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지배하다




"스크린 쿼터 절대사수!"

올 초 새로 부임한 문화체육관광부 정병국 장관의 말이다. 지난 3월 24일, 종로구 운니동의 한 음식점에서 정병국 장관을 만났다.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임직원, 문화체육관광 블로거들과 기자가 함께 만찬을 즐기며 인터뷰를 진행하는 자리였다. 제26회 코리아 베스트드레서 백조상에 빛나는 정병국 장관의 첫인상은 매우 특별하고 인상 깊었다.

"시크한데?"

스타일리시한 패션과 나이보다 훨씬 젋어 보이는 외모가 주는 인상도 그러했지만 무엇보다 사람을 대하는 태도에 호감을 많이 느꼈다. 정병국 장관은 상대방을 편안하게 만드는 힘을 가진 마력의 소유자이다. 그의 유려한 언변과 인자한 미소 속에서 내 앞에 앉아 있는 사람은 장관이 아니라 오랜 시간동안 알고 지낸 큰형님 같다라는 느낌을 지속적으로 받을 수 있었다. 사실 가끔 이렇게 어려운 자리에 나설 때마다 좌불안석인 경우가 많았는데 이날 만큼은 왠지 편안하고 부담스럽지 않은 시간이 된 것 같다.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정병국 2011, ⓒ Reignman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정병국 2011, ⓒ Reignman

"한국영화 보호를 위한 법적 장치, 스크린 쿼터!"

스크린쿼터제는 극장으로 하여금 자국 영화를 일정 기준 이상 의무적으로 상영하도록 규정하는 제도를 말한다. 이 제도는 외국 영화의 독점을 막고 자국 영화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법적 조치로 우리나라를 포함, 전세계 8개국에서 유지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한 영화포털사이트에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스크린쿼터 제도에 대한 지지가 점차 하락하고 있다. 반대로 스크린쿼터 제도를 축소하거나 더 나아가 폐지하자는 의견이 늘고 있으며, 관심이 없다라는 의견 또한 늘고 있는 추세이다. 설문조사의 결과만 놓고 본다면 관객들의 이러한 추세가 한국영화에 대한 불신이 아니라 한국영화가 가진 경쟁력에 대한 믿음이라는 해석도 가능하지만 문화 주권 보호를 위한 제도적인 장치가 무뎌지는 것 같아 한편으로 유감스러운 마음도 생긴다.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정병국 2011, ⓒ Reignman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정병국 2011, ⓒ Reignman

"장관님! 스크린 쿼터에 대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스크린쿼터에 대한 개인적인 견해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으로서의 입장을 듣고자 질문을 던졌다. 인터뷰 내용을 정리해보자면, 정병국 장관은 스크린쿼터의 필요성과 역할을 강조하고, 스크린쿼터의 장점과 결과를 신뢰하는 스크린쿼터 찬양론자이다. 그는 한미 FTA로 인해 스크린쿼터 문제가 불거졌을 때부터 지금까지 스크린쿼터의 축소 내지 폐지에 반대하는 입장을 한결같이 고수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과거 EU 영화발전 특별위원회 세미나, 바르셀로나 포럼, 아비뇽 포럼 등 해외 유명 토론회에 참석하여 '스크린쿼터는 문화의 다양성 확보를 위해 꼭 필요한 장치'라는 점을 어필하기도 했다. 이후 문화의 다양성과 관련된 협약이 만들어지기도 했는데 이는 정병국 장관과 스크린쿼터를 지지해온 문화예술계 인사들의 노력이 기폭제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다.

"스크린 쿼터가 우리 영화 발전에 어떠한 기여를 했는지 잘 알고 있죠?

라고 반문하며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정병국 장관의 표정에서 왠지 모를 위엄이 느껴졌다. 반면 그의 반짝이는 눈빛을 통해 영화에 대한 관심과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 실 질적으로 한국영화는 스크린쿼터를 통해 자국영화 상영률 세계 1위가 되기도 했다. 물론 전세계 영화시장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미국 헐리웃 영화를 제외하고 난 후의 이야기이다. 그런데 스크린쿼터가 단순히 자국 영화를 보호하기 위한 수단에 그치는 것은 아니다. 문화적인 연대와 문화의 다양성 확보라는 측면에서 스크린쿼터의 역할은 어느 작은 한 부분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아래 보이는 6분 30초짜리 동영상을 보면 정병국 장관이 말하는 스크린쿼터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정병국 2011, ⓒ Reignman

"한국 영화 시장은 작지만 큰 힘을 갖고 있다."

한국의 영화시장, 영화 산업의 규모를 놓고 보면 미국 시장에는 비할 바가 못되고, 이웃나라 일본에게도 한참 뒤지는 자그마한 시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헐리웃영화가 한국의 스크린쿼터제를 못마땅해 하는 이유는 스크린쿼터를 통해 자국영화 상영률을 50% 이상 유지하는 한국을 다른 나라가 벤치마킹하기 시작한 것에 기인한다. 이런 식으로 파급이 되면 자기들 시장이 축소가 되기 때문에 그들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스크린쿼터를 미워할 수 밖에 없다.

"스크린 쿼터는 상징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정병국 장관은 영화 발전에 있어서 스크린쿼터만이 절대절명한 기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무엇보다 스크린쿼터가 지닌 상징적인 의미를 강조했는데, 스크린쿼터는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한국이 꺾이게 되면 다른 나라 역시 꺾이게 되므로 꼭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정도 됐으니까 이제는 해도 그만 안해도 그만, 이런 방식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제는 문화적인 연대를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전 세계적으로 소수국가들이나 소수민족들이 가진 문화의 다양성을 우리가 어떻게 지킬 것인가? 그런 차원에서 대한민국이 해야 할 역할은 무엇인가? 등의 의문점이 남는다. 가장 좋은 해법은 하나, 바로 스크린쿼터를 사수하는 것이다.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한국영화를 사랑하는 관객의 한사람으로서 이번 인터뷰는 대단히 뜻 깊은 자리가 된 것 같다. 스크린쿼터에 대해 몰랐던 부분을 많이 배울 수 있어 유익한 시간이었고,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 받는 것 만으로도 더없이 큰 행복감을 느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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