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영화에 등장하는 나쁜남자 캐릭터들을 모아 포스팅한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영화에 등장하는 나쁜여자를 한번 꼽아봤는데요. 나쁜 남자가 있다면 나쁜 여자도 있습니다. 요즘 팜므파탈이라는 말을 많이 쓰죠. 이는 프랑스어로 숙명적인 여성 혹은 운명적인 여성을 뜻하는 말입니다. 남성을 유혹해 죽음이나 고통 등 극한의 상황으로 치닫게 만드는 사회심리학 용어라고도 하는데요. 영화속의 팜므파탈 역시 악녀나 요부 등을 지칭하는 말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그럼 영화 속 팜므파탈을 한번 만나보시죠. 이번에도 역시 한국 영화와 해외 영화에서 각각 5면씩 선정해봤습니다.
나쁜남자 베스트 보기 ▶ 2009/09/06 - 영화 속 나쁜남자 BEST 10
케시 베이츠 애니 윌키스 (미저리)
필자의 기억속에 가장 인상적인 기억으로 남아 있는 악녀중 한사람.. 바로 미저리의 캐시 베이츠다. Misery는 스티븐 킹의 베스트 셀러를 원작으로 만들어진 공포 스릴러인데 이 영화가 개봉할 당시에 필자는 초등학생이었기 때문에 훗날 성인이 되어서야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오락프로그램에서 패러디를 하거나 TV에 자주 소개되어 어렸을 때부터 익히 알고 있던 영화였다. 로맨틱 코미디나 드라마 장르를 주로 만드는 롭 라이너 감독이 연출한 미저리는 케시 베이츠라는 배우를 만나지 않았다면 그저 그런 영화가 됐을지도 모른다. 그만큼 케시 베이츠의 연기가 뛰어났고, 그 연기를 인정받아 그녀는 오스카와 골든 글로브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는 영광도 얻게 된다.
샤를리즈 테론 에일린 (몬스터)
악녀하니까 가장 먼저 생각났던 인물이다. 남아프리카 공화국 출신의 섹시한 여배우 샤를리즈 테론은 영화 '몬스터'에서 에일린 역을 위해 이렇게 망가졌다. 오른쪽은 미국 최초의 여자 연쇄 살인범 에일린 워노스의 실제 모습. 샤를리즈 테론은 눈썹을 밀고 살을 찌우는 등 겉모습의 변신은 물론이고 마치 에일린이 빙의된 것처럼 완벽한 연기를 보여주었다. 그 결과 오스카와 골든 글로브를 비롯한 각종 영화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을 독식하게 된다. 상대역이었던 크리스티나 리치의 연기도 굉장히 좋았는데, 그녀의 서포트덕분에 샤를리즈 테론이 더욱 빛을 발할 수 있었다. 영화 '몬스터'를 보고 나면 굉장히 불쾌한 여운이 오랫동안 지속된다. 필자는 그 불쾌감이 너무 좋았다.
샤론 스톤 캐서린 트라멜 (원초적 본능)
제대로된 팜므파탈 하면 역시 영화 '원초적 본능'의 샤론 스톤을 꼽을 수 있다. 미저리와 마찬가지로 이 영화가 개봉할 당시에 필자는 초등학생이었기 때문에 성인이 되어서야 볼 수 있었는데, 굉장히 충격적이었다. 어렸을때는 그저 야한 영화라는 인식이 강했지만 꽤나 잘 만들어진 스릴러 영화였기 때문이다. 물론 외설적인 장면이 많이 등장하기는 하지만 잔인한 장면과 마구 뒤섞여 있는 영화라 충격은 배가 되었다. 이 영화에서 샤론스톤은 작가이자 자신의 작품대로 살인을 벌이는 연쇄 살인범 '캐서린 트라멜' 역을 맡았는데, 그녀가 보여준 섹시하면서도 악랄한 요부의 모습은 팜므파탈의 전형적인 모습이었다.
메릴 스트립 미란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는 굉장히 유쾌하고 재밌는 코미디 영화다. 이런 영화에서 메릴 스트립이 보여준 악녀 연기는 코미디와 카리스마를 동시에 가진 멋진 연기였다고 생각한다. 그녀가 맡은 미란다란 인물은 패션잡지의 편집장인데 무서우면서도 존경심과 권위가 느껴지는 그런 캐릭터였다. 메릴 스트립은 이영화로 오스카 여우주연상에 노미네이트 됐을 정도로 카리스마 넘치는 훌륭한 연기를 보였는데, 특히 그녀가 남긴 명대사 'That's all'은 아직도 기억에 생생할 정도다. 어떻게 보면 요즘 방송되고 있는 드라마 '스타일'에서 김혜수가 맡은 역할과 많이 비슷한 느낌인데, 둘을 비교해서 보는 것도 재미있는 관점이 될 것 같다. ㅎㅎ
로만느 보링거 앨리스 (라빠르망)
영화 '라빠르망'은 아파트를 뜻하는 말로 뱅상 카셀과 모니카 벨루치 주연의 프랑스 영화다. 막스(뱅상 카셀)는 유부남인데 어느날 리사(모니카 벨루치)를 만나 첫눈에 반한다. 앨리스(로만느 보링거)는 리사의 친구인데 막스를 짝사랑 한다. 그래서 리사와 막스를 떼어놓으려고 한다. 시놉시스가 뭐 대략 이러한 영화인데 스릴러와 로맨스가 반반씩 섞여 있는 멜로 영화라고 보면 좋을 것 같다. 라빠르망은 복잡한 인간관계에서 느껴지는 스릴과 마지막 반전이 일품인 영화로 기억된다. 특히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로만느 보링거와 뱅상카셀의 눈빛 교환, 그들이 보여준 눈물과 미소는 영화의 2시간을 압축하여 담아내고 있는 듯한 기가 막힌 표정연기였다. 라빠르망은 헐리웃에서 '당신이 사랑하는 동안에'로 리메이크 되었으니 프랑스 영화에 편견을 갖고 있는 사람은 리메이크 영화를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하지만 원작이 역시 대박이다.
