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은 나쁜남자 컨셉이 대세인 한해였습니다. 드라마 '꽃보다 남자'의 구준표가 여심을 흔든 대표적인 나쁜 남자였으나, 단순히 나쁘다는 것만으로는 여심을 흔들 수 없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일단 잘 생겼고 돈이 그냥 많은 것도 아니고 어마어마하게 많으니...ㅎㅎ
암튼 그 동안 영화속에서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줬던 나쁜 남자 캐릭터는 누가 있었을까 궁금해 졌습니다. 악역을 연기한다는게 쉬운일이 아닌데 멋지게 악역을 소화해 낸 배우들과 캐릭터들을 한번 꼽아봤습니다. 악역이야 생각해보면 엄청 많겠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악역으로 한국 영화와 해외 영화에서 각각 5명씩 선정해봤습니다. 그럼 같이 한번 보시죠. ㅎㅎ
악녀 베스트 보기 ▶ 2009/09/13 - 영화 속 악녀 BEST 10
잭 니콜슨 & 히스레저 조커 (배트맨 & 다크 나이트)
악역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캐릭터.. 바로 조커다. 우리는 배트맨 시리즈를 통해 그동안 2명의 조커를 봤는데, 잭 니콜슨은 팀 버튼 감독의 '배트맨 (1989)'에, 히스 레저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다크나이트(2008)'에 각각 출연했다. 잭 니콜슨은 팀 버튼 스타일의 판타지스럼움에 캐릭터를 맞추며 코믹하면서도 가벼운 느낌을 줬다면, 히스 레저는 정말 말그대로 악당의 모습을 선보였다. 히스 레저가 보여준 쩝쩝거림과 혀를 낼름거리는 모습, 그리고 잭 니콜슨의 만화같은 미소는 어느 조커가 진정한 조커인지를 따진다게 무의미 하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었다. 이런건 초딩이나 따질거라는 생각이 든다. ㅋ
덴젤 워싱턴 알론조 (트레이닝 데이)
명품배우 덴젤 워싱턴이 연기한 영화 '트레이닝 데이'의 부패경찰 알론조는 필자가 생각하는 최고의 악역이다. 덴젤 워싱턴의 연기가 정말 훌륭했기 때문에 찌질하면서도 카리스마 넘치는 악역으로 탄생했다. 첫 등장부터 강력한 포스를 뿜어내더니 마지막에는 정말 비참한 모습의 연기를 보여줬다. 제이크(에단 호크)를 부르며 울부짖는 모습에서는 동정마저 느껴졌다. 시쳇말로 쩌는 연기를 보여줬다. 그래서 그해에는 오스카 남우주연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덴젤 워싱턴은 선한 이미지가 강하기 때문에 그의 필모그래피중 악역은 이 영화가 유일하다. 앞으로 다시 그의 악역 연기를 볼 수 있을지 사뭇 기대가 된다.
트레이닝 데이 리뷰와 오스카 남우주연상 수상 장면 ▶ 트레이닝 데이 (Training Day, 2001)
안소니 홉킨스 한니발 렉터 (양들의 침묵 & 한니발 & 레드 드래곤)
역대 악역중 가장 공포스러웠던 악역을 꼽으라면 필자는 주저없이 안소니 홉킨스의 한니발 렉터 박사를 꼽겠다. 이 노배우는 귀신도 아니면서 귀신보다 더한 공포를 보여줬다. 그리고 양들의 침묵, 한니발, 레드 드래곤에 모두 출연하며 열연을 펼쳤다. 참고로 한니발 시리즈는 영화가 나온 순서는 양들의 침묵 ▷ 한니발 ▷ 레드 드래곤 ▷ 한니발 라이징 순이지만 스토리는 한니발 라이징 ▷ 레드 드래곤 ▷ 양들의 침묵 ▷ 한니발 순으로 연결이 된다. 그리고 이 영화들중 한니발 라이징에는 안소니 홉킨스가 출연하지 않는다. '한니발 라이징'은 한니발의 탄생과정을 그린 영화이기 때문에 '가스파르 울리엘'이라는 프랑스의 젊은 배우가 한니발 렉터를 연기했다. 역할을 제법 잘 소화해내기는 했으나 안소니 홉킨스의 포스에는 발가락에도 미치지 못한다.
