제주여행의 설렘을 더해줍니다.


제주 가마오름 트레킹 코스 입구에 위치한 지하요새, '제주 가마오름 일제 동굴진지' 안으로 들어가 봅니다. 등록문화재 제308호로 지정되어 있는 '제주 가마오름 일제 동굴진지'는 일제 강점기 시절 일본군이 제주도 서부지역인 모슬포 또는 고산으로 상륙하는 미군을 맞아 전투하기 위해 구축한 군사시설입니다. 1, 2, 3층 구조로 만들어진 땅굴진지는 공기가 자연적으로 순환될 수 있도록 미로형으로 설계되었고 내부에는 수십개의 방이 만들어져 있습니다.


이곳은 우리나라 젊은이들이 일본군에 의해 강제로 동원되어 만들어낸 곳입니다. 산 속 깊숙한 어둠 속에서 등잔불 하나에 의지한 채 배고픔과 채찍질을 당하며 삽과 곡괭이로 만들어낸 지하요새입니다.


가마오름 땅굴 지하요새 현장에는 당시의 상황을 복원해 놓아 이와 같은 역사가 되풀이 되지 않도록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지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학생들의 견학 장소로 안성맞춤인데요. 안그래도 해마다 수학여행을 온 학생들이 자주 찾는다고 합니다. 특히 일본과 중국 등 외국 학생들이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오면서 제주평화박물관을 많이 들른다고 합니다.


2km 정도 되는 지하요새를 나와 큰 한숨을 쉽니다. 오래되어 보이는 비행기 한 대가 보입니다. 바로 그 옆에는 '세계평화의섬'이라는 기념비가 세워져 있습니다. 2005년 1월 27일 故 노무현 전대통령께서는 제주도가 삼무정신의 전통을 창조적으로 계승하고, 제주 4·3의 비극을 화해와 상생으로 승화시키며 평화정착을 위한 정상외교의 정신을 이어받아 세계평화에 기여할 수 있도록 제주국제자유도시특별법 제12조의 규정에 의하여 제주도를 세계평화의 섬으로 지정했습니다. 결국 전쟁의 고통과 폐해를 느꼈다면 평화를 실천하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일인 것입니다.


해가 떨어지고 쌀쌀해진 날씨에 쫓겨 박물관 안으로 들어갑니다. 평화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는 오래된 유물과 사진들을 살펴보며 당시의 상황을 다시 한번 상상해 봅니다. 가슴이 먹먹해져 오는 것을 느낍니다.


박물관을 둘러보던 중 평화박물관의 이영근 관장께서 등장하십니다. 대단히 존경스러운 분입니다. 왜냐하면 이곳의 역사를 개인의 힘으로 복원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영근 관장의 부친께서는 가마오름의 땅굴 진지 안에서 군량미 수송노역에 시달렸던 적이 있어 가마오름의 땅굴 진지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해주셨다고 합니다. 그렇게 이영근 관장은 20여 년 동안 자료를 수집하고, 여기저기에서 돈을 끌어모아 평화박물관을 세웠습니다. 또한 현재까지도 복원사업을 계속 진행하고 계십니다. 문화재청이 약간의 지원을 해주고 있기는 하지만 턱없이 부족합니다. 정부가 이곳의 복원사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했으면 합니다.

"아니, 우리나라의 역사를 왜 개인이 복원해야 합니까?"


일본 학생들이 평화박물관에 다녀가면서 메시지를 남겨 놓았습니다. 일본에서는 현재 제주평화박물관의 매입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어처구니 없는 현실입니다. 우리나라는 이곳에 관심을 별로 보이지 않는데 일본에서는 크게 관심을 보이고 있으니 이영근 관장의 피와 땀이 결실을 맺지 못한다면 결과가 어떻게 될지는 장담할 수 없습니다. 가슴에 뭐가 걸린 것처럼 답답한 느낌이 듭니다.

▲ 일본과 중국, 그리고 우리나라 학생들이 메시지를 많이 남겨 놓았습니다.

▲ 베트남 학생들도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와 평화박물관에 머물다 간 듯 합니다.


흔적을 하나 남깁니다. 아직도 전쟁으로 인해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평화를 실천하고자 하는 의지가 필요합니다. 평화는 곧 세상을 지배합니다.

제주여행 관련 사이트 ▶ 티웨이 항공 (www.twayair.com)
                                ▶ 제주아띠 (www.jejuatti.com)



    본 블로그는 모든 컨텐츠의 무단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출처를 밝히더라도 스크랩 및 불펌은 절대 허용하지 않으며, 오직 링크만 허용합니다.
    또한 포스트에 인용된 이미지는 해당 저작권자에게 권리가 있으므로 이미지를 사용할 경우 저작권 표시를 명확히 해 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여행과 사진, 그리고 영화를 이야기하는 블로그 '세상을 지배하다'를 구독해 보세요 =)
    양질의 컨텐츠를 100% 무료로 구독할 수 있습니다 ▶ RSS 쉽게 구독하는 방법 (클릭)
 


BLOG main image
세상을 지배하다
레인맨 Reign [rein] = 통치, 지배; 군림하다, 지배하다, 세력을 떨치다 여행과 사진, 그리고 영화
by Reignman

카테고리

전체보기 (875)
영화 (273)
사진 (109)
여행 (219)
그외 (273)

달력

«   2024/03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최근에 받은 트랙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