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지배하다




신선한 감성

일반적인 체중계로는 몸무게를 잴 수조차 없는 거구들의 자아찾기를 그린 블랙 코미디 영화 <사이즈의 문제>. 이 영화는 이스라엘을 배경으로 한다. 이스라엘 영화는 아마도 처음 본 것 같은데, 영화를 감상하면서 히브리어를 보고 듣는 것이 다소 낯설었지만 그것은 언어의 차이에서 오는 불편한 정서가 아닌 신선한 감성이었다. <사이즈의 문제>에서 전해지는 전반적인 분위기 또한 그러하다. 우선 코미디와 드라마적 요소가 적절히 섞여 마치 스모의 준비자세처럼 안정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는 가운데,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있는 다이어트를 소재로 하고 있어서 더욱 확고한 대중성을 보여 주고 있다. 거기에 매우 독특하고 신선한 설정이 더해지면서 헐리웃 장르영화와 한국영화의 진부한 설정에 식상함을 느끼고 있는 관객들에게 뭔가 새롭고 창의적인 감성을 전달하고 있다.

욕구와 본능

앞서 말했듯이 <사이즈의 문제>는 다이어트를 소재로 하고 있다. 그렇다고 다이어트 성공 스토리를 그린 영화는 아니다. 피와 땀, 불굴의 의지, 인간승리? 으... 생각만 해도 식상하다. <사이즈의 문제>가 신선한 이유는 자신의 단점을 장점으로 승화시키는 역발상에 기인한다. 자신의 콤플렉스를 극복하는 방법이 식욕을 억제하는 원시적인 행태가 아니라, 스모라는 스포츠를 통해 식욕과 삶의 행복을 모두 충족시키는 현명한 방법을 택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스모가 쉬운 스포츠는 아니지만 영화의 등장인물들은 매우 진취적이다. 다이어트 만큼이나 부단히 노력해야 하는 부분이 있을 것이고, 포기해야 하는 부분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다이어트가 아닌 스모를 택한 이유는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욕구인 식욕에 충실하기 때문이다. 다이어트는 인간의 본능을 저버리는 행태라고 볼 수 있다. 아, 물론 건강을 위한 다이어트는 당연히 필요하다. 욕구(건강)를 위해 또다른 욕구(음식)를 포기하는 아이러니가 적용되지만 이 경우 다이어트는 치료의 개념으로 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하지만 오로지 외모를 가꾸기 위한 다이어트는 누군가에게 사치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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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아실현

미국의 심리학자 매슬로(Maslow)의 욕구 5단계를 보면 먹고, 자고, 싸고, 입고자 하는 욕구 즉, 생리적인 욕구를 가장 기본적인 욕구인 1단계로 정의한다. 반면 자아실현의 욕구는 가장 상위인 5단계로 정의한다. 자아실현의 욕구는 1~4단계의 욕구가 충족될 때 비로소 나타난다는 것이다. 메슬로의 이론만 놓고 본다면 다이어트라는 행위는 인간의 욕구와 본능을 거스르는 매우 위험한 행태라고 볼 수 있다. 왜 그러냐 하면 다이어트도 일종의 자아실현이라고 볼 수 있는데, 가장 기본적인 욕구인 1단계부터 포기하면서 무슨 자아실현을 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앞서 말했듯이 자아실현의 욕구는 하위 단계의 욕구들이 충족되었을 때 실현이 가능하다. 물론 이론에 불과한 내용이라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다이어트나 외모 지상주의 등의 사회적인 병리 현상을 가득 안고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는 단순한 이론이 아니라 적절한 처방으로 보여진다.

<사이즈의 문제>는 필자가 최근에 감상한 또다른 블랙 코미디 <시리어스 맨>에 비하면 매우 대중적인 영화라고 볼 수 있다. <시리어스 맨>이 코미디보다 블랙의 느낌이 강한 영화라고 한다면 <사이즈의 문제>는 블랙의 문제를 다루고 있지만 코미디의 느낌이 훨씬 강한 영화다. 히브리어가 낯설고 어색하긴 하지만 비교적 대중적인 웃음과 재미를 선사하고 있다. 그리고 그 속에는 뭔가 애상적인 분위기의 정서가 담겨 있다. 다이어트의 비애도 그렇지만 감동적인 로맨스가 더해져 약간의 페이소스를 느끼게 한다. <사이즈의 문제>는 프로듀서 밥 와인스타인에 의해 헐리웃 리메이크가 확정된 상태다. 헐리웃 표 <사이즈의 문제>가 벌써부터 기대가 되지만 리메이크 작품들이 원작의 명성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를 그동안 많이 봐왔기 때문에 한편으로는 걱정이 되기도 된다. <사이즈의 문제>는 정말 괜찮은 영화다. 헐리웃이 원작을 망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 등장인물들이 스모 샅바만을 두른 채 거리를 활보하는 시퀀스가 있다. 작은 횡단 보도를 건너는장면은 비틀즈의 애비 로드 자켓을 패러디한 것 같다. 암튼 웃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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