게리 올드만 스탠스 필드 (레옹)
데이비드 베컴의 20년후의 모습을 닮은 게리 올드만의 카리스마 또한 범상치 않다. 헐리웃의 대표적인 악역 전문배우중 한사람으로서 트루 로맨스, 에어포스 원, 레옹 등 수많은 영화에서 악역 연기를 보여주었다. 최근에는 해리 포터 시리즈와 배트맨 시리즈 등에 출연하며 이미지 변신을 꾀하고 있지만 그는 역시 악역이 너무나도 잘 어울린다. 영화 '레옹'의 스탠스 필드는 사악한 부패 경찰로 살인에 마약까지 손을 대는 싸이코틱한 인물이다. 마틸다(나탈리 포트만)의 가족도 스탠스 필드가 살해한 걸로 기억을 하는데 하도 오래전에 본 영화라 자세하게 기억은 나지 않지만 게리 올드만의 연기가 좋았다는 것은 기억이 난다. 국내에 수많은 킬러 아류작을 낳게 한 영화 '레옹'... 오랜만에 다시 한번 보고 싶어 진다.
존 말코비치 밋치 러리 (사선에서)
존 말코비치는 악역을 위해 태어난 배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굳이 악역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연기를 정말 잘하는 배우지만 악역에서는 특유의 시너지를 보여준다. 영화 '사선에서'와 '콘 에어'등을 통해 국내에도 아주 잘 알려진 악역 전문배우 존 말코비치... 밋치 러리는 전직 CIA 출신으로 나라가 자신을 배신했다는 생각에 대통령을 암살하려는 인물이다. 암살계획을 진행하면서 민간인도 여러명 살해하는데, 살해하는 순간에 표정연기가 아주 일품이다. 코를 살짝 마시면서 지나치게 보통의 표정을 짓는, 절제된 연기의 표본을 보여준다. 존 말코비치는 이 영화로 연기력을 인정받아 오스카 남우조연상에 노미네이트 되지만 아쉽게 수상은 토미 리 존스에게 양보해야 했다. 연기를 정말 잘하지만 상대적으로 상복이 없는 대표적이 배우가 아닌가 라는 생각을 해본다.
김윤석 아귀 (타짜)
지금은 대한민국 영화계에서 가장 잘 나가는 배우 중 한명이 된 김윤석.. 필자가 가장 좋아하는 배우중 한명이다. 타짜 이전에는 드라마, 영화 할 것 없이 여기저기 조연급으로 출연을 하다가 타짜에서 아귀역을 맡은 이후로 무려 20여개의 시나리오가 들어왔다고 한다. 그만큼 그가 타짜에서 보여준 아귀의 카리스마는 엄청났다. 솔직히 타짜에서 아귀의 출연 분량은 그렇게 많지 않다. 하지만 비교적 짧은 시간에 보여준 대사 하나하나와 사투리 연기, 진짜 건달같은 연기 등은 임팩트가 굉장히 강해서 영화를 보고난 후 아귀 생각만 날 정도였다. 원작 만화에 등장하는 아귀보다 악랄하면서도 멋진 캐릭터를 만들어 낸 것 같다. 그리고 영화 '천하장사 마돈나'에서 김윤석이 보여준 <전직 권투선수 출신의 폭력적인 알콜 중독자 겸 전 성정체성에 혼란을 겪는 씨름선수의 아버지>의 모습도 악역이라면 악역이라 할 수 있는데 아귀 못지 않은 인상을 남겼으니 혹시 아직 보지 못했다면 꼭 한번 확인해 보시라.
