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펙터클영화의 진수
포털 사이트에 검색창에 로빈 훗을 치면 10개가 훨씬 넘는 동명 영화들이 쏟아져 나온다. 그만큼 로빈 훗과 관련된 영화는 그동안 아주 많이 만들어진 바 있다. 로빈 훗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로빈 후드>. 한글 제목이 '훗'이 아니라 '후드'인 것은 그동안 만들어졌던 로빈 훗 관련 영화들과 차별화를 두려는, 혹은 차별화된 영화임을 알리려는 국내 수입업체의 의지인지도 모른다. 그렇다. 이전의 로빈 훗은 모두 *잊어도 좋다. 추가로 <글래디에이터> 역시 잊어도 좋다. 두 영화 모두 어마어마한 스케일을 자랑하는 시대극이고 작품성과 대중성을 겸비한 작품이긴 하나 전반적인 느낌은 사뭇 다르다. 대중성에서는 <로빈 후드>, 작품성에서는 <글래디에이터>의 손을 들어주고 싶다. Reignman 리들리 스콧의 작품 중에서는 <매치스틱 맨>과 <한니발>을 가장 좋아하긴 하지만 다른 작품 역시 하나 같이 마음에 든다. 스릴러에도 매우 강한 감독이지만 <로빈 후드>같은 액션 대작 역시 참 잘 만든다. 70이 훨씬 넘은 노감독이 <로빈 후드>같은 거대한 스케일의 영화를 어떻게 구상하고, 어떻게 관리·감독하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그의 정력적인 리더십에 혀를 내두를 정도다. 극 중 월터 록슬리(84세)의 발기 현상처럼 뭔가 기적같은 일이 벌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 같다. 한마디로 리들리 스콧의 연출력이 기가 막힐 정도로 좋다는 말이다. 그렇다고 디테일에 소홀한 것도 아니다. 이 영화의 러닝타임이 140분이라는 사실을 믿기가 어렵다. 체감 상영시간은 많이 잡아도 1시간 30분 이하다. 사실 <로빈 후드>같은 영화가 진짜 스펙터클영화 아니겠는가. 모르긴 해도 수만명의 보조출연자들이 이 영화에 출연했을 것이다. 최근에 개봉한 <아이언맨 2>와 같은 영화는 스케일이 크긴 하나 스펙터클한 느낌은 아닌 것 같다. Reignman ※ 그런데 어차피 잊을 만한 로빈 훗도 없다. <못말리는 로빈 훗>과 케빈 코스트너 주연의 <로빈 훗>말고는 본 적도 없고 알지도 못했다. ⓒ Universal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필자는 앞서 이전의 로빈 훗은 모두 잊으라고 했다. 다른 로빈 훗을 잊어도 되는 가장 큰 이유는 영화의 스케일과 느낌 때문이 아니라 로빈 훗 캐릭터의 스타일 변화에 기인한다. 우선 로빈 후드보다 로빈 롱스트라이드란 이름에 익숙해져야 한다. 또한 러셀 크로우의 묵직한 발성과 무게감에도 익숙해져야 한다. 그리고 로빈 훗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바로 '활' 아니겠는가. 그러나 이 영화에서는 활을 그렇게 많이 사용하지 않는다. 물론 결정타는 활이지만 위 스틸샷을 보면 왠 망치를 휘두르고 있다. ㄷㄷ; 정리하자면 로빈 롱스트라이드는 로빈 훗이라는 캐릭터의 굴레에서 벗어나 있다는 것이다. 그냥 새로운 캐릭터로 받아들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무엇보다 러셀 크로우의 명품연기와 케이트 블란쳇이라는 든든한 지원군의 서포트가 있었기 때문에 굴레를 벗어날 수 있었던 것 같다. Reignman 법에 의거한 자유 (약간의 스포일러) <브레이브 하트>라는 희대의 사극에서 멜 깁슨은 자신의 목숨을 '자유'라는 단어와 바꾼다. 로빈 롱스트라이드 역시 자유를 강조한다. 법에 의거한 자유를... 그의 아버지 역시 자유를 위해서 기꺼이 목숨을 바친다. 로빈 롱스트라이드가 귀족들이 모인 자리에서 존 왕에게 정직하고 용기있는 말을 하는 장면이 <로빈 후드>의 절정이라고 생각한다. 약간의 전율을 느끼게 하는 장면이었다. 이 고귀한 장면과 대사가 그 이후에 벌어지는 대규모 전투에 묻히지 않았으면 좋겠다. <로빈후드>의 전체적인 구성과 결말은 100% 속편을 암시하고 있다. 속편 없이 이렇게 마무리가 된다면 이 영화, 완전 범작이 된다. 전체적인 스토리라인의 규모가 그외 영화를 구성하는 요소들의 규모 못지않게 거대하기 때문이다. 아니, 스토리라인의 거대함이 영화의 규모를 만들었다고 보는 것이 오히려 맞는 것 같다. 따라서 속편의 완성도에 따라 <로빈후드>의 명작 여부가 결정될 것 같다. Reignman ※ 마샬 역을 맡은 윌리엄 허트를 보는 맛이 아주 좋다. 존재감이 강력한 캐릭터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윌리엄 허트의 연기는 여전히 맛깔스럽다. 또한 마크 스트롱은 이제 완연한 악역 전문배우가 된 것 같다. <셜록 홈즈>나 <킥 애스>에서보다 훨씬 매력적인 악역 캐릭터를 만든 것 같다. 속편에서 볼 수 없다는 것이 매우 유감스럽다. 그런데 속편이 나오긴 하는거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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