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지배하다




Movie Info

영화 <첫사랑 열전>은 모두 세 편의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는 옴니버스영화다. 제목 그대로 '첫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그린 독립영화인데, 각각의 이야기마다 첫사랑에 대한 접근 방식과 장르적 요소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그러다 보니 더욱 풍성한 감성과 페이소스를 전달해 주는 것 같다. 그와 동시에 '첫사랑'이라는 통일된 주제를 가지고 있는 영화이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풋풋한 분위기를 발산하고 있다. 참고로 <첫사랑 열전>은 오는 5월 5일, 종로구 신문로에 위치 독립영화 전용관 시네마루(미로스페이스)에서 단관 개봉할 예정이다. 연출을 맡은 박범훈 감독이 홍보 및 배급을 직접 하고 있는 열악한 상황이라고 하는데, 영화 자체는 열악한 것과 거리가 멀다.Reignman


종이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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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에피소드는 이청아, 김성곤 주연의 '종이학'이다. 첫사랑과 종이학이라... 왠지 유치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스토리라인과 캐릭터의 설정 역시 매우 진부하다. 부모없이 분식집을 운영하며 어렵사리 생계를 유지하는 자매, 그들을 압박하는 사채업자, 그런 상황을 지켜 보며 가슴 아파하는 한 남자. 더할 나위 없이 클리셰한 구성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종이학'을 전면에 배치한 것에는 다 이유가 있을 것이다. 세 편의 에피소드 중에서 <첫사랑 열전>의 느낌을 전달하기에 가장 적합한 내용과 미장센을 보이고 있다는 이유가 있을 것이고, 인지도가 그나마 높은 이청아가 주인공인 이유도 있을 것이다. 이유야 어찌됐든 '종이학'은 세 편의 에피소드 중 가장 처지는 느낌을 주고 있다. 그래서 다음 에피소드인 '한번만 다음에'가 더 재밌게 느껴진 건지도 모르겠다.Reignman


(★★★★☆) 한번만 다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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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에피소드는 류현경, 김동곤 주연의 '한번만 다음에'이다. 잠자리를 요구하는 남자의 '한번만'과 잠자리를 거부하는 여자의 '다음에'가 만나 기가 막힌 해학을 보여준다. 이 에피소드는 다소 우울한 내용의 에피소드 중간에 위치하여 <첫사랑 열전>의 전체적인 분위기가 너무 처지지 않도록 해주는 장치가 되고 있다. 그만큼 코믹하고 재밌는 내용을 가지고 있는데, 그 내용은 대단히 파격적이다. 사실 '종이학'의 클리셰함과 영화의 전체적인 풋풋한 느낌을 감안했을때 파격적이라는 것이지 영화깨나 본 사람들이나 진보적인 성향의 관객들에게는 그다지 파격적인 것만도 아니다. 암튼 이거 하나만 따로 떼어다가 장편영화를 만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재미가 있는 에피소드다. '한번만 다음에'는 다른 에피소드와 비교하여 관객들의 공감대를 불러일으키기에 아주 좋은 소재인 '첫 경험'을 다루고 있다. 첫 경험은 언제나 설레고 궁금한 소재가 아니겠는가. 첫 경험에 대한 남녀사이의 말 못할 갈등을 해학적으로 풀어내고 있으니 아마 대부분의 관객들은 만족감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무엇보다 배우들의 어색한 코믹 연기와 플래시백(회상)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동시묘사가 일품인 에피소드이니 절대 놓치지 말 것.
Reignman

설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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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에피소드는 정애연과 이가영 주연의 '설렘'이다. 가장 마지막에 위치한 에피소드인 만큼 그 울림과 여운은 상당하다. '한번만 다음에'를 보고 나서인지 여주인공 두 명의 등장에 왠지 모를 파격적인 설정이 예상되기도 하지만 그들은 서로에 대한 갈구가 아닌 그리움에 대한 교감을 이어간다. 광활한 바다를 바라보며 남편에 대한 그리움과 첫사랑에 대한 그리움이 묘한 맞물림과 조화를 이룬다. 두 사람이 느끼는 그리움과 교감은 이 에피소드의 제목이기도 한 '설렘'과 다름이 없다. 누군가를 그리워한다는 것 만큼 가슴이 두근거리고 설레는 일도 없지 않겠는가. 고로 이 에피소드가 주는 여운은 떠나간 사람에 대한 그리움과도 다름이 없다. 이 에피소드를 끝으로 이 영화는 떠나가지만 <첫사랑 열전>에 대한 그리움은 관객들을 설레게 하는 추억으로 자리할 것이다.Reignman


첫사랑을 추억하다

첫사랑의 때묻지 않은 순수함과 가슴 뛰는 열정을 어느 누구나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첫사랑에 대한 추억이 없는 사람도 있을까? 학창시절 짝꿍, 조각같이 생긴 미술 선생님, 꾀꼬리같은 목소리의 음악 선생님, 인기 연예인, 교회 오빠, 성당 동생 등 첫사랑의 대상은 각자 다 다르다. 그러나 첫사랑에 대한 그리움과 설렘은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첫사랑 열전>이 요구하는 교감을 누구나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고, 그렇게 우리는 첫사랑을 추억한다.Reign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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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인맨 Reign [rein] = 통치, 지배; 군림하다, 지배하다, 세력을 떨치다 여행과 사진, 그리고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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