하정우 지영민 (추격자)
그동안 연쇄 살인범을 연기한 배우는 많았다. 한니발 렉터도 연쇄 살인범이고, 영화 '세븐'의 케빈 스페이시도 멋진 싸이코패스 연기를 보여줬다. '몬스터'의 샤를리즈 테론은 여성으로서 독보적인 살인마 연기를 펼쳤다. 한국영화의 대표적인 살인마는 바로 추격자의 지영민... 여성들만 골라서 죽이는 비겁하고 야비한 살인마다. '추격자'이후 여성들의 귀가시간이 빨라졌다고 할 정도로 하정우가 보여준 살인마의 임팩트는 강렬했다. 대놓고 무섭지는 않은데, 뭔가 알 수 없는 공포가 스멀스멀 올라온다. 이게 바로 제대로된 싸이코패스가 아닐까 싶다. 필자가 하정우를 높이 평가한 이유중 하나는 본좌급 연기자인 김윤석과의 호흡이었다. 김윤석의 쩌는 연기에 전혀 밀리지 않고, 역시 쩌는 연기로 맞서서 환상적인 콤비의 모습을 보여줬던 것이다. 지영민같은 캐릭터가 빠른 시간안에 다시 나왔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 본다.
황정민 백사장 (달콤한 인생)
그야말로 '두얼굴의 사나이'다. 배우 황정민의 순박하고 선한 이미지가 칼자국 하나 그었다고 이렇게 악해질 수 있다니.. 외모도 외모지만 영화 '달콤한 인생'에서 그만큼 악역을 멋지게 연기해냈다. 특히 줄에 묶여 공중에 매달린 이병헌을 약올리는 씬과 send버튼 안눌렀다고 전화기로 자기 부하를 난도질 하는 장면에서는 오금이 다 저릴정도였다. 그리고 황정민의 악랄함은 영화 '사생결단'에서도 확인해 볼 수 있다. 광기 어린 형사역을 광기 어린 연기로 소화해냈다. 경찰 선배가 사고로 숨지고 장례를 치루는데, 그 선배의 아내와 잠자리를 갖는 미친 형사의 모습은 아직도 생생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무섭다기보다 보는 사람을 화나게 하는 나쁜 남자...
양익준 상훈 (똥파리)
악랄한 용역 깡패, 악역이지만 왠지 정이 가는 캐릭터 상훈... 그는 감정이란게 없는 사람같다. 욕과 담배를 입에 달고 살며, 힘 없는 사람들은 물론 경찰까지 두들겨 패는 막가는 인생이다. 심지어 아버지를 패기도 한다. 이거 완전 미친놈이네?라고 생각하겠지만 그의 과거를 들여다 보면 분노가 차츰 동정으로 변하는 것을 느낄 것이다. 그의 과거는 영화의 스포일러가 되기 때문에 얘기는안하겠지만, 한가지 확실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은 상훈이 멋있는 녀석이라는 거다. 그건 양익준이라는 감독겸 배우가 만들어낸 것이다. 한국 독립영화의 힘을 보여주고, 또 세계에 그 힘을 알린 양익준의 다음 작품이 정말이지 기대가 된다.
조재현 한기 (나쁜 남자)
영화의 제목 자체가 '나쁜 남자'인데 이보다 나쁜 남자가 있을까? 김기덕 감독의 영화는 안그래도 나쁜 남자들이 많이 나오는데 제목부터 나쁜 남자면 얼마나 나쁜 놈일지 대충 짐작이 갈 것이다. 그리고 그 짐작은 영화속 현실로 나타날 것이다. '한기'란 인물에게는 사랑도 순수하지 못하다. 그는 순수한 사람을 사랑이라는 이유로 자신의 틀 안에 가두려 하는 인물이다. 김기덕 감독은 영화 후반부에 한기를 미화하려는 시도를 보인다. 그러나 그 시도도 한기에게 상할대로 상한 빈정을 되돌리기엔 역부족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만큼 잘 만들어진 나쁜 캐릭터이고 배우 조재현의 멋진 연기가 뒷받침이 되었다는 증거가 아닌가 싶다.
이외에도 '놈놈놈'의 이병헌, '홀리데이'의 최민수, 괴짜스러운 악역 '잭 스패로우'와 '퍼블릭 에너미'의 조니 뎁, '아메리칸 싸이코'의 크리스찬 베일, '케이프 피어'의 로버트 드니로 등 엄청 많은 악역이 생각나더군요. 악역이 주는 매력은 참 중독성이 강한 것 같습니다. 한국영화에도 멋진 악역이 등장하는 스릴러 영화가 많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암튼 재밌게 보셨는지 모르겠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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