이영애 금자 (친절한 금자씨)
얼마전 깜짝 결혼으로 화제를 모은 이영애, 그녀가 멍때리는 표정으로 남긴 주옥같은 명대사 '너나 잘 하세요'가 생각난다. 한국 영화중에서는 제대로된 팜므파탈을 찾기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 와중에 '친절한 금자씨'의 이영애가 남긴 악녀의 모습이 가장 먼저 떠올랐다. 원래 인기 여배우이기는 했지만 드라마 '대장금'으로 국민적인 인기를 얻은 이영애가 차기작으로 선택한 영화는 박찬욱 감독의 '친절한 금자씨'였다. 흥행에 성공하지는 못했지만 장금이의 이미지를 버리고 악녀로서의 진면목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국내외 여러 영화제와 시상식에서 좋은 성과를 거두며 흥행실패에 대한 아쉬움을 달랬다. 이영애는 '친절한 금자씨'를 끝으로 작품활동을 하지 않고 있다.
윤소정 시어머니 진숙 (올가미)
꽤 오래된 영화 '올가미'를 기억하는가. 올가미는 부부인 동우(박용우)와 수진(최지우)의 사이를 갈라 놓으려는 시어머니 진숙(윤소정)의 이야기를 다룬 스릴러다. 국내에서는 스릴러 장르가 그리 흔하지 않던 시절, 탄탄한 시나리오와 배우들의 섬뜩한 연기로 우리에게 공포를 선사했던 수작으로 기억한다. 특히 연극배우 출신의 중견여배우, 윤소정의 싸이코 연기가 굉장히 돋보였던 영화였다. 그때 당시에는 일단 소재 자체가 매우 신선했기 때문에 많은 관심을 받았고 그만큼 또 영화가 괜찮았다.
엄정화 정순정 (오로라 공주)
영화 '오로라 공주'는 영화배우 방은진의 감독 데뷔작(장편)으로 한 여자의 복수를 그린 범죄 스릴러 영화다. 딸의 복수를 위해 연쇄살인을 벌이는 정순정 역은 엄정화가, 그녀를 쫓는 형사 오성호 역은 문성근이 각각 맡았다. 영화를 보기전에는 과연 배우 '엄정화'가 이 역할을 소화해낼 수 있을까? 라는 의문을 갖고 봤지만 막상 보고 난후 그 의문은 기우에 지나지 않는 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만큼 엄정화의 연기가 좋았고, 이 영화를 통해 연기를 잘하는 배우라는 인식을 갖게 되었다. 정순정이 한명씩 복수를 감행할때마다 나도 모르게 통쾌함을 느낄 정도였고, 다음의 복수를 기대하게 만들 정도 였으니 캐릭터에 빠져들게 만드는데 성공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염정아 은주 (장화, 홍련)
한국 영화중에서 가장 잘 만든 공포스릴러 영화를 하나 꼽으라면 김지운 감독의 '장화, 홍련'을 꼽겠다. 헐리웃에서 '안나와 알렉스: 두자매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리메이크 되기도 했던 '장화, 홍련'이 주는 공포와 섬뜩한 반전은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탄탄한 시나리오와 디테일한 연출력, 배우들의 명연기가 더해져 완성도 높은 작품을 만들어 낸 것 같다. 임수정과 문근영이라는 어린 배우들을 알게 해준 영화이기도 했지만 염정아가 보여준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에 인상을 받은 영화이기도 했다. 아.. 배우 염정아의 그 살벌한 눈빛과 표정연기는 지금 생각해도 아찔할 정도다. 좀 강한 인상에서 나오는 포스로 악역을 참 잘 소화해내는 여배우라고 생각한다.
김혜수 정마담 (타짜)
배우 김혜수는 팜므파탈이라는 수식어가 가장 잘 어울리는 여배우가 아닐까 싶다. 적어도 국내에서 만큼은.. 그녀가 타짜에서 맡은 정마담이라는 인물은 이금자의 '너나 잘하세요' 못지 않은 '나 이대나온 여자야'라는 명대사를 만들어 내기도 했다. 타짜는 최고의 악역과 악녀를 만들어 냈다. 나쁜남자 아귀 김윤석과 나쁜여자 김혜수를 말이다. 김혜수는 뒷태를 전라로 노출하며 섹시함을 어필했고 순진한척 사기치는 모습과 사기계획을 세울때의 자연스러운 연기가 더해져 정말 멋있는 악녀를 만들어 냈다. 정마담 역할을 다른 여배우가 맡았다는 것을 상상하기 싫을 정도로 완벽한 연기를 보여준 김혜수.. 현재 드라마 '스타일'에서도 수많은 유행어까지 만들어 내며 열연을 펼치고 있는데, 다시 한번 그녀의 악녀 역할을 기대해 본다.
이외에도 '킬빌'의 루시 리우나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의 간호사 루이스 플레처, '무방비 도시'의 손예진 등 여러 악녀들이 생각이 나더군요. 그런데 확실히 나쁜남자에 비해 나쁜여자를 찾아보기는 어렵네요. 악역이 주는 매력은 참 중독성이 강하죠. 앞으로도 악녀들이 많이 나올텐데, 섹시하고 멋진 악녀들의 모습을 기대해 봅니다. 암튼 재밌게 보셨는지 모르겠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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